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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작꼬작 May 24. 2023

학교 아파트의 장점들

최대한 오래 살고 싶었던

우리가 학교 외부에서 아파트를 찾고 또 살면서 느낀 것은, 학교에서 제공하는 아파트에는 장점이 굉장히 많다는 것이었다. 언젠가 학교 아파트의 다섯가지 장점에 대해 정리해보고 싶었는데, 이 글이 기회가 되어주었다.  


1. 렌트비를 절약할 수 있다.

예전 글에서 잠깐 썼던 것처럼, 2017년에 누군가와 공유하지 않고 모든 공간을 쓸 수 있는 아파트 중 $1,000 이하는 메사누에바의 스튜디오가 유일했었다. 꼭 스튜디오가 아니더라도, 방하나, 화장실 하나 (1B1B) 유닛이 $1,200 이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반면, UCSD로의 통학이 쉬운 위치의 외부 아파트는 아무리 저렴해도 1,700달러였다. 아파트 단지에 따라 쉽게 $2,000을 넘어가기도 했다. 박사 월급을 전부 월세로 내야하는 수준이다. 


물가가 이렇다보니 2년 후, 우리가 이사가고자 했을 때 학교로 통학할 수 있는 거리의 아파트 중 학교 아파트와 비슷한 수준의 렌트비는 단 한 곳도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UCSD 바로 인근의 지역을 벗어나서 조금 떨어진 클레어몬트로 이사를 갔고, 학교 아파트보다는 훨씬 비싸지만 그래도 월세를 내고 간신히 생활할 수 있는 곳에서 3년을 살았다. 


2. 계약 절차에서의 배려

학교 아파트의 경우 학생만 신청 가능한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별도의 신분 증명이나 신용 점수, 소득 증명 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외부 아파트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우선 여권과 비자, I-20등으로 확실하게 합법적 체류자 신분임을 증명해야 한다.


신용 점수도 중요한데, 앞으로 렌트비를 밀리지 않고 낼 사람인지 아닌지를 신용 점수로 판가름하기 때문이다. 이 신용 점수에 관해서는 나중에 다시 다루려고 하는데, 미국에서 신용 점수를 만들기 위해서는 차근차근 밟아야 할 스텝이 있고 다행히 우리는 2년 간 이 절차를 잘 완료해서 좋은 신용 점수가 있었다.


소득 증명 역시 아파트 측에서 요구한다. 주로 렌트비의 3배 소득을 요구하는데, 샌디에고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이 소득을 맞추기가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아파트 측에서는 보증인을 요구하는데, 미국에 친지가 없고 아는 사람도 없을 경우 보증인을 기꺼이 해 주는 사람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소득 증명으로 인해 아파트 입주가 불가능한가?하면, 그건 아니다. 특히 예전 우리 아파트 같은 경우, 학교가 가까운만큼 학생을 입주자로 많이 받아 왔기 때문에 방법이 있었다. 바로 1. 보증금을 많이 내고, 2. 잔고 증명으로 소득을 대신하는 것이다. 


보증금의 경우, 한국에서 목돈이 필요한 것과 달리 미국에서는 한 달치 월세 정도를 낸다. 이 보증금에서 나중에 방을 뺄 때 청소비나 수리비를 제외하고 돌려준다. 하지만 소득이 부족할 경우에는 두 달치, 또는 더 많이 보증금을 내서 신용을 얻을 수 있다. 


잔고 증명은 앞으로 1년치의 월세가 잔고에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은행에서 증명서 (Statement)를 떼어 제출했다. 처음 입주를 상담할 때부터 '우리는 UCSD 박사과정 학생 가족이고 좋은 신용 점수를 갖고 있는데 잔고 증명으로 입주가 가능한지'를 물어봤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이 모든 아파트에서 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특히 콘도미니엄의 경우 개인이 주인이다보니, 까다롭게 입주자 자격을 요구하는 곳들이 있었다. 그런 곳은 얄짤없이 '소득이 3배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퇴짜를 맞았다. 학교 근처의 아파트들일수록 학생 입주자와의 경험치가 있어서 사정을 이해하고 방법을 마련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느낌이었다. 

 


3. 공과금, 인터넷 등 유틸리티 (Utilities) 비용 절약

학교 아파트의 또 다른 장점 중 하나는 바로 유틸리티 측면에서 비용이 많이 절약된다는 것이다. 나는 가계부를 쓸 때 유틸리티 비용에 <전기, 가스, 물세, 쓰레기 치우는 비용, 하수도 처리 비용> 항목을 포함시킨다. 그리고 유틸리티와 함께 티비 케이블, 인터넷 비용도 항상 고정비에 포함된다.


