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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Jul 29. 2019

<롱샷>을 보고 위아더월드를 외치다.

장르는 로맨틱 판타지(?) 입니다.

난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어.
Fred Flarsky



♪OK Go - This Too shall Pass ( long shot OST )




아기자기한 장난감을 좋아하는 편이라, 가끔 맥도날드의 해피밀 상품으로 관심이 가는 것이 나오면 한 번씩 사 먹는 편인데, 한 때 대란이었던 슈퍼마리오 해피밀 때의 이야기다. 우리 집 앞에는 맥도날드가 있어서 비교적 줄을 서기 좋았는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 주말 아침 일찍 잠옷 차림으로 예의 그 슈퍼마리오를 구하러 나갔다.


이제 막 바닥 청소를 하는 점원들이 있었고, 나와 같은 잠옷 차림의 커플, 어딘가에서 밤을 새우고 온듯한 남성, 그리고 이 동네에 거주하는지 알 길은 없었지만 외국인 서너 명이 하나같이 해피밀을 주문하고 있었다. 마리오 앞에선 모두 같구나. 나도 모르게 절로 "위아더월드네." 라고 중얼거렸었다. 오늘 영화를 보고 나오며 생각했던 말과 같았다.





넷상에서는 이 단어가 조금 잘못 쓰이는 것 같은 기분이지만 말을 빌어 최근의 영화계는 PC ( 정치적 올바름 : Political Correctness ) 요소가 다분히 들어간 영화들이 나오고 있다. 어느 영화라 굳이 지칭하지 않고 떠올려 보시라.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느끼시는 대로이다. 문화는 일종의 사회 현상을 대변하는 좋은 장치라는 점에서 이런 요소들에 대해 부정적인 편은 아니지만, 평론이 작품보다 그러한 요소에 몰리는 현상이나, 작품 고유의 설정을 붕괴할 수준의 작품은 역시 꺼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적당히. 




사설이 길었다. 오늘 할 일이 없어 비적비적 나가서 보고 온 영화였던 < 롱샷 > 은 본래의 목적처럼 킬링타임 요소가 가득한 영화인 동시에, 위에 설명한, ( 내가 느낀 ) 최근 영화 풍토 속에서 '적어도 내 기준으로는' 가장 < 위아더월드 > 스러웠던 영화가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작품은 내내 직설적으로 '판타지'임을 상기시켜주는 요소가 가득하다 느꼈기 때문이다. 마법을 쓰는 것만이 판타지는 아니다. 변변찮은 마법이 안 나오는, 영화 속에서도 등장한 < 왕좌의 게임 >처럼 말이다.




완벽한 여성 국무총리 샬롯(샤를리즈 테론)과 너드 끼가 다분하지만 그만큼 필력도 오지는 기자 프레드(세스 로건)가 과거와 보이즈투맨으로 엮이면서 이루어지는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포스터를 보면 그렇다. 원 포스터는 조금 더 의미심장한 문구를 담고 있다. < Unlikely but not impossible > 의역하면 '어렵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 정도일까.


신데렐라도 처음 왕자를 만났을 땐 예쁜 드레스를 입었다(...)


이 둘의 로맨스는 시놉시스에서부터 판타지다. 완벽한 여성인, 그리고 대통령 앞에서 자신을 지지해달라 말할 정도의 야망이 있는 여성이 파티장에서 만난 과거의 옆집 동생에게 일을 맡기고, 사랑에 빠진다? 일단 개연성이 없다. 갑자기 총알이 날리는 씬에서 베드신으로 넘어가는 것도, 무엇 하나 개연성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마음 편하게 볼 수 있었다. 그저 판타지라고! 제작진이 그렇게 말하는 것 같은 요소들이 곳곳에 있었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현대판 판타지라고 보기 시작하면 편하게 볼 수 있다. 미국식 개그와 현실의 부조리함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면서 그 < 편견과 위선 >을 깨뜨릴 때의 카타르시스를 관객들이 느낄 수 있도록 아낌없이 보여준다. 논리적으로 파고들 필요 없이 단순하게 보면, 전하고자 하는 말을 주인공인 '프레드스럽게' 전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보면 샬롯의 ( 정말로 ) 약 빤 연기마저도 용서할 수 있다.



 적절한 수위로 사회를 꼬집을 수 있었던 건 배우들의 연기 덕이 컸다.

백인 남성 우월주의를 비꼬는 풍자 요소들 - 그러니까 요즘 말로 PC 라 부르는 - 역시, 적절한 배우들의 연기로 유연하게 풀어나갔다. 스토리도 더 무찔러야지! 결국은 정의가 승리했다! 이런 요소들을 거북하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배치했다. 그렇기 때문에, 샤를리즈 테론의 마지막 부분 연기는 < SWAG >이었다. ( 영화로 확인해보시길. )




여러가지 요소 덕분에, 위 사진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어색하지 않았다.


결국 흔한 로코처럼 주된 내용은 '사랑' 이 관통한다. 이런 이야깃거리가 나올 주제를 풀어냄에 있어서 다양한 표현 방식의 영화들이 나오는 가운데 사랑을 선택한 데에는 결국 '사랑 앞에 우선 되는 것은 없다. '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까, 남녀 간의 사랑뿐만이 아닌 샬롯이 영화 전반으로 주장하는 환경문제와 같이 지구마저 사랑하는 그런. 사랑은 어렵지만 불가능한 일들도 어쩌면, 이렇게 가능하게 한다. 마법 같다. 이 것이 판타지가 아니라면 무엇인가. 영화는 꽤나 우직하게, 그리고 유쾌하게 하고픈 말을 잘 밀어붙였다.



팬심을 조금 담아 추천하는 < OK GO >


영화와 함께 뉴트로 감성으로 많이 회자되는 OST 인 보이즈투맨 이랄지, 샬롯과 프레드의 댄스 씬의 음악 대신 <OK GO>의 음악을 글 위에 달아놓은 것은 이와 일맥상통하다. 뮤직비디오를 찍기 위해 음악을 내는 밴드라고 할 정도로 재미있는 연출을 하기로 유명한 이 밴드의 이 뮤직비디오는 어쩌면, 이 영화와 닮아 있다. 우당탕탕. 여러 번 실패도 했을 것이고, 그만큼 저 뮤비 마지막 모두의 환호는 진짜였을 것이다. 이 영화도 그렇다.


누군가에겐 여러 가지 요소가 불편했을 수도 있고, 혹은 국내 포스터처럼 그저 재미있는 로맨틱 코미디로 보일 수도 있지만, 조금만 사랑을 담아 본다면, 다양한 편견과 시선을 가진 요즘 시대의 관객들을 포용하기엔 또 이만한 영화도 드물지 않을까. 적당한 기분으로 즐기기 좋은 영화였다.





그래, 위아더월드지 않나.

서로 사랑하면,

그걸로도 괜찮을 세상이고, 그런 영화다.  

어렵지만, 불가능할 것도 없지 않나.

( Unlikely but not impossible )



   

* 여담으로, 번역이 살린 영화라고도 생각되어 나오는 길에 검색해보니, 데드풀을 번역했던

황석희 번역가님이었다. 덕분에 미국식 유머를 최대한 거부감 없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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