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기 20장 13절
“조금만 더 참았으면 좋았을 텐데... 왜 날 두 번이나 때려서는….”
넓고 평평한 큰 바위가 모세의 지팡이를 올려다보며 안타까운 얼굴로 말했다.
“휴, 나라도 모세가 쉽게 들지 못하도록 더 힘을 줬어야 했는데… 원래 그렇게까지 힘이 세지 않았는데, 화가 나니까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더라고.”
지팡이도 자책하며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모세가 그렇게 분노할 만도 했지. 사람들이 마실 물이 없다며, 모세와 아론에게 사납게 대들었잖아. 차라리 자기 형제들이 죽었을 때 같이 죽는 게 나았다며 소리치는데 정말 어이가 없더라.”
“하긴, 모세도 참다 참다 터진 거지. 글쎄 이집트보다 더 형편없는 곳으로 끌고 와서 농사도 못 짓고, 과일도 맘껏 못 먹고, 마실 물도 없다며 그 난리를 쳤으니. 노예처럼 살았던 건 기억도 안 나는 모양이지?”
“그래도 난 모세와 아론이 사람들과 바로 싸우지 않고, 성막 문 쪽으로 가서 하나님께 기도하길래 큰 고비는 넘기겠다 싶었어.”
“응, 그때 하나님이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직접 말씀해 주셨거든. 하나님이 물을 내시는 건 일도 아니니까.”
“아, 직접 말씀을 해주신 거구나.”
“사람들을 모아놓고 너한테 명령해서 물을 내라고 하셨어. 나오는 물을 사람들이랑 짐승들이 마시게 하라고.”
지팡이가 반석을 진지하게 바라보며 대답했다.
“아, 나에게 그냥 명령만 하면 되는 거였구나. 근데 왜 나를 친 거야?”
“그러니까, 나도 당연히 그럴 줄 알았는데, 갑자기 날 꽉 붙잡더라고. 그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 온몸으로 느껴졌지. 그 온유한 모세가 말이야. 그런데 갑자기 그가 그 말을 하는 순간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는다는 느낌이 들었어.”
“뭐라고 했는데?”
“우리가 너희를 위하여 이 반석에서 물을 내랴?”
“앵? 물은 하나님이 내시는 거 아냐?”
“그렇지. 나도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순간 나를 번쩍 들었어.”
“아, 그래서 네가 그렇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던 거구나.”
“응, 모세를 막고 싶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널 내리쳤어. 그것도 두 번씩이나! 어휴.”
지팡이는 그 순간이 떠올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짓고는 한숨을 쉬었다.
“연속으로 두 번이나 맞아서 아프긴 했는데, 그래도 바로 물이 솟길래 너무 놀랐지 뭐야. 반갑기도 했고. 사람들이랑 짐승들이 와서 허겁지겁 물을 마시는데 아픈지도 모르겠더라고.”
“나도 하나님 명령을 제대로 따르지도 않았는데 물이 나오길래 이상하긴 했지만, 그냥 그렇게 넘어가는 줄 알았어.”
“나도 그런 줄 알았어. 나한테 물이 솟는 건 기적이니까. 이 신광야에서 그런 물이 어디서 나오겠어. 그런데 난 그다음에 하나님이 하신 말을 듣고 너무 슬퍼서 많이 울었어. 그래서 나한테 물이 더 많이 흘러나온 건지도 몰라. 절반은 내 눈물이지.”
“나도 그 말을 듣는 순간 힘이 쭉 빠지더라. 우리도 이런 데 그 둘의 마음은 어땠을까….”
“하나님이 모세나 아론이나 다 그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 못할 거라고 하시는데, 정말 안타깝더라. 하지만 하나님을 믿지 못하고 분노하다가 거룩함을 드러내지 못하고 하나님의 영광을 가렸으니 할 말은 없지.”
“그 둘은 누구보다도 그 땅에 들어가고 싶었을 텐데….”
“결국 므리바, 즉 다툼의 결과는 바로 이런 거구나.”
민수기 20장 13절-이스라엘 자손이 여호와와 다투었으므로 이를 므리바 물이라 하니라 여호와께서 그들 중에서 그 거룩함을 나타내셨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