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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Nov 01. 2019

누구를 탓하고픈 마음은 없어

♪백예린 -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

나도 모르는 새에 피어나
우리 사이에 큰 상처로 자라도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



♪백예린 -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


사람 마음 참 모르는 게, 누군가와 대화를 통한 온기가 그립다는 이야기를 하루하루의 기록에 녹이면서, 사실 나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것이 퍽 불편하다. 온전하게 좋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에서의 대화 대부분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날에는 출근을 하자마자 가방을 풀고 노트 하나를 덜렁 들고나가 해가 질 즈음 자리에 앉게 되는 날도 더러 있다. 그때는 그렇게 소망하던, 타인과의 대화를 쉴 새 없이 한 날이다. 그 대화의 이름은 보통 '면담'이라는 이름이거나, '협상'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오늘은 그래도 조금 다행이어서 해가 지기 직전, 건물 옥상 즈음에 햇빛이 걸려 있을 즈음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위와 같은 이름을 가진 대화는 대부분 무거운 공기를 머금고 있어, 자리에 앉았을 때 짐을 한껏 나르다 온 것처럼 어깨가 절로 추욱 처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마 실제로 손가락 한 마디 정도는 가라앉았을 테다. 이러한 대화들이 건너편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인데, 부족한 탓인지 진심이 덜한 건지 입이 얼얼할 정도로 이야기를 했음에도 마냥 불안하기만 했다. 





"그냥 일만 하고 싶어." 

"이 것도 너의 일인데?"


지금 나의 업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지인에게 가벼운 푸념을 하니, 가볍게 돌아온 답이었다. 아니, 그래도 나도 말이지 매일 같이 '화이팅' 넘치는 이야기를 하고픈 건 아니지만, 매일 같이 '파이팅' 넘치는 대화를 하다 보니, 조금은 기운이 날만한 주제로도 이야기를 하고픈 마음을 가질 수도 있는 것 아닐까. 말장난 같지만 진심이다. 


이런 생각이 쌓이고 쌓이다 보니 우습게도 나에게 무거운 이야기를 건네는 상대방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아, 상대방도 오죽에 답답하면 나에게 - 이렇게 대화도 잘 못하는 - 이야기를 건넬까. 이해를 하려다 보니 이해가 된다. 이런 이야기를 건네는 상대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나도 당신에게 잘못한 건 아니니, 잘못하지 않은 사람끼리 조금 어깨에 힘을 빼고 이야기를 나누자. 






다시금 '화이팅' 하겠다는, 함께 하자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었다.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오랜만에 꽤 기뻤다. 그러니까, 적어도 이 밤에도 아직 얼얼한 턱이 보상받을만한 정도의 기쁨이었다. < 진흙 속에서 핀 꽃 > 같은 음악을 걸어놓을까 싶다 역시나 어떤 대화에서도 서로를 탓하지 말하는 다짐을 하고자 틀어놓은 노래를 다시 한번 반복했다. 그저 대화라도 할 수 있음에 감사해야지. 그래도, 혹여 있을 내일은 수다까지는 아니고, 그저 대화 정도면 감사하겠다는 투정은 조금만 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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