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도sido Apr 24. 2021

우리가 삼킨 숨과 낮

우리는 자라면서 많은 숨을 삼켰다

때때로 그것은 한숨이기도 했고

숨을 삼킬 때마다 마른침이 내 목을

왁,

막아버린 적도 있었다


그때 막혔던 말이 기억나지 않는 건

다행일지도 몰라


우리는 자라면서 많은 말을 삼켰다



나를 감추려는 옷을 입고

팔자걸음으로 걷다가

질투와 경외를 동시에 하던 어린 눈이

아무리 깊은 마음으로 바란다 한들


그런 사람이 될 수는 없었다



네가 지금 괴로운 건

아직 덜 괴롭기 때문이야

그 날 저녁에도

차가운 말로 얼어버린 내 목을 매만지며

숨인지 말인지 그런 것을 삼켜야만 했던

냉정한 밤이 있었다



행복은 잠시라는 걸 어서 알아야 할 텐데

쯧쯧

끌탕 치는 혀가   인생 같아서

눈물은 삼키지 못했다



흐린 눈을 하던 아이는

선명한 세상을 보았는지 모르겠고

의문만 가득한 백지장을 들고 길을 나서야만 하는

그런 낮이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