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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emprendo Aug 21. 2024

괴물

[영화롭게 2] 괴물은 누구게?

사람의 뇌에 돼지의 뇌가 들어있다면 그건 사람일까

너의 뇌는 돼지의 뇌와 뒤바뀌었다….
 
저는 사과를 듣고 싶은 게 아니에요.
저를 그냥 인간으로 대우해 주면 안 되나요?.....
당신들에게 인간의 마음이라는 게 있나요?
당신들은 인간인가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는 보기 전에 몇 번 망설인다. 이번 영화는 왠지 더 뜸을 들였고 절반은 주변 추천, 절반은 음악 때문에 떠밀리듯 봤다. 그런데 그 망설임이 무색하게 시작부터 예상치 못한 대사들과 상황들, 탄탄한 구성에 빨려 들어갔다. 칸에서 각본상을 받을 수밖에 없는 영화였다.      


특히 몰입한 이유는 같은 사건을 세 시선을 통해 풀어가는 구성 때문이었다. 다양한 시점 때문에 괴물이 생겨나고, 그 덕분에 괴물이 없다는 것도 밝혀진다. 또, 그 결과 내가 괴물일지도 모른다는 더 큰 물음표를 안게 된다. 이 영화는 관점에 따라 어떻게 진실이 왜곡되는지, 진실의 상대성을 보여주며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아들이 학교 폭력을 당했다고 생각하며 사과를 요구하러 갔지만 마음이 없는 기계들 같은 선생님들의 형식적인 사과에 치를 떠는, 하지만 결국 아들을 전혀 몰랐던 어머니의 시선폭력의 주체 정말 괴물인가 했지만, 오히려 헛소문들의 피해자였던, 하지만 어쨌든 아이들을 잘 이해 못 한 호리 선생님의 시선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 거짓말을 했다고 교장 선생님에게 고백한 미나토의 시선이 더해져 이야기의 진실에 다가간다.     


과연 누가 괴물일까? 미나토인가, 미나토의 엄마인가, 요리인가, 요리 아빠인가, 호리 선생님인가, 교장 선생님인가, 제삼의 인물이 또 나타날까…. 각자가 생각하는 평범의 기준에서 벗어나는 사람은 괴물이 된다. 그리고 그 괴물은 계속 변한다. 한마디로 누가 괴물인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다가 결국은 그들을 단죄했던 내가 괴물이 아닐까에서 멈추게 되는 영화다.  그렇게 세 번째 시선이 끝나면, 아무도 괴물이 아님을 알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아들을 학대한 요리의 아버지는 괴물에 근접해 보이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함부로 단정하기 망설여진다. 



마지막에 열차에서 빠져나온 두 아이가 말한다. 

우린 다시 태어난 걸까? 아니, 원래 그대로야. 좋아 다행이야.

모든 상황이 변하길 바라면서 또 한편 그대로이길 바라는 이중적인 마음이 영화에서 빠져나가려는 나를 또다시 주저앉혔다.     




[Zoom in]

출처: cgv 홈페이지

- 중간중간 들리던 코끼리 울음소리 같던 호른 소리 

- “누구에게도 말 못 할 일 있으면 후~ 하고 불어버려.”     


[음악]     

https://www.youtube.com/watch?v=gSuHD4jzNJ0

아쿠아(Aqua) by 루이치 사카모토

이곡은 국내에서는 표절 논란으로 더 유명해?졌는데, 마지막 곡으로 찰떡이었다. 

OST는 전반적으로 밝으면서도 우울한데, 예리한 감독의 연출을 빛나게 해준다. 

더는 그의 새로운 음악을 들을 수 없어서 안타깝지만, 이 음악을 듣다 보니 이상한 확신이 든다. 

남긴 음악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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