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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밀라 Oct 07. 2022

부모님이 돌아가신 다는 것에 대하여

더 이상 부모님이 살아계시지 않는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가히 상상할 수 없는 그런 영역인 것 같다.


시어머님의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암 판정을 받으시고 수술을 하셨는데 경과가 좋지 못해서 결국 수술 후 한 달여 만에 돌아가신 것이다.

부고를 전해 들은 뒤 바로 내려가고 싶었지만 오빠도 나도 생업을 이어가야 하는 관계로 첫날은 내려가지 못하고 둘째 날과 마지막 날 참석할 수 있게 스케줄을 조정하여 내려갔다.


차를 타고 내려가는 길, 죽음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5세 아이에게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어 "할머니의 아빠가 하늘나라로 가셨어. 그래서 대박이랑 아빠랑 엄마는 하늘나라 가신 증조 외할아버지를 뵈러 가는 길이야."하고 이야기를 해줬다.


아이는 "(증조 외) 할아버지가 하늘나라로 갔어? 하늘나라 가려면 날개가 있어야 하는데 나는 날개가 없어서 갈 수가 없는데." 하기에 "그래서 지금 하늘나라 가신 할아버지를 모셔둔 장소로 가는 거야."하고 이야기해주었다.


장례식장에 도착해서 절을 올리고 상주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아서 저녁을 먹는데 의젓하게 앉아있는 대박이를 보며 '아, 벌써 저렇게 커서 한 사람 몫을 하는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 느낌이 묘했다.


부고 소식을 듣고 제일 걱정이 되었던 것은 어머님.

세상에 한 분 남아계시던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그 마음을 어찌 헤아리리오.

나는 나의 부모님께서 돌아가시기 전까진 알지 못하리라.

살아계신 우리 외할머니를 생각하니 괜스레 애잔한 마음이 더해졌다.


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신 것이 아니라 아프셔서 병으로 돌아가신 것이라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덤덤히 말씀해 주셨지만 그래도 너무 슬플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이제 이 세상에 아빠도, 엄마도 아무도 안 계신 것이니.


그래도 힘이 되는 말씀을 드리고 싶었으나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어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장례식장에서 자리를 지키고 그냥 가만히 있는 것뿐.

밤이 되어 잠시 눈을 붙이러 들어오신 어머님 다리를 잠깐이나마 주물러 드리는 것 밖엔 못했다.


여태 내가 본 장례의 마지막은 출상 후 화장터에서 화장을 하고 뼈가 든 상자를 안고 돌아오는 것이었다.

오빠네 가족은 출상 후 매장을 하고 제를 지내고 돌아오는 것이 장례의 마지막이라고 했다.

아이가 어린 관계로 매장하는 곳까진 함께하진 못했다.


오후 느지막하게 모든 장례절차를 마치시고 돌아오신 아버님과 어머님은 별말씀 없이 당신들을 정돈하신 후 저녁을 준비했다.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어머님께서 아버님께 "아버지 병간호할 수 있게 허락해주고 보내줘서 정말 고마웠어요. 가지 말라고 하면 가서 챙겨드리지도 못하는데 아버지 옆에서 간호할 수 있게 해 줘서 고맙다고 꼭 이야기하고 싶었어요."라고 하시는데 순간 울컥했다.


순간 난 어머님처럼 우리 부모님을 돌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아버지와 함께 있을 수 있게 마음 써주신 아버님께 고맙다고 직접 말씀하시는 모습이 정말 대단해 보이고 상대를 존중하는 모습이 멋졌다고 할까.


그날 어머님은 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보내셨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부모님이 돌아가신 다는 것,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만약, 이 세상에 엄마랑 아빠가 없다면 참 슬플 것 같다.

내가 찾아가고 싶다고 찾아가 뵐 수도 없고 연락하고 싶어도 연락할 수 없는 것이니.

미우나 고우나 내 부모님이고, 지금은 살아계시기에 난 그 소중함을 일상을 살아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인지하지 못하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죽음을 마주하게 되면 그때마다 부모님과 나의 관계를 돌아보게 된다.

평소엔 정신 못 차리고 살다가 이런 일들을 계기로 괜스레 부모님께 전화 연락을 해보고, 부모님 생각하는 마음을 말로 표현도 해보고 보고 싶다고 이야기도 해보고 말이다.


결론은 늘 하나겠지만 "살아계실 때 부모님께 잘 하자. 그리고 내 옆의 소중한 가족과 지금 행복하자."는 것.


죽음과 더불어 '건강'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뭔가 눈에 보이게 +되어야만 이익이 있어 보이고 자극이 되어 더 움직이는 성향인 나는 나름 젊고 몸이 아픈 곳 없이 내 의지대로 다 움직이니 "건강하려면 운동해야지, 건강한 게 돈 버는 거야."라고 매번 수도 없이 입으로만 떠들 뿐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를 마주 보게 됐다.


그리고 운동하지 않으면 100에서 점점 마이너스될 뿐이고, 운동을 해야 겨우 유지라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아니 운동을 해도 유지도 못할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됐다.


정말 아프고 나면 다 소용없다.

오늘 10분만이라도 땀나게 걸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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