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세상에서 주변인으로 남지 않는 법
나의 90년대, 초등학교 시절에는, 그 시절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아이들은 방과 후 유독 피아노학원와 컴퓨터학원을 많이 다녔다. (나도 그중에 한명이었다)
도스라는 프로그램이 존재하던 시절이고, 아무것도 모르던 초등학생은 그저 선생님이 가르쳐준 몇개의 입력어를 넣으면 어두컴컴했던 화면이 형형색색의 게임 화면으로 바뀐다는 사실에 마냥 신기해 했던 기억이 난다. 워드프로세서 시험 보려고 디스크도 색깔별로 사기도 했었다. (지금은 아예 존재 하지도 않지만)
인터넷이라는 세상의 문이 일반 사람들에게도 막 펼쳐지려고 꿈틀거리던 시기였다.
전자메일 회사가 여기저기 생겨났고 한국에도 인터넷 커뮤니티 문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차라니 내가 직접 쓰면 어떨까?
그 중 아이돌 커뮤니티가 가장 활발하게 운영되었는데 나 또한 각종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며 한 소설 당 백편이 훌쩍 넘는 각종 H.O.T 팬픽들을 섭렵하고 다녔다. 다음 편 연재를 기다리는게 어쩜 그리 힘들던지 (다음 내용이 궁금해 죽겠다고!)
참을성 없던 나는 이렇게 기약없이 마냥 기다릴바에는 차라리 내가 직접 소설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내가 쓰면 결말은 내 손안에 달렸으니 적어도 다음 편이 궁금해서 안달복달하진 않겠지!
결국, 커뮤니티에 이런 저런 내용으로 (물론 나의 글에서는 여자캐릭터는 나오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상한데, 그때는 내가 좋아하는 가수 멤버들로만 이루어진 우정소설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첫편을 쓰고 난 뒤 뿌듯해하고 있는데 왠걸, 내가 그렇게 마음 졸이며 다음 연재를 기다렸던 팬픽들의 다음편이 마구 올라오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정신없이 읽다보니, 내가 썼던 소설은 어느덧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있었다...
작가님 그래서 2편은 언제 나와요?
그러던 어느날, 한메일 계정으로 메일 한통이 왔다. 뭐지? 이상한 메일은 아닌거 같은데 하고 열어보니,
내가 써놓고도 잊어버리고 있었던 내 팬픽을 읽고 다음편을 기다리다 지친 어느 독자의 항의(?)메일이었다.
내 글에 대한 감사인사를 시작으로 다음 편 연재를 기대한다는 말로 마무리하는 내용이었다. 내 생에 첫 독자인 셈이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우와 신기하다!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렸으면 모르는 사람에게 메일까지 썼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편을 썼냐고? 다음 연재를 기다리는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공감하는 사람으로써 독자에게 최소한 언제 나올꺼에요 라고 회신을 해주고 싶었으나, 한창 친구들과 놀기에 바빴던 초등학생은 결국 답변을 못해주었다고 한다.
나도 멋진 사람이에요!
가끔 타고나기를, 일명 나대는 DNA를 갖고 태어났으면 좋겠다 싶을 때가 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때나, 취업시장에 나를 내놓을때, 철판 백개는 기본으로 깔아놓고 나 이런 사람이에요! 멋지죠! 라고 말할 수 있는 뻔뻔함이 혹은 자신감이 거대해 보이는 세상을 조금 더 내편으로 만들어 주는 것 같다. (나도 이 정도는 쓸 수 있어! 라는 생각이 어린 나로 하여금 직접 소설을 쓰게 했듯이 말이다)
나 자신에게, 넌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라고 자주 셀프칭찬을 해줘야 겠다. 내가 나를 믿어주는 그 믿음이 나를 행동하게 하고, 나를 세상의 중심에 데려다 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