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정원
엠프라고도 부르는 증폭기는 사전 의미로, ‘입력 신호의 에너지를 증가시켜 출력 측에 큰 에너지의 변화로 출력하는 장치’이다. 개인과 상황에 따라 감정을 증폭시키는 음악들이 다르다. 또한, 각 감정마다 증폭시키는 음악도 다르다. 어떤 사람은 그 음악을 듣고 울고, 어떤 사람은 우는 사람을 멋쩍게 바라본다. 또한, 슬플 때 들으면 더 슬픈 음악도 있다. 하지만, 슬픔으로 시작했다가 예상치 못한 감정을 출력시키는 목소리도 있다. 바로 이스라엘의 아이콘 포크가수, 싱어송라이터, 하바 알버슈타인(Chava Alberstein)이다.
그녀의 음악은 이디시어(Yiddish) 때문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히브리어를 비롯한 중동 언어들은 언제 봐도 예술이다. 직감적으로 언어의 규칙을 찾아낼 수 없어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외국인들이 한글이나 한자를 보고 그림 같다고 생각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 아닐까. 이디시어는 독일어 계통의 언어로 아슈케나즈 유대인들이 사용했고, 생계를 위해서 교류하다가 생겨난 언어라고 한다. 그렇다면 아슈케나즈는 뭘까? 당시 히브리어로 독일을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독일계 유대인을 뜻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많은 아슈케나즈 유대인들은 11~19세 동안 독일어를 사용하지 않는 동유럽 국가들로 이동해서 공동체를 이루었다. 유대인의 디아스포라의 흔적을 보여주는 특징 중 하나인 셈이다. 이 언어 설명에 열을 올린 이유는 그녀가 히브리어뿐만 아니라, 이디시어로도 노래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1946년 폴란드의 슈체친에서 태어났고, 1948년 이스라엘이 독립하면서 1951년 부모님과 이스라엘로 돌아왔다. 부모님이 폴란드에 살던 유대인이었으니 이디시어를 사용했을 거고, 그것이 고스란히 딸에게도 전해졌을 것이다. 그녀는 학교를 다닐 때부터 기타치며 노래를 불렀는데, 여전히 지금도 그녀의 곁에는 기타가 있다. 이스라엘에서 군 복무를 했을 때(이스라엘은 여성 군 복무도 의무임), 공연단에 있었다. 1967년에 녹음한 그녀의 첫 세 앨범은 그녀의 음악적 미래를 알렸고, 이후 계속 히브리어와 이디시어, 영어 앨범들을 냈다. 그렇게 60~70년대에 무려 218곡이나 발표했다. 그녀는 포크송 가수답게 서정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사회 저항적인 메시지도 많이 전한다. 반전평화운동에도 앞장섰고, 이디시어 보전에도 힘썼다. 그 외 영화도 출현했고, 아동서 저술, 어린이 텔레비전 시리즈 진행도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남편인 영화감독 나다브 레비탄(Nadav Levitan)이 살아 있었을 때는 그가 작곡한 음악들도 녹음(Motza’ei Hag 음반)한 적도 있다. 이런 그녀의 삶의 행보를 보면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는지 충분히 짐작되고도 남는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를 생각하면 조안 바에스(Joan Baez)가 떠오르고 <Diamonds and Rust>를 부르면 어떤 분위기일지 늘 궁금하다. 반대로 조안 바에스 노래를 들을 때면 그녀가 떠오른다. 나는 결국 그 어떤 노래에도 오롯히 집중하지 못하는 걸까?
그녀가 운영 중인 유튜브 채널이 주로 히브리어로 적혀 있어서 좀 아쉽지만, 궁금하다면 그곳에 들어가서 곡들을 하나씩 들어보면 좋을 것 같다. 언어를 생각하지 않고 들으면 마치 샹송을 듣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오늘 소개하는 이곡도 그런 느낌이 물씬 풍겨서인지 드라마에서도 간간히 등장한다. 2001년도에 발매된 <Foreign Letters>라는 앨범 속에 수록된 <Hagan Habil'adi(비밀 정원)>을 소개한다.
이 가을, 메마른 감정을 퍼올려줄 마중물 같은 노래를 찾고 있다면 이곡도 리스트에 넣길 바란다. 단, 이 슬픔이 어떤 감정으로 증폭되어 나올지는 장담치 못한다. 그러니 우울하고 쓸쓸한 노래라고 단정 지을 필요도 없다. 슬픔이 필요한 사람들에겐 더 큰 슬픔을, 슬픔이 넘치는 사람들에겐 또 다른 감정을 퍼올려줄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9UqgJr8YGRY
[보너스 하나]
*메르세데스 소사와 함께 한 공연. 이 둘이 한 무대에 섰다는 것 자체가 큰 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