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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Oct 26. 2019

가을 바다에 빠진 날

♪Jclef - dive in island

우린 실체가 없을지 모를 섬을 위해
나침반도 지도도 없이 계속해.


♪Jclef - dive in island



" 수영 한 번 해보세요. "

" 아냐, 물에 들어가는 거 싫어. "


이상하게 요즘 나의 주변은 수영 붐이 왔다. 회사에서도, 광고주 분들도, 학교에서도, 지인도 이상하게 수영을 시작하는 분위기다. 날도 추워지는데 말이지. 폐활량도 좋아지고, 어깨도 넓어지고, 재해의 순간에 살 수 있다는 이유도 들었다. 어찌어찌 건강이라는 이유는 좋지만 말이야, 재해의 순간이라니. 웃어넘겼던 그런 일이, 그런데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하 답답한 마음이 해소될까 싶어 가을의 바다를 찾아갔다. 낚시라는 이름으로 갔지만, 사실 낚시는 하나의 아이템이었지 내 기준에서는 바다가 보고 싶었다. 오길 잘했다 싶었고, 불가사리를 한 마리 잡았더랬다. 마침 둥둥 떠 있는 누군가의 낚싯줄도 같이 건져 올려진 터에 끊기 위해 바다와 맞닿은 방파제까지 걷는 와중에 미끄러졌다.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이미 몸은 바닷속에 들어가 있었다.


해수욕장과 같은 수심이 아니어서 발을 한 번 헛디뎠을 뿐인데, 순식간에 가슴까지 빠져버렸다. 위에 고한 이야기처럼, 난 온천이 아닌 이상 물에서 노는 것을 싫어해서 그렇게 빠진 순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게 몇 년만의 입수지? 라는 우스운 생각이었다. 한두 번 정도 허우적거리다 나오니 입고 있던 신발이나 속옷까지 젖어있었다. 당연한 결과지만. 으, 이런 기분이 싫었던 거다. 거기에 바닷물이라 껍쩍껍쩍한 - 딱 이 단어의 느낌이었다 - 느낌이 으으. 급한 대로 근처 휴게소에서 그나마 팔고 있는 반바지와 아쿠아슈즈를 샀다. 입수도, 반바지도, 아쿠아슈즈도 모두 어색한 것 투성이의 순간이었다. 참고로 반바지도 십 년 만에 입는 것 같다. 집에서도 사시사철 긴 잠옷을 입는걸.






막상 그렇게 십여 년 만에, 아니 아마 더 되었을 테지만 물에 빠지고 계절에 맞지 않게 갈아입고 나니, 막상 별 생각이 들지 않아 바닷물이 온몸에 말라 달라붙은 채로 놀았다. 속옷도 안 입은 채, 맨발- 반바지 차림에 긴 카키색 야상을 입고 섬마을 바닷가에 있다 보니 조금 변태스러운 형상이긴 했지만, 그래도 이 것도 추억이랍시고 같이 갔던 사람들과 웃고 놀았던 것 같다. 낚시는 실패했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


물론 다시 현실로 복귀하는 순간에는 정신을 차리고 급하게 바닥에 질질 끌리는 트레이닝 복과 새 신발을 구매하고 서울로 돌아왔지만. 집에 돌아와 뒤늦게 샤워를 할 때서야 따가운 소금기와 나도 모르게 생채기 난 곳들을 발견했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을 경험하고 돌아오니, 고민과 답답함으로 쌓아놓은 일들이 조금은 우습게 느껴졌다. 물에 들어가는 게 그렇게 싫었는데, 잘 놀다 온 것처럼. 어쩌면 지금 고민하던 것들을 그냥 확 저질러버려도, 걱정하는 것보단 별 일 없을 수도 있겠다 싶은 뭐 그런. 사실, 그러지 말자고 떠난 여행이었던지라 이런 생각 역시 우습긴 하지만. 마음이야 어떻든 오늘도 여전한 기분으로 살아가고 있고, 그저 신기했던 가을 바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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