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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Oct 18. 2019

마음은 막는다고 막히는 게 아니다.

♪HeMeets - Cecil Hotel

그녀는 지금
Ten Nine Eight
멈춰버린 엘리베이터 속에 숨어
술래를 기다리듯이
One Two Three
시간이 갈수록 초조해지는 손짓만


♪HeMeets - Cecil Hotel


건설업계에는 '정주영 공법'이라는 용어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요약하자면 서해의 밀물과 썰물을 막기 위해 폐선으로 파도를 막아 방조제를 완성한, '물막이 공사'를 지칭하는 말로, 실제 저 이름으로 등록이 되어있다고도 한다. 역시 성공하는 사람들에게는 이유가 있다. 






물론, 그 전에는 아무리 집채만 한 바위로 바다를 막고, 가두어보려고 해도 휩쓸려 나갔던 에피소드 역시 존재했다. 무엇으로 해보아도 어려웠던 그런 때였을 것이다. 그러니까, 마음이라는 것도 수치화해서 계산적으로 다룰 수도 없는 것이고, 어떻게 해보려고 해도 마음처럼 이루어지지 않는 그런 것이니, 이와 비슷하다 싶다. 갑자기 마음 이야기다.  






세상에는 수많은 마음을 지칭하는 단어들이 존재하고 - 그러니까, 워라밸이라거나 소확행이라거나 이런 것들을 포함해서 - 그 모든 단어들 역시 이름은 다르지만 가만히 뜯어보면 마음으로 귀결된다. 과학적인 의학에서마저 말이다. 


"심적인 스트레스 때문입니다." 천식으로 고생했을 때 온갖 검사를 마치고 난 뒤 대학 병원의, 이 분야에서 유명하다던 의사 분이 진단했던 말이다. 나름 세브란스라고. 차라리 흡연 때문이라던가, 뭐 이런 이유였다면 수긍할 텐데, 아니 의사 양반 이게 무슨 소리요. 그럼 세상 사람 모두 천식에 걸려야겠어요. 






꽤나 건방지게 꽤 긴 시간 난 스스로 내 마음을 컨트롤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잘 막고, 잘 가두며 적절히 < 가면 >을 쓴 채로 살아가고 있다고 자만한 셈이다. 잘 막았다 생각하다 무너지기 시작하니, 정신 차릴 새도 없이, 끝도 없이 밀려오고 쓸려가며, 이내 목 끝에 무언가 걸린 듯이 울컥울컥 솟아났다. 그런 걸 보면, 그러니까. 마음의 병이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다. 아니면, 그 말로 마음의 병을 주신 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마음속에는 서해의 바다를 막았던 폐선 같은 것도 없으니, 속절없이 속을 바라보다 책상 위에 있던 프로폴리스액를 목 끝에 떨어뜨렸다. 이걸 마신다-고 할지, 먹는다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목이 따땃해지는 느낌과 함께 순간 칼칼하게 걸린 무언가가 녹는 기분이 들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이 프로폴리스는 내가 살아가며 받은 마지막 선물이고, 이제 그것도 바닥이 보인다. 무엇으로 막을 수 있을까. 



오늘은 이야기도 흐른 탓에, 

유독 마무리가 어색하다. 답게 썼다. 

거짓말 없는 마음이라 그거 하나는 다행이다. 

마음은 정말,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우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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