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처음 듣는 영어 노래가 흘러나온다.
생소한 말소리들.
살아있지 않은 듯이 살아있는 나의 시간들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
더 검어질 수 있는 하늘
빈 의자와 책상
커피
더는 돌아갈 수 없는 세계를 알아버린 순간. 아이들의 웃음은 나를 밀어낸다. 나는 공간도 없는 채로 그렇게 밀려나다가, 비극. 언제까지 비극이어야 하는지 모를 비극. 커피 한잔과 쓰디쓴 오후. 그 속을 헤엄치는 사람들. 나는 모든 것에 두려워하며 적어나가는 글자. 손가락에서 태어나는 문장들. 아무도 모른 채 그곳에 적혀있을. 원인을 모른 채 아프기만 한 손
오후 7시 30분. 더 어두워질 어둠을 가로지르며 차들이 달리고 있다. 당신은 당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 채로 발걸음을 한다. 반쯤 살아있는 정신이란 그런 것. 그런 모양으로 두려운 것.
어디에서 쓰러져도 모를 단어들이 차곡차곡 쌓이다가 나를 붙잡는다. 우리를 불러 세우면
몇 사람 말간 얼굴로 뒤돌아 볼 뿐이다
신호등이 깜빡이다 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