학교 기숙사에 살면 단지와 유닛에 따라 조금씩 정책이 다르지만, 이 중 많은 부분을 절약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메사누에바에 살 때는 이 모든 비용이 렌트비에 포함되었다. 반면 외부 아파트에 살 때는 이 모든 비용을 따로 지불했다. 작은 스튜디오였음에도 최소 $200의 유틸리티 비용이 추가되었고, 티비 케이블은 아예 설치조차 하지 않았다. 인터넷 비용도 평균 $60이 추가되었다. 


학교 아파트를 떠나고 나니 당연하게 누렸던 모든 것들에 비용이 붙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새삼 와이파이가 잘 안된다며 불평하던 것을 반성했다. 


4. 다양한 시설 (Amenities) 누리기

메사누에바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학교 아파트의 다양한 시설을 무료로 누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예를 들면 메사누에바에는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공부방과 회의실이 마련되어 있었다. 그리고 수영장과 샤워실이 있고, 누워있을 수 있는 해먹이 있고, 게임방이 있고, 헬스장이 있다. 심지어 작은 정원 (Community Garden)도 있어서 원한다면 식물을 기르며 힐링할 수 있다. 


넓은 잔디밭이 있고, 곳곳에 편안한 벤치와 탁구대가 있고, 바베큐 그릴이 있다. 택배를 따로 수령해주고, 아마존 락커도 있다. 항상 자리가 모자라지 않는 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편의점이 단지 내에 들어서서 간단한 요깃거리를 살 수 있고 (이것은 미국 생활에서 정말 중요하다) 음료 자판기가 있다. 스튜디오 건물에는 충분한 수의 빨래 시설도 있다. 


렌트비를 최대한 절약하기 위해 외부의 아파트로 나가면 이런 시설이 거의 없는 단지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나마 나의 예전 아파트에는 수영장과 빨래 시설, 지정주차장이 단지 내에 있었지만, 정말 극단적으로 '방'만 쓰는 곳에 가면아무것도 없다. 단지 내에 산책할 공간도, 숨 돌릴 곳도 없고 주차도 항상 자리를 찾아 헤매야한다.


5. 심리적 소속감

초기 정착에 있어 소속감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난데없이 전혀 모르는 나라로 왔을 때, 붕 떠 버린 '존재의 가벼움'이 서서히 안정을 찾고 여기가 내 삶의 터전이라고 생각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예전 글에도 썼듯이, UCSD의 HDH부서는 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학교 아파트에 살고 있다면 다양한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고 거기에서 친구를 사귈 수도 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 (대학원생의 가족)이라는 정체성을 공유할 수 있어서 단지 안에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메사누에바 주변이 지금처럼 발전하기 전에는 단지 바로 앞에 셔틀 버스가 섰었다. 셔틀 버스에는 대학원생 본인 뿐 아니라 가족도 탈 수 있었다. 학생증을 보여줄 필요도 없고, 요금을 낼 필요도 없다. 그저 메사누에바에 산다는 것만으로, UCSD 커뮤니티의 일원이 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셔틀버스를 타고 남편과 비슷한 시간에 학교에 가서, 인터네셔널 센터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같이 점심을 먹고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오던 때 무척 행복했었다. 메사누에바에 살고 있는 친구를 만나 스스럼없이 집에 놀러가곤 했던 때가 그립기도 하다. 


이런 다섯가지 장점 때문에, UCSD의 아파트에서 되도록이면 오래! 사는 것을 추천한다. 하지만 우리처럼 2년 만에 학교 아파트를 떠나는 사람도 분명히 많이 있다. 6, 7월의 이사철이 되면 매일 같이 유홀 (U-haul) 이삿짐 트럭이 서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학교 아파트에 장점이 많다고 해서, 외부 아파트에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또, 판데믹 이후에 아파트 렌트비가 많이 올라서 예전만큼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닐수도 있다. (학생들이 렌트비 인상에 항의해 시위를 할 만큼 많이 올랐다.) 


나름의 기준을 갖고 잘 찾다보면 마음에 드는 외부 아파트를 찾을 수 있다. 내가 겪었던 외부 아파트 찾기, 그 방법과 기준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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