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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작꼬작 Jun 07. 2023

바닥부터 천장까지, 다른 점 다섯 가지

다르지만 다른 데로 좋은

기본 가전에 이어 집의 여러 공간에서도 미국, 한국 간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바닥, 천장, 벽에서부터 화장실과 발코니까지, 그 차이점들에 대해 써 보려고 한다.


1. 흔한 카펫 바닥

우선 바닥에서부터 차이점이 느껴진다. 카펫이 흔하기 때문이다. 바닥 난방이 없기 때문에 발이 시리지 않게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UCSD의 Friend of International Center에서 친구들과 난방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한국의 온돌을 설명해 주고 미국의 카펫 문화에 적응 중이라고 했다. 그곳에서 미국 토박이 선생님이 카펫에 대한 생각을 얘기해 주셨다.


온돌은 아주 좋은 문화이지만 캘리포니아 같은 경우에는 지진 염려 때문에 온돌 같은 장비를 설치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하셨다.

카펫은 전체를 세탁할 수 없기 때문에 위생적인 면에서 단점이 있고, 요즘에는 그래서 1층은 카펫이 없는 바닥으로 하고, 2층 침실에만 카펫을 까는 추세라고도 하셨다. 맨발로 생활하는 미국인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어떤 친구가 우스갯소리로 카펫의 장점은 머리카락을 흘려도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먼지가 카펫 바닥까지 내려앉으면 청소가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다.


마트에 가면 카펫 전용 클리너 제품들이 아주 다양하게 있다. 작은 얼룩이 생겼을 경우에는 스팟 클리너를 사서 뿌린 후 잠시 뒀다가, 뚜껑에 달려있는 솔로 박박 문대서 얼룩을 없앴다. 신기하리만큼 잘 지워진다.


카펫 문화는 청소기에도 영향을 미쳐서, 카펫의 털 길이에 따라 설정을 달리할 수 있다. 긴 카펫용으로 설정하면 브러시가 강력하게 움직이면서 먼지를 빨아들인 다. 그 상태로 장판 바닥으로 가면 브러시가 바닥을 긁으면서 엄청난 소리를 내기 때문에 설정을 꼭 바꿔줘야 한다.


더 깨끗하게 카펫을 청소하고 싶으면 청소기와 호환되는 세제를 사서 뿌려놓고 빨아들이기도 한다. 그러면 밟혀서 납작해진 카펫 털들이 다시 일어난다. 몇 년에 한 번씩 딥클리닝을 하기도 하는데, 그걸 위해서는 전문적인 장비가 필요하다. 홈디포 (Home Depot) 같은 곳에서 시간 단위로 빌려올 수 있지만 보통은 청소 업체에 맡기는 것 같다.


나는 발이 깨끗하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해서 꼭 자기 직전에 발을 씻는 습관이 있다. 그런데 카펫 바닥에서는 이걸 지키기가 힘들었다. 발 씻고 침대까지 오면서 다시 발이 더러워진 기분이 들었다. 지금은 카펫이 아예 없는 집이라 훨씬 좋다. 비록 발은 사시사철 시리더라도 스팀 청소를 할 수 있는 지금의 집이 마음에 든다.


2. 조명이 없는 천장

많은 사람들이 조명 없는 천장, 어두운 집을 미국과 한국의 큰 차이점으로 꼽는다. 방에 조명이 하나도 없어서 답답해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그렇다고 아예 천장 조명이 집 안에 하나도 없는 것은 아니다. 주방과 식탁 자리에 보통 천장 조명이 있고, 화장실에도 있다. 하지만 방과 거실에는 없다.


그래서 스탠드를 놓는데 아무래도 스탠드에는 한계가 있어서 한국의 천장등처럼 온 집을 환하게 밝힐 수는 없다.


나는 원래도 간접 조명을 선호해서 방의 천장 불은 꺼놓고 작은 스탠드만 켜놓고 생활하곤 했다. 가족들은 '어둠의 자식'이라고 놀렸지만, 누워있을 때 정면으로 눈을 비추는 조명에 눈이 아파서 자주 꺼놓았기 때문에 미국의 어두운 집이 오히려 좋다.


