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만큼 꼼꼼하게
아파트 중개사이트들을 잘 살펴본 후, 실제로 연락하고 방문할 아파트를 추리기 위해 더 세세하게 기준을 정했다.
1. 룸메이트
흔히 대학 주변의 2B2B 아파트 (방 두 개, 화장실 두 개)는 두 사람이 각자 방 하나, 화장실 하나를 쓰고 거실 및 주방 공간을 공유하게끔 만들어져있다. 그 중에서도 마스터 베드룸 (화장실이 방과 연결되어 있는 곳)은 다른 방보다 조금 더 비싸다. 주택난이라고 불릴만큼 렌트 공간이 부족한 UCSD 근처에서는 심지어 방이 아닌 거실이나 로프트 공간에 파티션을 세우고 세입자를 늘리기도 하는데, 이렇게하면 인당 렌트비는 더 떨어져서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에는 도움이 된다.
만약 혼자라면 이런 형태의 집에서 룸메이트와 사는 것에 좋은 점이 있겠지만, 우리는 부부라서 독립된 공간을 원했다. 아무리 저렴하더라도 다른 사람과 공간을 공유해야하는 곳은 후보에 넣지 않았다.
2. 렌트비
역시 렌트비가 중요했다. 2019년 당시에 $1,500 이하의 집을 찾고자 했는데, 그 때는 이 정도 예산으로 스무개에 가까운 후보를 추릴 수 있었지만 지금은 물가 상승으로 인해 불가능해 보인다. 기준을 $1,500으로 설정한 이유는 유니버시티 시티를 벗어난 동네에서 저 정도 금액으로 렌트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었고, 또 월급에서 렌트비를 제한 후 생활할 최소한의 돈을 남기기 위함이었다.
3. 매니저와의 의사소통
두 가지 기준을 만족시키는 아파트들을 고르고 나서 연락을 시작했을 때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의사소통이 잘 되는 매니저와 그렇지 않은 매니저가 극명하게 갈린다는 것을.
어떤 아파트는 연락을 하자마자 24시간 내에 답이 오는가하면, 어떤 곳은 이메일은 커녕 전화도 받지 않았다. 아파트 입주 절차부터 시작해서, 살면서 수리가 필요하거나 질문이 생길 것을 생각하면 처음부터 난항을 겪는 곳은 당연히 탈락이었다.
4. 그 외: 유틸리티, 바닥소재, 단지 내 세탁기 등등
룸메이트도 없고, 렌트비도 예산 안이고, 매니저도 괜찮은 아파트들을 추린 후에는 투어 예약을 잡았다. 스무곳 중 대여섯군데를 가 볼 수 있었다. (가 본 곳 모두에서 세입자가 살고 있는 경우에는 실제 내가 살게 될 방이라도 보여주지 않았다. 한국처럼 '부동산입니다.'하고 약속 잡아 들어가는 경우가 없다는 점에서 문화 차이가 조금 느껴진다.)
매니저와 직접 이야기할 수 있을 때 인터넷으로는 알 수 없는 세세한 부분을 물어봤다. 유틸리티 중 어떤 항목이 포함되고 어떤 것은 따로 지불해야하는지, 대략적으로 얼마나 나오는지. 내가 살게 될 유닛의 바닥 소재는 카펫인지, 나무 (또는 라미네이트)인지.
또 단지 내에 세탁기가 있는지, 있다면 몇 개가 있는지도 체크했다. 너무 저렴한 아파트는 단지 내에 세탁기가 없어서 밖의 빨래방을 써야하는데, 항상 빨래방에 가는 게 번거롭기도 하고 안전 문제도 있어서 꼭 확인해야하는 점이었다.
이 모든 것들은 스프레드시트에 부지런히 기록했다. 기준 하나에서 멀어질수록 짙은 색으로 표시되었다. 스프레드시트에는 객관적인 기준들 말고도 주관적으로 느낀 장단점, 부수적인 것들 (주차장 유무, 프로모션, 어느 웹사이트에서 찾았는지, 구글 리뷰 평점 등등)을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모두 적었었다.
결과적으로는 처음부터 가장 마음에 들었던 1번 아파트로 가게 되었다. 살고 있는 아파트의 계약 만료 3개월 전부터 연락해서, 그 즈음 방이 나오면 연락을 달라고 대기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놓은 곳이다. 다행히 비슷한 날짜에 방이 나왔고 일 잘하는 매니저가 바로 알려줘서 계약 절차를 진행할 수 있었다.
다음은 낯선 계약 절차와 필요 서류들에 약간의 어려움을 겪었던, 본격적인 아파트 입주 과정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