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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Nov 03. 2019

단조로운 일상 속 복잡한 마음

♪ヨルシカ - 言って(말해줘)

있지, 하늘이 파랗다는 걸
어떻게 전하면 좋은 걸까?
밤의 구름이 높다는 걸
어떻게 하면 너도 알 수 있을까?


♪ヨルシカ(Yorushika) - 言って(말해줘)


어제는 블리자드에서 새로운 게임 발표로 < 디아블로 4 >를 내놓았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이 시리즈를 즐겨왔던 팬 입장에서는 전작의 발표 후 4년 뒤 출시되었던 기억이 떠올라, 이번엔 내년 즈음엔 만날 수 있기를 기대했다. 사실 이 게임은 팬들 사이에서도 '수면블로'라고 불릴 정도로 반복적인 '파밍'을 해야 하는 어쩌면, 지겨운 느낌의 게임이지만 그 반복 작업에서 느껴지는 매력이 있다. 물론, 눈은 감은 채로. 지겹다가도 오랜만에 하면 그게 또 재미지다. 






얼마 전, 내가 이렇게 마음이 참 싱숭생숭 한 건 반복적인 이 업이 이젠 질렸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도 답했지만, 오늘도 새삼 깨달은 사실이지만 그건 틀렸다. 고하자면, 난 스무 살에 일을 시작한 이래로 주말에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하는 것을 싫어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주말에 일을 하면 피곤하면 피곤했지 일 자체에 '싫음'이라는 감정을 투영한 적은 없다는 말이다. 꼭 굳이 주말이 아니더라도, 한 회사에서도 십 년 정도 했으면 지겨울 법도 하겠지만 다행히 그렇진 않다. 가끔은 재미있다 느끼기도 한다. 그러니까 항상 재미있다는 건 아니지만, 그런 감정이 생길 땐 나도 조금은 신기하고, 오늘도 다행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모두가 나와 같은 마음은 아닐 테고, 그래서 지난번 남겼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보통 '새로운 것을 찾아간다.'라는 말을 열에 아홉은 듣는다. 조금 우스운 이야기를 덧붙여보자면, 그렇게 떠난 뒤, 같은 업종으로 옮기는 사람이 팔 할이고, 생각보다 좁은 업계라 보통 그런 분들은 어딘가의 경쟁 피티 현장에서 만나기도 한다. 세 조직이 경쟁 피티를 하는데 모두 이전에 내 (직속은 아니지만) 후임이었던 분들로 차 있던 자리도 있었지 뭐야.  





 

대화를 나누면서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사실, 이유는 또 살아가는 일상이 단조로운데 있겠다. 마치 네 번째 나와도 비슷한 패턴이 예상되는 신작 게임처럼. 사실, 매일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만들어내야 하는 직업임에도, 그 마저도 지루할까 남의 이야기'들'을 만드는 일을 선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야기를 만드는 일 자체도 하다 보면 지루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잠시 쉬었다, 다시 하고픈 마음이 들겠지. 막연하게 그렇게 생각한다.







사실,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각자가 가진 여러 가지 마음이 복잡하게 있을 텐데 상황도, 표현도, 생각도 단조롭기 그지없다. 그렇다 보니 대화를 나누어도 나는 나대로 단조롭게 답하게 되고, 아마 상대방은 그런 나의 답에서 또 섭섭함을 느낄 수도 있겠다 싶다. 미안합니다. 저도 한낱 월급쟁이 인걸요. 이렇게 마음 저 편의 복잡한 것을 말로 표현하기엔 어렵고, 타인으로부터 끄집어내기란 더욱이 어렵다. 저 지겨운 게임을 기다리는 마음처럼. 


표현하고픈대로 표현할 수 있었다면, 그대로 세상이 돌아간다면 우리네 세상은 밝고 아름답기만 하겠지. 대충 늘 하던 일을 마치고, 그렇게 잠시 복잡한 마음 중 일부를 서로 나누며 퇴근한 날을 복잡하게 써 내려가 보았다. 그렇게 복잡하고, 단조로왔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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