이렇게 조명이 빈약(?)한 이유는 문화적인 것이라고 한다. 밖이 어두워졌으면 어두운 것이 자연스러운 시간이니 집 안도 어두워도 된다는 생각이라고.


3. 도배 대신 페인트 벽

또 하나의 차이는 벽에서 느껴진다. 벽에 종이가 아니라 페인트를 칠하기 때문이다. 콘크리트를 사용해 집을 짓는 한국과 달리, 마감이 석고보드인 미국 집은 페인트를 바로 칠해도 비교적 표면이 매끄럽다.


아파트에서 이사를 나갈 때 페인트가 상한 부분이 있거나 못 자국이 있으면 혹시 보증금에서 수리비를 제할까 봐 걱정이 된다.


처음 집에서 테이프를 붙였다 뗄 때 페인트가 같이 떨어져 나가는 바람에 벽 안쪽이 다 보이게 된 적이 있다. 다행히 페인트는 같은 색으로 다시 칠할 수 있다.


우선 떨어져 나간 페인트 조각을 들고 홈디포에 가서 같은 색상의 페인트를 찾아달라고 한다. 직경 1인치의 조각으로 스캐너가 정확한 색을 찾아주고, 작은 샘플 페인트 통을 살 수 있다.  


페인트를 바르기 전에는 스팩클(Spackle) 이라는 작업을 해줘야 하는데, 벽을 다시 평평하게 만들어서 페인트를 발랐을 때 움푹 꺼져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이해했다. 3M 사에서 나온 스펙클링 겸 프라이머를 사서 까진 곳에 발랐다. 적당히 마른 후에는 사포로 살짝 긁어서 매끄럽게 만들고 집에 있던 브러시로 페인트를 칠했다. 이렇게 하고 나왔더니 다행히 보증금을 까이지 않았다!


못 때문에 벽에 뚫린 구멍은 보통 흰 치약으로 메꾸면 감쪽같다. 뚫은 사람이야 구멍 위치를 알지만, 인스펙션 하러 온 사람은 원래 어디에 구멍이 있었는지 모르니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못을 박는 것은 일반적인 손상에 해당되어서 이것 때문에 수리 비용을 청구당하는 것을 본 적은 없지만, 혹시나 하는 차원에서 모두 막고 이사를 나왔다.)


만약 내 집을 갖게 된다면 언젠가는 흰 벽 말고 컬러풀한 벽을 갖고 싶다. 셀프로 칠해보면 더 좋고!


4. 건식 화장실

화장실은 집 공간 중 제일 관리가 어려운 곳이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미국의 건식 화장실은 관리를 조금이나마 쉽게 도와준다. 바닥에 물을 뿌리지 않으니 곰팡이가 덜 생겨서 그렇다.


조금만 신경 쓰지 않으면 타일의 줄눈을 따라 쉽게 곰팡이가 생길 수 있는 습식 화장실과 달리, 바닥이 완전 건식인 화장실에는 적어도 바닥 곰팡이는 생기지 않는다. 그리고 축축한 화장실용 슬리퍼에 발을 넣는 불쾌함도 겪지 않아도 된다.


샤워할 때는 욕조 외의 바닥이 젖지 않도록 커튼을 치고 하는데, 아늑한 기분이 들고 공간이 좁아진 만큼 더운 공기가 빠르게 커튼 안쪽을 채워서 금방 따뜻해지는 것도 좋다. 가끔 샤워 커튼을 바꾸면 기분 전환도 된다.


샤워 커튼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방수가 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방수가 되지 않는 것을 쓸 경우에는 물과 닿는 쪽에 라이너(Liner)를 달아야 바깥 커튼이 젖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걸 잘 모르고 디자인만 보고 커튼을 샀다가, 일반 천이어서 바닥이 쫄딱 젖은 경험이 있다.


