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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도sido Mar 23. 2021

고모





애틋하던 당신의 삶은

끝내 곰팡이 꽃을 피워냈다


홀대를 먹고 자란 하루하루는

염치없는 빈대가 되어

그녀의 꿈을 게걸스럽게 뜯어댔다




무시당하느라

무사할 수 없는 하루가 반복되는 동안

굽어버린 허리엔 무성한 상처




한치도 빛이 들지 못해

천장을 내리치는 빗소리를 견디느라

뼈 마디마디가

그보다 더 괴로운 고함을

견디지 못하고

신경 마디마디가


아주 쉬어버린 밥엔

파리만 날아와 앉았다




그 속에서도 끝내 살아낸 당신


난 박수를 칠 용기가 없다




술 취한 두 인간을 돌보느라

모든 걸 놓아버린 손에는

굳은 주름이 선명해

노동이 조각한 깊은 골짜기


그 골짜기에 아직도 그녀가 산다

모두가 잊은 삶이

혼자 살아 인생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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