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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Sep 10. 2019

가끔 나라도 괜찮다면 위로를 줄게

♪롤러코스터 - 무지개

걱정 마 문제라는 건 어차피 거기서 거기
걸어가야 할길 아직 멀었잖아

♪롤러코스터 - 무지개



기본적으로 내 화법은 직설적인 편이다. 을로 살아가가면서 참 취약한 점이긴 하지만, 쉬이 고쳐지지 않는다. 직장 바깥에서의 나를 아는 사람들은 참 소극적이고 조심조심한 사람으로 알고 있다. 저엉말 친해졌다고 ( 이게 어렵다.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 생각하지 않는 이상 말문을 여는 편이 아니다. 그래서, 내가 반대로 지나치게 말이 많고 필터링이 안 된 화법을 당신에게 구사하고 있다면 그건 시쳇말로 '억텐'이다. 그래도 을의 자리에서 익힌 생존법 중 하나라고 해야 할까. 그래도 누군가와 말하는 것은 힘들어서, 꾸밀 새도 없다. 그러니까, 적어도 그 말은 거짓 없는 진심이라는 말이다. 






여하튼, 이런 성격이고 말투인지라 좀처럼 누군가를 위로한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 상대방에 있어서도 거의 없을 것이다. 면담은 정말 1년에 백 번도 하는 것 같은데 나에게 위로를 얻고 해결을 했다기보다는 '팩폭'을 맞고 정신을 차렸다는 간증(?)을 들었을 때는 웃펐다. 나도 그러고 싶진 않았어.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요즘 들어 주변에 힘든 사람들이 많다. 우리 업종상 지금이 바쁘거나 힘들 시기는 아닌데 너도 나도, 그러니까 나도 힘들어 내 코가 석자지만, 오늘은 답지 않게 큰 맘먹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참 어색했지만, 나답게 위로를 했다. 위로라기보다는 위에서 말한 대로 억텐 가득한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떠든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당신이 아닌 내가 편하기 위해서라며,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말라 했다. 갑자기 혼자 머릿속으로 '오다 주웠다.' 따위의 드립이 떠올라서 그 진지한 순간에 웃음을 참느라 혼났지 뭐야. 




드라마처럼, 그렇게 해서 서로의 마음이 나아졌으면 좋았겠지만. 그건 드라마에서나 있을 이야기고 묻지 않았어도 모두가 나아진 것은 없는 하루였다. 이야기의 끝이 대충 그랬으니까. 그저 내가 위로가 어설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그저 어설픈 말 뒤에 감춰진 마음은 잘 닿았길 바라며, 내일은 입꼬리가 조금이라도 올라간 채로 만나길. 위로도, 가끔은 할 만하단 걸 알았으니. 종종 거울을 보고 나부터 위로하며 연습해야지. 내 위로는 셀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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