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다는 것을 억지로 먹인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사건의 발단은 아침에 아이가 밥만 먹고 닭가슴살만 쏙 남겨서 먹으라고 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렇게 소리 높여 이야기하니 오전 내내 마음이 불편하다.
난 아이에게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걸까.
내가 왜 그렇게 아이에게 큰 소리를 냈는지, 그러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없었던 것인지 복기해 보자.
조미김에 밥을 싼 김밥 9개와 찐 닭가슴살을 찢어서 아침밥을 만들어 주었다.
“엄마, 김밥과 닭가슴살을 찍어먹을 수 있는 매콤한 소스가 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매콤한 소스가 집에 없어. 오늘 하원하는 길에 엄마랑 소스를 사 오자.”
“힝, 냉장고에 빨간 소스 있잖아요.”
“그 소스는 오래돼서 못 먹어. 그러니 오늘 아침만 이대로 먹자.”
“네 알겠어요. 하원하면서 소스 살 거죠?”
“응. 그러자.”
그렇게 아이와 협의를 하고 나는 출근준비를 했다.
출근준비를 마치고 아이 옆으로 왔는데 그릇에 닭가슴살과 김밥 반토막이 남아있었다.
아이는 김밥만 먹고 닭가슴살에 손도 안 댄 것이다.
“왜 닭가슴살을 안 먹었어?”
“안 먹고 싶어요.”
사실 아이가 안 먹는다고 했을 때 내가 먹으라고 이야기하지 않으면 아이랑 싸울 일이 없다.
하지만 나는 안먹는 다는 음식도 챙겨먹여야 하는 아이 엄마다.
이 말이 나를 후벼 판 뒤로는 ‘어떻게 음식을 먹어야 하나가 최근 나의 큰 고민거리인데 아이가 좋아하고 먹고 싶다고 하는 음식을 살펴보면 빵, 피자, 과자, 초콜릿, 젤리, 라면 등 인스턴트식품들이 주다. 음식을 살펴보면 다 몸에 좋지 않은 음식들이라 고민을 많이 하는 중이다.
오늘 아침도 김과 밥만 먹어서 탄수화물만 잔뜩 먹은 게 아닌가 걱정되어 아이에게 닭가슴살을 다 먹으라고 했다.
“대박아 닭가슴살 왜 안 먹었어? 닭가슴살도 먹어야지.”
“엄마, 이 만큼만 먹으라고 나눠주면 안 돼요?
“안돼, 엄마가 원래 조금 준걸. 닭가슴살 엄마가 준 건 다 먹어.”
“힝… 너무 많아요. 조금만 줄여주세요.”
아, 글을 쓰며 상황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 이때 대박이가 말한 것을 수용해서 내가 양을 조금만 줄여줬다면 큰 소리를 내지 않고 하루를 시작할 수도 있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대박이는 본인이 이만큼 하게 다고 한 건 아무 말 없이 하는데
‘아니, 조금 줬는데도 이걸 다 안 먹어?’
라는 내 생각이 앞서서 아이의 의견을 무시한 결과가 이렇게 다툼으로 번진 게 아닐까.
“안돼, 다 먹어야 해. 이건 네가 좋아하는 치킨인데 왜 안 먹어?”
“이건 튀긴 치킨이 아니에요.”
“튀긴 건 몸에 좋지 않아. 이렇게 쪄서 먹는 게 더 몸에 좋은 거야.”
“그건 그렇지만…”
그러고는 먹기 싫어서인지 눈물을 뚝뚝 흘리는 대박이.
알긴 알지만 싫었나 보다.
밥은 다 먹고 그릇에 남아있는 건 자기 눈엔 수북이 쌓인 것처럼 보이는 닭가슴살뿐인지라.
“단백질도 먹아야 해. 그래야 튼튼해져. 얼른 먹어, 이제 곧 나가야 할 시간이야.”
이렇게 이야기하고 아이 가방을 챙기고 돌아왔는데 손도 대지 않은 닭가슴살들.
“대박아, 왜 하나도 안 먹었어?”
대답은 없고 의자에 앉아 딴짓만 하는 아이.
시간도 없는데 딴짓만 하는 모습을 보니 화가 나기 시작했다.
“대박아, 단백질도 먹아야 해. 그래야 튼튼해져. 친구가 빠르다며, 친구처럼 빠르게 잘 달리고 싶다며. 그럼 단백질을 먹어서 근육을 키우고 튼튼해져야지. 이런 음식은 안 먹으면서 어떻게 튼튼해질 수 있겠어?”
“나도 알아! 악!!! 더 이상 말하지 마!!! (귀를 막고) 듣기 싫어”
계속 먹으라고 한 내가 야속했는지 눈물을 흘리면서 소리를 지른다.
요즘 뭐가 마음에 안 들면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는 패턴이라 문제라고 생각해서 이 부분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고민인 부분인데 오늘도 어김없이 보이는 모습.
그래서 더 강경하게 이야기한 것도 있는 것 같다. 계속 받아줄 수는 없으니까.
“듣기 싫어도 들어야 해. 왜 너는 네가 하고 싶은 말은 엄마가 다 들어야 하고,
엄마가 맞는 이야기를 하면 너는 듣기 싫다고 해?”
“그만 말해!! (귀를 막음)”
“(큰 소리로) 대박아 너는 왜 엄마한테 계속 소리를 계속 질러?
