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 2장 5절
창밖으로 잔잔한 파문이 이는 아름다운 갈릴리 호수에는 맑은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살이 부서지면서 생긴 작은 은빛 별들이 가득했다. 작은 창으로 내다보는 호수는 남자가 아는 세상 전부였다. 오늘도 그는 악몽 같은 순간이 떠올랐는지 몸을 떨다가 다시 조용히 창밖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는 죄가 있어서 이런 병에 걸렸다는 주위 사람들의 말에 너무 괴로워했지만, 다행히도 생명처럼 아끼는 네 친구가 있어서 그나마 이 고통의 시간을 견뎠다. 이런 그를 매일 보는 나는 남자의 유일한 동반자다. 그가 이동할 때 누울 자리를 만드는 것이 나의 임무다. 그래서 나에게는 그의 체취가 배어 있고, 가끔 외마디 소리는 지르는 그의 비명은 이제 내게는 친숙한 노래같다.
며칠 전, 가버나움 회당에서 예수라는 사람이 귀신 들린 사람을 쫓아냈다는 소문이 마을에 쫙 퍼졌다. 그런데 그 사람뿐만 아니라 각종 병든 사람들도 고친 모양이다. 손만 댔는데 나병환자가 깨끗이 났단다! 그 소문을 들었는지, 집으로 온 친구들은 그와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지만 나는 그때까지도 그들이 무슨 일을 하려는 건지 자세히 알 수는 없었다.
“나병을 고쳤다는데, 중풍병도 고칠 수 있지 않을까?”
한 친구가 말을 꺼내자, 우리 주인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다시 조용히 감았다. 오랜 세월 침상에 누워 지내는 동안 모든 희망을 잃고 있었기에 쉽게 포기하는 것은 그에게 일상이었다. 주인은 다시 눈을 뜨더니 친구들의 눈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고 있었다.
“우리 그래도 우선 가보는 게 어때?”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네 친구는 한 동작으로 내 곁으로 바짝 다가서더니 나를 번쩍 들어 올리고 방문을 열고 나섰다.
하지만 그곳에 도착해보니 이미 예수를 보려는 사람들로 가득해서 발도 들여놓을 수가 없었다. 멀리서 그의 목소리만 겨우 들릴 뿐이었다. 그러자 주인은 너무 실망해서 울상이 되었다.
“결국 나처럼 죄 많은 사람은 예수를 만나지도 못하는구나.”
그날따라 주인의 한탄이 더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그런데 그 순간 한 친구의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무슨 생각이 떠오른 건지, 지붕으로 향했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내가 어리둥절해 있는 사이에 그들은 벌써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다 올라서더니 다짜고짜 네 친구는 힘을 합쳐 지붕을 뜯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나무 기둥에 풀들로 덮여 있는 지붕이라 쉽게 뜯어졌다. 하지만 구멍이 뚫릴수록 아래 있는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커졌고, 나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서 잔뜩 긴장했다.
친구들은 나를 뻥 뚫린 지붕 사이로 달아 내리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들은 너무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고, 여기저기에서 비명도 들렸다.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 주인의 눈빛은 너무나 간절했다. 지금도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예수의 눈빛도 마찬가지였다. 연민의 정이 가득 담긴, 그러나 세상의 어떤 권세도 그를 이길 수 없는 결의에 찬 눈빛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눈이 서로 마주치는 그 순간, 예수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네 죄를 용서받았다!”
그러자 거기 있던 율법 학자들의 얼굴이 벌게졌다. 죄는 하나님만 사할 수 있으니 그렇게 화가 낼 만도 했다. 그러자 예수는 그들의 마음속을 꿰뚫어 본 듯 큰 소리로 자신이 땅에서 죄를 용서하는 특권이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고 했다. 모두가 혼란스러워하는 그 순간, 그가 우리 주인에게 소리쳤다.
“일어나 네 상을 가지고 집으로 가라!”
그런데 그 순간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우리 주인이 벌떡 일어나서 나를 들고 걸어가는 게 아닌가! 지붕 위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친구들도 너무 놀라서 그대로 얼어버렸다. 거기에 있던 다른 사람들의 반응은 말해 뭐 하겠는가. 사람들은 그가 나은 것도 놀랍지만, 죄를 용서받은 게 더 놀랍다면서 난리였다. 죄를 용서해주는 순간 몸이 낫다니! 예수가 귀신을 쫓고 병자를 고친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죄까지 용서할 수 있을 줄이야! 우리 주인이 나를 들고 나가면서 그랬다. 몸이 나은 것보다 죄 사함을 받은 게 더 행복하다고. 그분은 몸과 영혼을 다 낫게 할 수 있는 정말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말이다.
[마가복음 2장 5절] 예수께서 그들의 믿음을 보시고 중풍병자에게 이르시되 작은 자야 네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 하시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