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출퇴근 시간에 대한 소회

by 까밀라

나는 출퇴근 시간이 참 길다.

집에서 회사까지 도착시간을 계산해 본다면 부천에서 강남으로 출근할 땐 1시간 10분이 걸렸고,

인천에서 강남으로 출근하는 지금은 1시간 30분이 걸린다.


으레 다니던 출퇴근 길이라 그냥 다녔다.

그러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하교시간이 빨라지면서 출퇴근에 하루 3시간이 들어가는 게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아무 생각 없이 묵묵히 해오던 일에 '생각'이 들어오기 시작하니 아무렇지 않게 하던 일이 괴로워지기 시작했다.


'출퇴근 시간이 너무 아깝다.'

'가끔은 출퇴근 시간이 길어서 너무 지치고 힘들다.'

'아이 아빠가 갑작스레 일이 생겨서 하교시간에 맞춰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할 때 너무 멀어서 대응하기가 어렵다.'


계속 내가 할 수 없는 이유들만 생각나고, '힘들다. 못하겠다. 그만하고 싶다.'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머릿속을 가득 채우면서 해결하지도 못하면서 매일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내가 나를 정신적으로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출퇴근 시간을 줄이고 싶은 생각에 사로잡혀 이사를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이것은 변화를 하라는 나의 내면의 신호인 것인가, 감사를 모르고 배때지 부른 나의 나태인 것인가.

알 수가 없다. 미래에서 돌아보면 알 수 있겠지.)


해결하지 않고 힘들다는 생각만 계속하다 보니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고, 몸은 쉽게 지쳤다.

별 것 아닌 일에도 쉽게 화를 내고, 인내심이 줄어들면서 짜증도 쉽게 올라왔다.

아무렇지 않게 넘겨지던 사소한 일들이 이제는 하나하나 걸림돌이 되고 문젯거리가 되면서 삶이 팍팍해지기 시작했다.


(쓰고 보니 참 무섭네. 무의식적인 생각이 이렇게 나를 힘들게 만들고 괴롭히는구나.)


몇 달의 쳇바퀴 끝에 더 이상은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 생각을 하나하나 나열해 보기로 했다.

정확히 말하면 쓰고 싶어 졌다.

형태가 없이 흩어져버리는데 감정만 남아 무거운 마음의 짐만 남긴 채 사라져 버리는 내 생각들을.

어떻게든 남기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왜 나만'에서 '어떻게 해야 할까'로 생각의 전환이 시작됐다.

그랬더니 뭔가 해낼 수 있을 것도 같다는 힘이 생기기 시작했다.





'출퇴근 시간이 너무 아깝다.'

-> '그럼 이 시간에 뭘 하지?' 아침에 갈 땐 앉아갈 가능성이 많으니까 이 시간에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공부를 해야겠어. 돌아올 땐 사람도 많고 앉아오지 못할 수 있으니까 음악을 듣거나 영상을 보거나 인터넷 서칭을 원 없이 하는 걸로 해야겠다. 대신, 이때 실컷 휴대폰 했으니 집에 가면 폰을 보지 않기로.


(이렇게 생각이 이어지기 까지도 참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내가 언제 앉아서 오고 서서 오는지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아서 계획만 세웠다가 실패했다고 좌절했는데 생각해 보니 나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았더라. 계획도 상황과 환경을 고려해서 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세울수록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 다는 것을 시간을 들여 깨달았네.)


'가끔은 출퇴근 시간이 길어서 너무 지치고 힘들다.'

-> 밤에 휴대폰 안 하고 빨리 자자. 그리고 지하철에서 나만의 시간을 즐기자. 그럼 지칠 확률이 많이 내려가는데 밤에도, 지하철에서도 의미 없이 쇼츠나 릴스, 유튜브 보면서 시간만 주야장천 보내니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었는데 나는 인지도 못하고 반복 중이었으니까. 하지만 여전히 끊어내기는 힘든데 노력 중.

어젯밤에도 폰이 너무 보고 싶었는데 우선 자자. 자고 일찍 일어나서 보자는 마음으로 억지로 눈 감고 있다가 잠들기 성공. 덕분에 아침에 에너지가 넘쳐서 상쾌한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다.


'아이 아빠가 갑작스레 일이 생겨서 하교시간에 맞춰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할 때 너무 멀어서 대응하기가 어렵다.'

->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만일 생기면 제일 스트레스받는 부분인 것 같다. 이것 때문에 멀어서 그래라고 탓을 제일 많이 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이에 대한 대비책은 사실상 없다. 돌보미 선생님도 갑작스레 구해지지는 않으니까 결국 내가 나가야 하는 것인데. 부디 적기만을 바랄 뿐이다.






결국 출퇴근 시간을 줄인다 = 이사 간다 로 귀결되는 상황.

그렇다면?


:: 새로운 곳으로 이사 간 다면 포기해야 하는 것 ::


- 깨끗한 신축 아파트. 전세가 이슈로 이번에 나가면 다시 진입 불가 : 이사가면은 빌라에 가야 함

- 아이 학교 전학 : 아이는 가기 싫다고 함. 본인은 지금 학교에서 졸업하고 싶다 함. 1-3학년은 지능로봇. 4-6학년은 항공로봇을 듣고 싶다고 하심. 엄청난 포부일세.

- 현재 집에 맞춰 정리한 시스템.


:: 새로운 곳에 이사 간 후 얻을 수 있는 것 ::


- 출퇴근 시간이 줄어듦 Door to Door 90분->50분(예상) 지하철 시간만 놓고 보면 74분->34분 : 우와 40분이나 줄어드는구나. 아이 아빠도 지금 걸리는 시간의 반으로 줄어듦.

- 나름 그 지역에서 인지도 있는 초등학교로 전학


:: 새로운 곳에 이사 간 후 불안, 위험도 ::


- 안전. 건물 관리해 주는 사람이 없음.

- 전학 후 학교에 잘 적응할 것인가


지금은 이 정도 생각이 난다. 여기서 제일 큰 걱정은 전학 후 잘 적응할 것인가에 관한 것.

아이가 본인이 하겠다고 결정한 것은 군말 없이 잘 해내는데 그렇지 않고 억지로 시켰을 경우에는 온갖 짜증에 투정에 하지 않겠다고 드러눕는지라. 전학을 가지 않겠다고 한 이상 이 부분이 제일 걱정되기는 함.



만약 이사를 할 수없고, 이대로 출퇴근을 해야 한다면, 그럼 내가 이 시간을 아깝지 않게 만들려면 어찌해야 하나? => 출퇴근 시간을 나만의 힐링 시간으로 잘 활용하는 수밖에 (웃픔)






분명 같은 고민으로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어느 날은 좋았다가, 어느 날은 나빴다가 할 테지만 아직 몇 개월의 시간은 있으니, 긍정회로대로 우선 출퇴근 시간을 잘 활용해 가면서 이사를 할 것인지, 이대로 살 것인지 잘 생각해 봐야겠다.


그래도 이렇게 털어놓듯 글을 쓰고 나니 속은 좀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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