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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Nov 12. 2019

삶에 '컨티뉴' 버튼이 있었더라면

♪sumika - ふっかつのじゅもん

독을 마시더라도 견디며
빛이 비치는 곳,
손뼉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화살이 박혀도 견디며
억지로 나아가



♪sumika - ふっかつのじゅもん ( 부활의 주문 ) 


어릴 적에 놀 거리가 지금보다 부족하던 때는 오락실에 퍽 많이 다녔던 기억이 있다. 어떤 게임도 잘 하진 못했지만 적당히 즐길 정도로는 했던 것 같은데, 특별히 기억이 나는 것이 있다면 어지간한 게임은 '100원'만, 그러니까 원 코인만 했던 기억이 있다. 묘하게 죽고 나면 급 의욕이 식어버리기도 하고, 무언가 뒤에 있을 '형들'에게 자리를 스을 비켜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어린 시절의 오락실에서는 어지간한 게임의 끝을 본 기억이 없다. 






컴퓨터가 보급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에뮬'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오락실에 있던 게임들을 즐겨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 보통 게임을 했다는 사람이라면 한 번 즈음은 다 해보지 않았을까 싶다. ) 그때는, 어린 시절 못 보았던 게임들의 엔딩을 보기 위해 쉴 새 없이 '컨티뉴' 버튼을 눌렀던 것 같다. 그러니까, 어린 시절의 기억이 못내 찜찜했던 터였다. 뭐든 하면 끝은 봐야지.  분명 그런 마음이었을텐데 오락실에서 할 때는 4~5 스테이지까지 갔던 게임이, 묘하게 컴퓨터로 하니 1 스테이지에서 죽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오늘은 하루 종일 현기증이 나고 헛구역질이 났다. 몸살이었는지, 스트레스인지는 모를 문제이지만, 살짝 얇게 입고 나온 추위 탓으로 돌렸다. 그렇지 않으면, 뭐랄까 게임이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것 같은 뭐 그런 기분이랑 비슷했다고 치자. 학교를 간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자리에서 일어나 저녁 퇴근길의 북작이는 도로에서 문득 떠오른 사실인데, 사실 그때 컴퓨터로 몇십 번씩 컨티뉴를 눌러가며 보았던 게임의 엔딩이 기쁘지 않았던 건 어쩌면 '다음' 이 있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100원으로 할 때 가지던 그 간절함이 없어서였을까나. 






이 즈음까지 쓰고 보면, 이 하루의 마무리는, 인생은 컨티뉴 버튼이 없으니, 그만큼 힘들어도 의미가 있고 재미있는 것이다, 로 끝내면 좋겠지만 어쩌면 지금 어떤 순간순간에 '그래, 힘들어도 이런 게 있으니까, 저런 것을 보면서 참자' 따위의 컨티뉴 버튼을 쉼 없이 누르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다. 철없던 시절처럼 순수하게 한 번의 코인만 넣고 즐겼다 일어나기엔, 너무 돈을 많이 넣어 어떻게든 엔딩을 봐야겠다는 그런 오기일 지도 모르겠다. 컴퓨터로는 버튼 하나면 충분했는데, 코인 값이 왜 이리 비싼 걸까.   


그나저나, 이 게임. 

엔딩은 있나요? 깨 보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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