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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d Nov 14. 2019

소리를 내어 침묵을 뱉었다.

♪Mot - Perfect dream

날 지켜주던 침묵들이 내게 말했지
여기서 모든 걸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고
오늘이 지나면 조금은 나아질지 모르죠
모든 게 사라진 완벽한 꿈속에 잠들면



♪Mot - Perfect dream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났는데, 아침부터 질타를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무술의 고수들은 자신의 신체에 다가올 위험을 미리 감지한다고도 하는데, 다년간의 사회생활도 이렇게 미리 위험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 신기했다. 질타에 대한 스트레스라기 보단, 그냥 그런 신기한 기분으로 출근을 했고 놀랍게도 아침부터 질타를 들었다. 심지어 예상했던 부분의 이야기였다. 그렇다고 내가 잘못한 건 아니었다. 그냥 그 내용일 것이라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그저 날카로운 이야기들을 들으며 점을 쳐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알고 맞는 매가 덜 아프다고는 해도, 아픈 건 아프다 보니 그렇게 점심에 먹은 것들은 화장실에 모두 뱉어버렸다. 그렇다고 뭐 서럽다는 기분이 몰려들거나 그렇진 않았더랬다. 잘 듣는 가루 위장약이 마침 다 떨어져 간 터에 다음 주에 일본에 가면 사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엔 부쩍 토하는 때가 많아서 이러한 기분이 조금 익숙해졌다. 미리 준비한 가글로 입을 헹구고 나오면 아무 일도 없듯이 시간이 흐른다. 새로 가글을 구매했다. 다음 주 초 즈음이면 또 하나를 살 것  같아 큰 통을 하나 구비해둘까 고민을 잠시 했다. 




일을 보던 중에 전화가 울려 받으니, 이번에는 예상하지 못한 찌름이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당황해서 전화가 끊어지자마자 허둥지둥 그 전화의 주제와 관련된 문제가 생겼나 싶어 여기저기에 전화를 해보았다. 아무 일도 없었다. 혹시 몰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아무 일도 없었다. 아무 일도 없었으니, 소리라도 질렀다. 무엇이 잘못된 건지 모르겠지만, 소리라도 질러야 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소용없다는 메아리가 돌아 들려왔다. 그래서 그냥 웃기로 했다. 아무도 듣지 못했을 것이다. 누구라도 들리라고 크게 질렀는데. 침묵과 다를 바 없는 외침을 마치고 지나가는 분에게 웃으며 소리 없이 목인사를 건넸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내일의 나는. 오늘 정말이지 남 일처럼 나를 지켜보았으니, 내일은, 내일은, 내일은, 내일은, 내일은.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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