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피난처
일 미오 리푸지오 (내 피난처)
일 미오 리푸지오 (내 피난처)
일 미오 리푸지오 (내 피난처는)
세이 뚜 (바로 너)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뮤지컬 넘버는 무엇인가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머릿속에서 좋아하는 배우와 그 뮤지컬을 본 장소, 곁에 있던 사람 등의 기억들이 스믈스믈 새어 나올 것이다. 캣츠, 오페라의 유령, 맘마미아, 지킬 앤 하이드... 손에 몇 곡 꼽다 보면 등장할 수밖에 없는 곡이 있다. 장르 불문 많은 가수가 커버하는 곡, 바로.........
<노트르담 드 파리>의 음유시인 그랭구아르의 서곡 '대성당들의 시대(Le Temps Des Cathedrales)‘이다. 나 또한 절정을 향해 조금씩 올라가는 ‘솔도레미b파솔시b도레미b레’에서 늘 처음 듣는 것처럼 격한 감동을 받는다. 멋모르던 시절 나는 노트르담이 어느 담 이름인 줄 알았다...;; 정확한 뜻을 알고 난 후로도 무의식적으로는 ‘담’의 압박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결국, 세느강 건너편에서 그곳을 바라보고 나서야 ‘성모 마리아’ 임을 온전히 받아들였다. 그건 그렇고.. 이 뮤지컬 음악을 담당한 사람이 이탈리아의 유명한 국민 가수라는 건 알고 있는가?
리카르도 코치안테(Riccardo Cocciante)는 1946년 이탈리아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외교관인 아버지 때문에 베트남 호치민에서 태어났지만, 11살에 이탈리아로 이주했고 프랑스와 미국, 아일랜드 등지에서도 살았다. 그는 1972년 이탈리아어로 첫 앨범 <Mu>를 내면서 성공 가도에 올랐고, 영어 앨범 <사랑이 떠났을 때 (When Love Has Gone Away)>으로 빌보드 41위까지 올랐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리처드 코치안테(Richard Cocciante)라고 불린다. 1974년에 나온 <영혼(Anima)> 앨범에서는 이탈리아 영화 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가 4곡 정도 편곡에 참여하기도 했다. 또, 1991년에 산레모 가요제에서 <우리가 함께 한다면(Se stiamo insieme)>로 우승을 한다. 2008년부터는 <어린 왕자(2002)>나 <로미오와 줄리엣(20025)> 같은 뮤지컬 작업도 했는데, 그중 노트르담 파리가 가장 많이 알려졌다.
그의 목소리는 호소력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거친 맹수와 연약한 인간 소리가 섞인 느낌이랄까... (음..혹시라도 맑고 청량한 보컬을 좋아하는 분들은 아래 동영상을 누르지 마시길) 사실 그의 초기 음반은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끌리지 않는다. 칸소네는 좀 더 서정적인 곡을 선호하는 편이라서... 이탈리아어로 부르는 노래는 감정보다 목소리가 너무 크게 다가오면 왠지 방해받고 감동을 강요받는 느낌이 든다. 가사를 몰라 온전히 음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지만.. 그러나 이 곡은 예외였다. 물론 서정성이 공존하는 곡이긴 하지만, 울부짖듯 소리가 오히려 음악에 더 집중하게 해 준다.
우리는 가끔 아니 평생 감정적 난민으로 살아간다. 그래서 우리 모두는 피난처가 필요하다. 그래서 끊임없이 사람이든 자연이든 음악이든 영화이든 책이든... 머물고 쉴 곳을 찾고 그 앞에서 문을 두드리는지도 모르겠다.
가을 문턱에서 떠도는 누군가여! 이 음악 속에서 잠시 쉬어가시길..
https://www.youtube.com/watch?v=M4dxR4rGSmc
[보너스]
가끔 듣는 곡 중에 그가 부른 토이 스토리의 주제곡인 <Un Amico in me>이 있다. <You've got a friend in me>의 이탈리아 버전인데 왠지 분위기와 이탈리아가 더 잘 어울린다.
햇빛 좋은 날 공원을 산책할 때 꼭 데리고 가길 바란다. 행복하게 해 줄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IMDWgGXxY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