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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Nov 03. 2019

여행을 가고 싶게 하는 무언가

♪きのこ帝国 - Tokyo

하루하루
너를 떠올리며 머릿속에 그리는
단지 그것만으로 숨 쉬고 있어.



♪きのこ帝国 ( 버섯 제국 )  - Tokyo


"일본에 가면 꼭 하는 게 있으세요?"

"에, 글쎄... 꼭 하는 거라면..."


일본으로 자주 떠난다는 이야기누다 받은 질문이었다. 자주 가면서도 막상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구먼. 일본은 최근 4년 사이에 스무 번을 넘게 갔으니 꽤 적지 않은 정도로 다녀온 것 같다. 익숙해진 이후엔 갑작스레 하룻밤 동안 충동적으로 다녀오기도 했으니, 어쩌면 잘 나가지 않는 서울 번화가보다 일본의 어딘가가 더 익숙할 정도이다. 같은 기간 이태원이나 홍대를 거닌 횟수보다 시부야를 돌아다닌 횟수가 많으니 도쿄 같은 경우엔 '여행'이라는 단어를 붙이기엔 어색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서울 촌놈이 '이태원 여행'이라고 말하면 이상하잖아.  






그래서, 사실 일본에 가서 꼭 하는 것이라는 질문에 무어라 꼭 짚어 답하기 애매했다. 처음 방문해서 신기했던 몇 번에는 많은 관광객들처럼 돈키호테나 드럭스토어를 귀국 전 날 밤에 꼭 들렀던 기억도 있긴 한데, 굳이 지금에 와서 꼽자면 동네 마트나 일본어로만 가득 찬 술집을 방문한다 정도겠다. 사실, 이 것도 꼭 한다고 하긴 무엇하다. 허세 돋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기분으로는 그냥 집에 들어가는 길에 장보고, 술 마시는 기분으로 가는 것 같다. 엄청난 의미나 사명감으로 간다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저 입구의 < No music, No life > 로고를 볼 때마다 오글거리면서도, 두근거린다.  


그래도 일본, 그중 도쿄에서만큼은 이렇게 익숙한 와중에 '꼭' 하는 것 중에 하나가 있는데, 바로 사진의 < 타워레코드 본점 > 방문이다. CD로 음악을 듣는 것이 어색해진 시대에 8층짜리 레코드 샵이라니. 저렇게 큰 건물인데 처음 도쿄에 방문했을 당시에는 찾지를 못해 가을밤에 땀나도록 시부야를 돌아다녔던 기억이 있다. 폐점 10분 전에야 간신히 도착했었지.




몇 달 전 방문 때 본 < 녹황색사회 >. 운 좋게 방문한 날 라이브 공연이 있어 볼 수 있었다. 이런 우연찮은 즐거움도 주는 곳이다.


보통 이 레코드샵에 들어가면 평균 2-3시간 정도를 돌아다니면서 보낸다. 어떤 때에는 연일 이어서 방문할 때도 있으니, 아마 모르는 사람에게 도쿄에 가서 이렇게 보낸다 하면 시간 아깝다고 할지도 모를 일이겠다. 그래도, 한국에서는 흔하게 할 수 없는,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CD를 히라가나 순서대로 더듬으며 발견하고 그들이 다녀간 흔적을 살펴본다던가, 비치되어있는 청음용 CD를 처음부터 끝까지 돌려 듣다 보면 저 시간도 부족할 때가 있다.






중2병답게, 음악은 유일하게 허락된 마약이니(...) 그런 우스갯소리로 넘길 수도 있겠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도쿄는 이제 딱히 어딘가를 보기 위해 간다는 그런 목적으로 떠나는 것이 아니기에, 그저 한껏, 마음껏 슬퍼하고 우울하기 위해 떠난다. 이 전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남겼었다. 지금 살고 있는 서울 바닥도 잘 돌아다니지 않는 터에 내 방을 제외하면 온전하게 내 마음이 묻어난 '장소'이다.




바쁜 일정을 마치고 가을 분위기가 물씬 나는 교토를 갈까, 조금 더 추워지기 전에 삿포로에 있다는 파란 맥주를 마시러 갈까 고민을 하던 찰나 저 질문 덕분에 꽤 빠른 시일에 떠나는 도쿄행 비행기를 예약했다. 그런 기분이기 때문이다. 여행을 포기하고 나니, 한숨이 조금 잦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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