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8장 29절
나는 산비탈에서 친구들과 한가로이 먹이를 찾아다녔던 행복한 시간이 떠올라 눈물이 핑 돌았다. 산비탈 아래로 보이는 반짝이는 호수로 뛰어드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건너편 마을에 가보고 싶다고 했던 한 친구의 목소리도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았다면 물 쪽은 쳐다보지도 않을 걸 그랬다.
그날 나는 몸이 별로라서 엄마와 집에 있었고, 다른 친구들은 늘 가던 그곳으로 나갔다. 그런데 그날 그곳에 갔던 친구들 2천 명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모두 함께 비탈길로 내려가서 바다에 뛰어들었단다. 나는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농담인 줄 알았다. 솔직히 우리는 다이빙할 정도로 물을 좋아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엄마의 말로는 귀신 들린 사람 때문이었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갔다. 나도 언젠가 무덤들 사이에서 홀딱 벗고 돌아다니는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다. 그는 사람들이 쇠사슬을 채워도 그냥 풀 정도로 사나웠다. 그래서 그가 나타나면 모두가 슬금슬금 뒤로 피했다.
“아픈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구나. 그날 나갔으면 우리도 큰일이 날 뻔했지 뭐니.”
엄마 돼지가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근데 정말 그 귀신 들린 사람이 친구들을 다 호수로 끌고 간 거예요?”
“지금 밖에서는 온통 그 이야기뿐이란다. 들어보니까, 그날 예수라는 사람이 우리 동네인 이곳 거라사로 배를 타고 들어왔다는구나. 그런데 글쎄 그 귀신 들린 사람이 예수를 보더니 달려와서 엎드리고는 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는 거야.”
“원래 둘이 알던 사인가요? 우리 마을 사람도 아닌데, 예수를 어떻게 알았을까요?”
“귀신같이 알아챈 거지. 그래서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다 놀랐대.”
“그래서 예수에게 뭐라고 했는데요?”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여,
당신이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당신께 구하노니 나를 괴롭게 하지 마옵소서.”
“이름까지 정확히 아는 걸 보니 잘 아는 사이가 맞네요. 근데 예수가 그 사람을 전에 괴롭혔었나 보죠? 왜 보자마자 그런 말을 했을까요?”
“그거야 모르지. 근데 그 사람이 사납지만, 보통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걸 본다는 소문이 있었어.”
“그런데 괴롭게 하지 말라는 걸 보니 예수가 귀신보다 힘이 센가 봐요. 그나저나 친구들이 그들과 무슨 상관이죠? 무슨 잘못을 했길래 그런 일을 당한 거냐고요.”
“그냥 운이 나빴던 거지. 그 사람이 예수에게 자기를 쫓아버리려면 차라리 돼지 떼 안에 들여보내 달라고 사정한 거야.”
“정말 나쁜 사람이군요. 아무 죄도 없는 친구들을 왜…. 근데 왜 모두 물속으로 뛰어든 거예요? 굳이 그랬다면 몇몇만 보내도 됐을 텐데….”
“그 사람 안에 귀신이 하나만 있었던 게 아니었나 봐. 예수가 이름을 물어보니까 군대라고 대답했대. 근데 더 신기한 건 예수가 그 사람 속에 있는 귀신에게 가라고 명령하니까 귀신들이 나와서 순순히 친구들에게 들어간 거야. 그러더니 정말 비탈로 내리닫더니 스스로 물속으로 첨벙….”
“정말 이상한 게 한둘이 아니네요. 그 귀신 들린 사람이 예수를 보자마자 알아챈 것부터, 그 말을 순순히 듣고 친구들 속으로 들어가서 물로 들어간 것까지 다 이상해요. 분명히 쇠사슬도 끊고 고랑도 깨뜨릴 정도로 사납고 무서운 사람이었는데. 소리소리 지르고 돌로 몸을 치기도 하고, 아무도 그 사람을 막을 수 없었거든요. 근데 예수라는 사람의 말을 그렇게 순순히 듣다뇨.”
“정말 더 신기한 건 그 일 후에 벌어진 일이야. 그 사람이 멀쩡해졌지 뭐니.”
“정말요? 정말 귀신들이 다 나간 거예요? 그렇다면 예수는 그 사람 말대로 귀신도 쫓아낼 수 있는 하나님의 아들이네요!”
“그렇지. 그 사람이 정신이 멀쩡해져서 옷을 입고 앉아 있더라니까. 사람들이 그걸 보고 너무 놀라서 아직도 저렇게 흥분해서 떠드는 거야. 그러더니 예수가 배를 타고 다른 곳으로 가려는데 거기까지 따라와서 같이 가겠다고 했다는데?”
“그래서 같이 갔어요?”
“아니, 예수가 그에게 집으로 돌아가서 있었던 일을 가족들에게 말하라고 되돌려 보냈어. 그래서 지금 그 사람이 우리 마을뿐만 아니라 데가볼리 전체에 그 일을 이야기하고 다니고 있더라고.”
“와, 정말 예수라는 분은 그 많은 귀신도 한 번에 쫓아내는 엄청난 분이네요!”
[누가복음 8장 29절] 이는 예수께서 이미 더러운 귀신을 명하사 그 사람에게서 나오라 하셨음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