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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Oct 16. 2019

새벽, 끝과 시작이 함께 하는 시간

♪징고 - 나와 같은 시간 깨어있는 사람들

나와 같은 시간 깨어있는 사람들
오늘은 잠이 오나요
나와 같은 시간 외로운 사람들
행복한 꿈을 꾸길 바래요



알약이 한 알을 넘어가려고 할 즈음 불면증 약을 끊었다. 잠을 못 잔다는 것은 꽤 거슬리는 일이지만, 어려서부터 밤잠이 별로 없었던 터에 두세 시간 정도 자는 것 정도로도 하루를 살아갈 힘은 생겨, 그만 인정하기로 했다. 약을 먹는다는 것은 아프다는 거니까. 괜찮아 나는, 이라며. 그렇게 살아간 지 1년이 넘어가니 몸도 살아야 한다고 부추기는지 부족했던 수면시간은 서너 시간으로 늘었고, 대신 해가 중천에 뜰 때 잠이 오면 안 될 사무실에서 잠이 몰려온다. 아, 일주일에 두 번 있는 강의 시간은 꿀 같은 저녁 낮잠 시간이다. 다음 주에 시험인데 어쩌지. 






우리 집은 대체로 새벽이 어수선하다. 

새벽 네시가 좀 넘으면 새벽기도를 나가시는 어머니가 일어나시고, 문 너머 그 소리를 들으며 세시 즈음 선잠이 들기 시작해 어슴프레 깨어있던 눈이 그제야 감긴다. 삼교대일을 하는 동생이 곧이어 오전 출근을 위해 일어날 즈음 아침형 인간이신 아버지도 일어나신다. 거실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잠결에 들리고, 가족 두 명이 나가면 곧이어 어머니가 교회에서 돌아오신다. 그렇게 어머니가 침대에 누우실 즈음, 나는 감겼던 눈이 떠진다. 가족들이 모두 하루를 시작할 때, 혼자 하루의 끝과 시작을 함께 맞이하는, 그런 새벽이다.




  

그래서인지 가끔 < 개와 늑대의 시간 >이라는 말에 어울리는 기분을 맞이한다. 잠이 들어야 하는데, 일어나야만 할 것 같고 일어났는데 다시 잠들어도 괜찮을 것만 같은 그런 몽롱하고, 아리송한 기분의 시간이다. 오늘이 그랬다. 오늘도 여섯 시 즈음 떠진 눈을 비비며 몸도 일으키지 않은 채 늘 하듯 하루의 뉴스들을 확인하다, 다시 눈을 감았다. 정말 깜빡했던 기분인데, 바깥 경적소리를 알람 삼아 눈을 떠보니 창 밖으로 햇빛이 드리우고 있었다. 꽤 오랜만에 푹 잔 기분이 들었다. 





오늘은 오늘이 가기 전에 자리에 누워볼까 한다. 아마 몇 시간 동안 좁은 싱글 침대에서 뒹굴거리겠지만, 오늘은 폰도 조금 멀리 둔 채 뒹굴거려야겠다. 평소보다 조금 더 많은 잠을 잘 수 있겠지. 깜빡임 한 번에 쏜살같이 다가왔던 아침처럼, 오늘은 밤도 그렇게 넘겨 새벽을 안 만나길 바란다. 무언가 오늘은 새벽이 되면 울 것 같은 하루였다. 대부분 이야기의 주제는 마지막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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