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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Oct 22. 2019

켠 김에 왕까지 같은 삶

♪Raon Lee - Philosophy of adversity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야
내일의 나야
제발 한탄하지 말기를 



♪Raon Lee - Philosophy of adversity


지금까지 살아오며 열과 성을 다했던 분야를 하나 꼽자면, 지금은 삶을 유지하기 위해 끊은 '게임'이다. 어려서부터, 무언가를 잘하면 게임을 사준다는 부모님의 교육(...) 덕일 수도 있겠지만, 삶의 여러 가지 것들 중에, 게임만큼은 무언가 끝까지 하는 것에, 누구보다 잘해야 한다는 것에 목을 맸던 것 같다. 


그래서 당시에 게임을 한창 즐길 때는 그 게임에서 볼 수 있는 화면을 다 보는 것을 목표로 했었더랬다. 즐겨보던 프로그램 중에도 < 켠 김에 왕까지 >라는 것도 있었지. 아직도 기억나는 내 켠 김에 왕까지의 최고 기록은 모 RPG 게임의 엔딩까지 81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이었다. 아마, 그렇게 학창 시절을 보낸 터에 지금 이렇게 사는 걸지도(?) 모르겠다. 아, 그래서 이직을 안(못)하고 있는 건가.






인생도 하나의 게임 같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인생은 그렇게까지 재미있진 않아 어느 순간인가부터, 간절함이 사라졌다. 아마도, 살아오면서 남들과 같은 풍파가 없기도 했을 테고 - 그러니까 뼈가 부러진다던가 하는 이런 이야기다. 삶은 충분하니 바람 따위 좀 안 불었음 한다 - 반대로, 연이어 이루어지지 않는 순간들에 다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무언가를 바란다는 마음이 닫히게 된 것 같다. 박차고 오를 바닥도, 맑은 하늘도 없이 어중간하게 부유하는 기분이다.






그래서 오히려 이번 주에 있었던 중간고사는 참 아이러니하게 게임 같은 기분으로 치렀던 것 같다. 어릴 때는 '모의'고사의 긴장감이나, 시험지를 빽빽하게 채워야 개운했던 문과생 특유의 시험의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마치 '틀린 그림 찾기' 나 퀴즈 게임 따위의 기분으로 치렀다기 보단, 다녀왔다. 보통 게임을 할 때 공부하면서 하진 않지 않나. 공부를 안 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성인이 되어서도 시험 뒤의 답안을 맞춰보고 공부했던 자료를 강의실 복도에서 다시 훑어보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무언가 찜찜했다. 오락실에서 마지막 판을 깨긴 깼는데, 마지막에 이름을 남길 수도 없는 정도의 그런 점수를 받은 그런 기분? 무언가 요즈음 유독 이 '부유하는' 기분의 이유를 알 것만도 같았다. 아마 이 이야기 속에 그 답이 있을 것 같은데, 일단은 시험이 끝났으니 내일 출근 전까진 공부도 안 한 주제 머리도 식힐 겸 오랜만에 게임을 좀 해야겠다. 





공부엔 관심은 없지만, 뭐랄까 다니고 있는 것만으로도 순간순간 깨닫는 것들이 많은 것을 보면, 그래도, 학교는 학교고, 무언가 묘하게 자존심이 상하는 기분이 드는 걸 보면 시험은 역시 게임 같은 건 맞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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