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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Oct 09. 2019

모기의 잔해에 피가 새어 나올 때

♪HYUKOH - 위잉위잉

사랑도 끼리끼리 하는 거라 믿는 나는
좀처럼 두근두근거릴 일이 전혀 없죠
-
위잉위잉 하루살이도
처량한 나를 비웃듯이 멀리 날아가죠



♪HYUKOH - 위잉위잉


날이 좋아 어떤 일이 있을까 나갔다 왔는데, 전혀 감흥이 없어 들어왔다. 12시까지 무엇이 있을까 기다려봤지만 없어 기록한다. 이런 날일수록 순간이 소중하고, 별 것 아닌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사람은 그래서 일기를 써야 한다. 

그러니까, 어느 정도였냐면, 이 정도이다. 





샤워를 하기 위해 들어간 화장실에 모기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샤워기로 휘이휘이 비키라고 신호를 줬지만 녀석은 나를 물기 위해서인지 자꾸 눈 앞에 알짱거리고 있었다. 순간 눈 앞으로 손을 휙! 하고 움켜쥐고 펴보니 녀석이 뭉개져 있었다. 그러게 가라고 할 때 가지 그랬어. 


모기를 죽이는 방법도 여러 가지겠지만, 움켜쥐었을 때의 뿌듯함(?) 이 가장 크지 않나? 손 위에 이미 목숨을 잃은 녀석은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럴 때의 뿌듯함은 배가 된다. 아마 우리 가족 중 누군가의 피겠지. 뭐 하는 거야 싶어 샤워기로 흘려보냈다. 잔해도, 피도 사라졌다. 얼른 샤워를 마쳤다. 10분 전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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