엄마가 소리 지르는 법을 몰라서 너에게 소리 안 지르는 줄 알아?”
(큰 소리를 내니 놀라서 쳐다보는 대박이.)
“왜 소리 지르는 걸로 너의 화를 표현하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
소리 지르고 떼쓰면 너의 말대로 다 들어줄 것 같아서 그래?
아니야. 그런다고 해결되지 않아. 소리 지르면서 악쓰는 사람의 말을 다른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아? 아니야.”
(계속 울면서 나를 노려봄)
“울고 소리 지르면서 이야기한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아.
너의 마음이 어떻다는 것을 말로 이야기해 줘야 사람들이 알지.”
“악!!!!!”
“그럴 땐 엄마에게 소리를 지르는 게 아니라, ‘엄마, 소리 질러서 죄송해요.’ 하고 이야기하는 거야.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지. 소리 지르고 울지만 말고.”
계속 울고 소리 지르는 아이. 가만 쳐다만 봤다.
“대박아. 그렇게 먹을 거면 먹지 마. 안 먹어도 돼.”
“(큰소리로 악쓰며) 아니야! 먹을 거야!!!! (울면서 입에 쑤셔 넣는 닭가슴살)”
너무 울면서 먹길래 저러다 체하는 거 아닐까 걱정이 되어서 먹지 마랬더니 또 난리.
저렇게 울면서 먹는 게 뭔 의미가 있겠나 싶지만 안 먹일 수 없으니 지켜본다.
야속하게 시간은 계속 흐르고 출근해야 하는 나는 아이에게 다시 이야기한다.
“대박아, 우리는 50분이 되면 집에서 나갈 거야. 그때까지 다 안 먹으면 그만 먹고 출발할 거야.”
(울면서 먹기만 할 뿐 대답 없음.)
“우리는 50분에 집에서 나가야 해. 지금 47분이야. 3분 남았어.”
(여전히 울면서 먹을 뿐.)
“50분이야. 이제 그만 먹어. 먹지 말고 내려놔.
시간은 충분히 줬고 먹는 것보다 시간 맞춰 나가는 게 더 중요해.”
“아니에요. 다 먹고 갈 거예요.”
비록 시간도 넘겼고 집에서 출발해야하는 시간보다 늦었지만 본인이 다 먹고 가겠다고 해서 기다려 줬다.
갑자기 나를 보던 대박이가 나에게 안아달라는 듯 손을 뻗더니 울면서 하는 말.
“엄마, 죄송해요. 엄마 소리 질러서 죄송해요.”
그런 아이를 안고 토닥여 주었다.
그런데 에효. 나도 못났지.
늘 그랬듯 "괜찮아. 다음에는 이렇게 하자."하고 말하면 되는데
오늘은 화가 많이 났는지 그 말이 입에서 안 나왔다.
그렇게 계속 안아서 등을 토닥여 주다 말을 꺼냈다.
“엄마가 크게 소리 지르면서 말하니까 어때?”
“슬퍼”
“다른 친구들이나 엄마한테 대박이가 소리를 지른다면 어떻게 느낄 것 같아?”
“슬플 것 같아.”
“그래, 그러니까 소리 지르면서 화내서 이야기하지 말고 왜 그런지 차근차근 이야기해 보자.”
“네.”
아이를 달래고 남은 김밥 반토막을 포크로 집어 줬더니 하는 말.
“엄마, 저 땅에 떨어진 것은 안 먹고 싶어요.”
아 저런, 아까부터 김밥 반토막이 왜 있나 했더니 저런 이유가 있었네.
김밥은 다시 내려두고 남은 닭가슴살 두 조각 집어서 주니 덥석 먹는다.
아이는 다 먹은 그릇은 싱크대에 넣고 짐을 챙겨 집을 나섰다.
아이는 등원을 했고 나는 출근하는 지하철에 올라탔다.
그렇게 언성을 높였던 아침밥 전쟁이 종료되었지만 나의 마음은 왜 이리 불편한지.
왜 그럴까 그 이유를 되짚어 보면
첫째는 아이가 소리를 지른다고 참지 못하고 똑같이 소리를 지른 것 때문일 테고,
둘째로 중간중간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한 내 모습 때문인 것 같다.
1. 엄마가 어느 정도만 먹겠다는 너의 의견을 무시하고 다 먹으라고 지시한 것.
2. 언성을 높여 아이에게 말한 것.
아이는 자기를 돌아보고 빠르게 인정하고 미안하다고 했는데 이 엄마는 그러지를 못했네.
네가 나보다 낫다 대박아.
집에 가면 꼭 안아주면서 이야기해야겠다.
김에 밥만 먹는 게 나쁜 것 같아서 시작된 싸움인지라 과연 김은 어떤 영양소가 있는지 궁금해졌다.
찾아보니 김이 탄수화물이 아니고 단백질이랑 지방이 더 많단다. 오잉?
김의 영양소
조미김의 칼로리는 100g 당 307kcal입니다. 이 가운데 3대 영양소는 각각 탄수화물이 4.82g(5%), 단백질이 37.69g(40%), 지방이 49.23g(53%)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수분이 0.7g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전체의 0%에 해당합니다.
출처: 조미김 칼로리와 탄수화물 등 영양 성분 - NOFAT
이제 그냥 김에 밥만 싸서 먹여도 괜찮을 것 같으니 아이를 너무 독촉하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