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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Oct 14. 2019

한 주를 기다리는 하루의 자세

♪MOT - 나의 절망을 바라는 당신에게

no i'm not alright at all
매일 부서져 가겠지만
나의 절망을 바라는 당신에게
오늘은 어떤 기념일도 되진 않을 겁니다.


♪MOT - 나의 절망을 바라는 당신에게


가을 패션 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카키색 야상을 입으면, 평소보다도 추워지는 기분이 든다. 아마 어느 영화에서 유명해진 탓일 테다. 영화 속 계절은 추워 보였다. 아직은 햇살에 온기가 조금 남아있는 기분이지만, 아침에는 야상을 챙겨 입었다. 다림질을 위해 몇 벌의 긴 팔 셔츠를 옷장 안쪽에서 꺼내어 내어놓았다. 문득 스팀 다리미기를 사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만 한 채 슥슥 팔의 주름을 폈다. 




다음 주는 바쁠 테지, 스케줄표를 보며 다다음주까지 제출하면 될 과제를 미리 해두었다. 사실 내일 당장 다가올 다음 주에는 할 일들이 차 있어, 미리 했다는 말은 잘못된 말이다. 지금이 아니면, 아예 제출을 못했을 과제니까, 알맞은 시간에 했다고 생각한다. 과제를 하면서 데워먹었던 편의점의 함바그도 적당히 잘 익은 듯해서 참 다 알맞다고 생각했다. 




얻어맞고, 거절을 당하는 삶을 돌아보았다. 언제나 안고 사는 고민이자 일상이지만, 굳이 왜 과제를 하다 꺼내어 생각했는지는 모르겠다. 시험기간 딴짓 같은 기분인가. 꽤 어릴 적 기억인데 나에게 다시 잘해보자며 울고 울었던 사람의 전화통화가 떠올랐다. 사실, 상대방은 바람을 폈었더랬다. 슬퍼야 할 건 나인데, 당신이 왜 우는지 이해를 못해서 나는 울지 못했다. 지금도 울지 못한다. 




다음 주에 예상 가능한 찔림과 예상 가능한 위로들을 머릿속으로 나열하며 과거의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지웠다. 정말 얼마 전에 들었던 조언처럼 동아리든, 운동이라도 해야 할까 하다 책장 한편에 칠해지다 만 컬러링 북을 쳐다보며 이어폰으로 손을 가져갔다. 어색함과 능청스러움을 표현할 한 주의 표정들을 결국 보고 온 < 조커 >의 조커처럼 보이지 않는 허공에 연습을 해보았다. 제법 잘 씌워진 듯싶어 과제를 저장하고, 방의 불을 껐다.



 

적막한 곳에서는 잠이 쉬이 들지 않는다. 조금의 소리가 있어야 한다. <End of the world - 세카이노 오와리>의 음악들 몇 곡을 반복 재생으로 미리 걸어두었다. 세상의 끝에서 시작을 바라보며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지금도 좋아하는 서태지도 'End가 아닌 And'라고 말했었지. 좋은 의미다. 또다시 아무렇지 않게 한 주를 시작할 준비를 잘 마쳤다. 그래서, 심리적으로는 아이러니하게 난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이 순간이 가장 좋다. 이런 나도, 희망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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