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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Nov 09. 2019

글 쓸 새 없이 바쁜 일상이란.

♪자우림 - 스물다섯, 스물하나.

영원할 줄 알았던
스물다섯, 스물하나.
스물다섯, 스물하나.




글을 쓴다라는 행위는 글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이런 일상적인 이야기들이나 분량은 사실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는다. 시쳇말로 '야마 ( 글이나 작품의 핵심 주제 따위 )'만 뽑아내면 그다음부터는 내가 쓰는 것이 아니라 손이 알아서 움직여 써진다고도 누군가가 그랬지. 내가 쓰고 있는, 일기 같은 이런 이야기들은 꼭 그런 것이 없더라도 그냥 쓰면 된다. 모르겠지만, 어릴 적 그림일기를 쓰고 그리며 그림을 어떻게 그릴지 고민은 해보았지만, 어떤 글을 적을지는 고민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곧잘 썼다. 






그러니까, 이번 주는 유독 바빴다. 그리고 바쁘다. '바쁘다'라는 말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면 힘들고 지친다 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을'의 입장에서 일을 하다 보니, 바쁘다는 건 다행히 찾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감사할 일이다. 


그런데 바쁘다고 해서 글을 쓸 시간 정도도 없이 바빴다는 건 사실 핑계다. 왜 연인 사이에도 그런 말이 있지 않나. 담배 피우고, 밥 먹고, 화장실 갈 시간은 있었으면서 나한테 연락할 시간은 없었어? 사실 글을 하나 쓰는 건 그만큼의 시간과 비슷한 느낌이다. 






다만, 글 쓸 새 없이 바빴다는 핑계는 '시간' 적인 문제보다는 다시 또 '야마'의 문제가 더 컸던 탓이다. 너무나도 글감으로 쓸 만한 야마가 많았고, 그 야마는 하나같이 야마 도는, 그러니까 화가 나는 일들 투성이었다. 그래서, 정말 이번 주에는 평소에 사무실에서 내지도 않던 화까지 냈지 뭐야. 스스로가 화를 내고 있다는 사실에 또 화가 났었다. 


바쁘게 살고, 마음에 치어 살다 보니 사실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어떤 마음인지 스스로 모르고 있었는데, 나도 구경도 못했던 가슴속에 응어리 진것들이 한 번에 터져 내기 시작한 화 뒤로 속에 있던 욕지기들이 목 끝까지 차오르고 멈추질 않는다. 내가 느끼던 것보다 내가 참 많이 망가졌구나 싶어 그런 내 모습을 글로 남겨놓기 싫어 글을 쓰지 않았더랬다. 그러니까, 핑계지만 핑계가 아니다.  






새삼, 이렇게 살아왔던 것들이 옳다고 생각한 적도 없지만, 틀리다고 생각한 것도 없는데, 요즘엔 문득 과거의 나에게 되묻고 싶다. 이 것이 당신이 바라던 삶이었냐고. 그래서 지금의 내가 이런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이냐며 조금의 원망을 했다. 정말 그만큼 글 쓸 새 없이 마음이 바빴던 일상을 살고 있다. 쥐어짜서 글을 썼다. 기분이 나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그저 먹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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