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에 가로막혀 혼자 생각했어
세상은 참 시끌벅적하구나
싱긋싱긋 웃는구나
나만 빼고 분주하구나
그 와중에도 누군가는 죽는구나
내가 아닌 누군가가 되길 바라는 밤에는
내 둥근 곳을 스스로 갈아야 했어
아주 아팠어
모난 것을 자처하면서
내 어디를 영영 잃는 동안
계속 울었어
넌 내가 항상 용감하길 바랐지만
난 그런 것 과는 거리가 먼 걸
언제나 주눅 드는 걸
매일 우는 걸
더 이상 질문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데도
계속 묻고 싶었어
돌아올 대답을 아는데도
너는 내게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말했지만
나는 매일 쪼개졌어
너는 내가 세상을 구할 거라고 믿었지만
여전히 난 아무것도 아니고
다잡아야 해
다잡아야 해
그렇게 말하는데
내가 잡고 싶은 건 바람뿐이라서
잡아도 잡히지 않았어
도무지 알 수 없는 기분 앞에서는
쉽게 웃었어
그렇게 쉬워지고 나면
무거운 것들이 날 쉽게 지나칠 수 있을 것 같아서
여러 번 밟혀도 아프지 않을 것 같아서
그치만 아팠어
또 울었어
슬픈 것들을 사랑하는 큰 마음도 있겠지만
나는 매일 쪼개지는 걸
눈물이 많은 네모가 되어가는 걸
누구에게는 그런 큰 마음도 있다던데
난 도무지 불가능할 것 같아
납작한 어둠 속에서 생각했어
누군가 내 슬픔을 대신 사랑해주면 좋겠다
그런 큰 마음의 옆자리에서
새근히 숨 쉬고 싶다
어떤 시간들은 그냥
둥글게 굴러가면 안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