미국에서 오 년을 지내고 한국을 방문했는데, 샤워 커튼이 없는 화장실이 너무나 어색하고 추워서 부모님 동의 하에 압축봉으로 커튼을 달았다. (친정집의 화장실은 유난히 큰 편이다.) 아빠는 커튼을 몸을 가리는 용도로 생각했는지 '가족끼리 왜 그러냐'라고 했지만, 보온과 심리적 안정감에 더해 한 명이 씻고 있을 때도 잠깐 같이 화장실을 쓸 수 있다는 장점을 알고 나서는 별말씀 없으셨다.


하지만 물에 계속 닿다 보니 관리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 커튼 밑에서부터 곰팡이가 생기지 않게 하려면 잘 관리해줘야 한다. 천인 경우 가끔씩 빨아주면 좋고, 플라스틱 재질의 라이너는 세탁이 어려울 경우 교체해줘야 한다. 친정 집의 샤워 커튼은 곰팡이 이후 (아마도) 철거되었을 것이다.


샤워 말고 또 다른 차이점은 세면대 밑에 캐비닛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 역시 미국식 화장실에서 아주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베니티(Vanity)라고 불리는 수납공간 안에 자잘한 것들 -큰 샴푸통이나 바디워시, 청소용품 등등-을 넣어둘 수 있다. 미적으로도 수도관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것보다 깔끔하고 예쁘다.

세면대 아래 캐비닛과 샤워 커튼이 있는 화장실


한편, 안 좋은 점은 샤워기 헤드가 기본적으로 고정형이라는 것. 여행으로 미국에 잠깐 온 사람들도 이것에 아주 불편함을 많이 느낀다. 좋은 호텔에 가도 부착식 샤워헤드는 찾기 어렵다. 하지만 마트에 가면 뗄 수 있는 샤워헤드 종류가 그렇게나 많은 것으로 보아서는, 그저 비용 면에서 아끼려고 가장 저렴한 고정형 헤드를 달아둔 것 같다.


우리는 지금 화장실 두 개 모두 자석으로 떼고 붙일 수 있는 샤워헤드를 쓰는데 아주 마음에 든다. 걸이에 끼울 필요도 없이 갖다 대면 착 하고 붙어준다. 샤워헤드 바꾸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기 때문에 항상 바꿔가면서 쓰고 있다.


5. 야외 공간, '발코니'

날씨가 좋은 캘리포니아이기에 틈만 나면 밖에 나가고 싶다. 이번 집에는 발코니가 있어서 굳이 번거롭게 외출 준비를 하지 않아도 햇살을 즐길 수 있어서 행복하다.


한국과 다른 점은 발코니가 아예 오픈형이라는 것이다. 한국 아파트의 '베란다'라고 불리는 공간은 사실 엄밀히 말하면 폐쇄형 발코니라고 한다. (베란다는 위, 아래층의 면적 차이로 인해 생긴 공간을 이르는 말) 극한의 여름, 겨울 기후를 버티기 위해 새시를 설치해 폐쇄형으로 만들고 다양하게 활용하는 것일 테다.


나의 발코니는 난간만 있을 뿐, 벽도 없고 지붕도 없다. 집을 선택할 때 이런 발코니가 큰 역할을 했다. 다른 집들은 발코니 위에 천장이 있어서 실내로 들어오는 빛을 막았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아서다.


지금 발코니에는 접이식 탁자와 의자가 있다. 날이 좋을 때 밖에 나가 앉아 있으면 아주 좋다. 커피와 책이 있으면 금상첨화. 그리고 살랑 불어오는 바람과 깨끗한 공기까지.


아파트 안의 다른 집들도 각양각색으로 발코니를 꾸몄다. 어떤 집은 커피 테이블과 의자를 놓기도 하고, 어떤 집은 자전거를 보관하기도 하고, 화분으로 한껏 자신만의 정원을 만들기도 한다. 나의 발코니에도 화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조만간 편안한 의자를 사서 이 공간을 더 즐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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