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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밀라 Apr 19. 2024

선생님, 우리 엄마 안나빠요

엄마를 향한 만 3세 아이의 마음

2021년 시월의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퇴근을 하고 데리러 간 너.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네 손을 잡으니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어.


"어머님, 오늘 대박이가 오후 간식시간에 울었어요."


여간해서 잘 울지 않는 너를 알기에 나는 놀랐지.


"네? 혹시 친구들과 있다가 일이 있었나요?"

"아뇨. 그런 게 아니고 대박이가 사과 간식이 없다고 울었어요."


선생님의 말을 듣는 순간 난 '아차!' 싶었지.

늘 늦게까지 어린이집에 남아있는 네가 요깃거리로 배를 채웠으면 하는 마음에 간식으로 사과를 늘 챙겨 보냈었지.

그런데 오늘 아침엔 사과가 없어서 그냥 우유만 보냈었어.


순간 너무 미안했어.

사과를 못 챙겨줘서 네 눈에서 눈물을 뽑게 만들었다는 게.

얼마나 속상했을까 싶더라고.

선생님 앞에 멋쩍어진 나는 이렇게 말했지.


"아, 어떻게요. 늘 사과를 챙겨 보내다 오늘 못 챙겨 보냈는데 많이 속상했나 봐요. 대박이에게 미안하네요."

"대박이가 엉엉 울어서 제가 달래려고 '대박아, 엄마가 사과를 못싸주셨네. 엄마가 나빴다 그지?' 하고 이야기했어요."

"하하, 그러게요."

"그런데요 어머님, 대박이가 그 이야기를 듣고는  '우리 엄마 안나빠요. 저 집에 가서 사과 먹을 거예요!'라고 제게 이야기하더라고요. 대박이를 달래려고 한 이야기였는데 이렇게 이야기하니 순간 민망스럽기도 했어요.

그런데 대박이가 이렇게 이야기하는 게 너무 대견하더라고요."


아, 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어.

가슴이 벅차고 코끝이 찡해진다는 게 이런 건가 싶었지.


정말 쪼꼬만 한데 4살밖에 안 되는 네가 벌써 이렇게 엄마를 생각할 줄 아는 마음을 가졌구나.

네 안에서 나는 참 소중한 존재구나.

순간 너무 감사한 마음이 들더라.

너무 행복하더라고.


"어머, 정말요? 너무 감동이에요 선생님. "

"대박이 정말 다 컸어요. 언제 이렇게 컸나 싶어요."

"그러게요 선생님. 오늘 집에 가는 길에 꼭 사과 사줘야겠어요. 오늘도 잘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난 고사리 같은 너의 손을 잡고 하원 했지.


"대박아, 뭐 먹고 싶어? 엄마가 뭐 사줄까? 집에 가면 사과가 없어서 사가야 할 것 같아. 마트에 갈까?"

"엄마, 저 머랭 쿠키 먹고 싶어요."


'응. 오늘은 엄마가 너 먹고 싶다는 것 다 사줄게.

말만 해. 엄마를 위해주는 우리 대박이에게 고마워서 엄마가 오늘은 쏜다.'

그렇게 너와 쿠키도 사고 사과도 사서 집으로 돌아왔어.


집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바라본 너.

너를 보기만 해도 웃음이 절로 나오더라.

네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어서 손이랑 입이 얼마나 간질간질하던지.


네가 있어서 힘들 때도 있지만,

네가 있어서 한없이 행복하기도 해.


엄마가 내일은 꼭 사과 챙겨줄게.

사랑한다, 우리 대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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