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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Nov 05. 2019

그래, 우리는 강해질 거야. 더.

Harder Better Faster Stronger

Work it harder
Make it better
Do it faster
Makes us stronger



♪Daft Punk - Harder Better Faster Stronger ( 이이언 cover ) 


비교적 어릴 때, 일을 이렇게 배워왔던 기억이 있다. "저 사람처럼은 살지 말아야지, 하지 말아야지." 보통, 이 단순한 원칙만 지켜도 일을 하는 데 있어 많은 문제가 해결이 되었던 기억이 있다. 아버지께 배웠다. 초등학생이 < 반면교사 >라는 사자성어를 알고 있었으니 나름은 성숙했다 생각한다. 그리고, 그 원칙 중에는 게으른 상사나 선배의 모습들이 있었고, 당연히 그와 반대로 난 열심히 일을 했다. 상대적이지만, 적어도 내가 봐온 선배보단 말이다. 


글을 업으로 삼던 시절에 정말 잘 쓰고, 많이 쓰고 돈을 벌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펜을 놀리고 타자질을 했던 터에 손 끝이 갈라지고 피가 흘렀던 때도 있었다.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알려본 적도 없는 무명 에디터가 십 년 차 직장인의 월급에 가까운 돈을 벌었던 일견 무식하지만, 확실했던 방법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울리지는 않지만 어엿한 '후배'들이 생긴 터에 심심찮게 우리는 어떻게 먹고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종종 논하는 자리가 있다. 오늘도 그런 자리가 있었다. 위와 같은 선배가 되지 않아야겠다며 살았더니만 다행히도 이런 자리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기쁨 - 보다는 안도감에 가까운 기분을 느꼈다. 


그런 안도감이 무색하게 사실 그들에게 건넬 수 있는 건 내가 경험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최대한 꼰대라고 찍히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말하는 것뿐이었다. 이랬더라, 저랬더라. 아니 아니 나처럼 하라는 건 아니야. 이런 경우도 있단 거지 뭐. 어휴 구차했다. 






" 뭐, 계속 아프다 보면 무뎌지겠죠. 괜찮아요. "

이야기의 말미, 저 후배의 대답이 어쩜 그리도 아팠는지. 해줄 수 있는 말도 없었고, 나도 이건 누군가에게 배우지 못했다는 핑계로 그저 그 자리에서 웃어넘길 수밖에 없었다. 선배가 그렇게 컸다고 해서 후배도 그렇게 살면 어쩌니. 나도 선배들 모습과는 달리 살아가려 노력했는데, 당신도 그렇게 살지 말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삼켰다. 뱉어버리고 나면, 지탱하던 무언가가 무너질 것만 같은, 막연한 기분이었다. 그렇다고 더 좋은 말도 없어 그저, 덜 아팠으면 한다고 넘어갔다.   






이야기를 마치고, 일을 하다 하 답답한 마음에 잠시 바람을 쐬러 밖으로 나가는 중에 어떤 직원을 마주했다. 회사 휴게 공간에서 학습지 선생님과 히라가나를 배우고 있는 모습이었다. 휴게 시간은 아닌데. 노력하면 돌아올 미래에 대한 씁쓸한 대화가 떠올랐다. 그냥 그랬다. 


자리에 돌아와 노동요를 틀었다. 유독 들리는 가사가 있었다. 영어에서 '-er' 은 보통 무엇 무엇을 하는 사람이라던가, 더 무엇 무엇하다에 쓰이는 말이다. 귀도 마음도 얼얼해졌다. 우리가 '언젠간' '더' 행복해졌음 한다는 못된 생각을 했다. 원곡은 참 신나는 음악이지만, 가사는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새삼 깨달은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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