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24장 17절
“근데 넌 어떻게 이렇게 빨리 돌아온 거야? 그것도 이렇게 딱 맞는 신붓감은 어떻게 찾아서 말이야.
여행에서 돌아온 다음 날, 친구들은 새벽부터 나를 흔들어 깨우더니 내가 눈을 뜨자마자 질문을 퍼부었다. 나는 긴 속눈썹을 지그시 감고 모든 과정을 하나하나 떠올려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하나님의 계획과 인도하심은 너무 놀라웠다. 나는 궁금해하는 친구들에게 내가 본 것들을 자세히 말해주기로 했다.
“전에 아브라함 아저씨가 매일 혼잣말하시는 거 너희도 들었지?”
“응, ‘이삭을 결혼시켜야 할 텐데.’라고 여러 번 하셨으니까.”
한 친구가 기다렸다는 듯이 곧장 대답했다.
“나도 들었지. 그래서 조만간 아저씨가 이삭의 신붓감을 찾아 떠날 거라고 예상하긴 했어.”
속눈썹이 조금 더 긴 친구가 눈을 깜빡이며 바로 이어서 말했다.
“그날 내가 밖으로 나가보니 집사 할아버지가 나를 기다리고 계셨어. 주인아저씨는 할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는 며느리를 찾아 달라고 부탁하셨지. 그순간 나도 엄청난 사명감이 생기면서 긴장이 되더라고. 그렇게 나는 다른 친구 아홉과 함께 떠나게 된 거야.
걷고 또 걷고, 마침내 나홀 성에 들어갔어. 우리는 초행길이라 우왕좌왕했지. 다행히도 할아버지가 눈치를 채시고는 우릴 우물 곁에서 쉬게 해주셨어. 근데 어둑해지자 여인들이 하나둘씩 물동이를 이고 물을 길으러 나오는 거야. 내가 본 마법 같은 장면은 여기부터 시작이야.”
집중하던 두 친구의 눈빛이 더 초롱초롱해졌다.
“할아버지가 갑자기 하늘을 보며 기도를 시작했어. 그래서 나도 집에 빨리 돌아가게 해달라고 기도했지. 그런데 할아버지가 무슨 기도를 했는지 알아?”
“뭐라고 하셨는데?”
두 친구는 동시에 대답하고는 서로를 쳐다보며 웃었다.
“여기에 오는 여인 중에 우리에게 물을 주는 여자를 신붓감으로 알겠다는 기도였어. 그런데 정말 기도를 마치자마자 놀랍게도 예쁜 여인이 물동이를 메고 나왔어. 드디어 그의 입에서 물을 좀 달라는 말이 나왔고, 나는 긴 속눈썹을 깜박거리며 그녀를 쳐다봤지. 그런데 그녀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 할아버지 기도대로였어. 순간 할아버지와 내 눈이 마주쳤지. 나는 물을 마시고 있었는데,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더라고. 할아버지는 물을 마시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셨어. 물론 나는 그가 기도 중이라는 걸 알았지.
내가 물을 다 마시자 그가 고맙다며 그녀에게 금 코걸이와 금팔찌를 주며 가족들에 관해서 물어보셨어. 근데 할아버지는 그녀의 말을 들고 너무 감격해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만 글썽이더라고. 글쎄 나홀의 아들 브두엘의 딸, 리브가라는 거야. 그리고 할아버지는 가족들을 부르러 집으로 뛰어가는 리브가의 뒷모습을 흐뭇하게 쳐다보며 나홀 어른이 주인아저씨의 동생이라고 하셨어. 완벽한 순간, 정말 소름이 끼쳤지. 그리고 얼마 안 돼서 그녀는 오빠 라반과 함께 급히 뛰어왔어.
라반은 자초지종을 들었다며 우리를 집으로 데리고 가서 극진히 대접해줬어. 하지만 할아버지는 먼저 할 말이 있다며, 음식을 입에도 대지 않았지. 그리고는 이곳에 온 이유를 말했어. 가족들은 듣는 내내 감탄했고, 바로 결혼을 승낙했어. 할아버지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는지, 바로 땅에 엎드려 하나님께 절하고, 가져온 귀금속과 옷들을 가족들에게 주었어. 그래도 난 리브가가 그렇게 바로 따라올지는 몰랐어. 가족들도 일주일이나 열흘 정도 후에 가라고 했거든. 하지만 하나님이 그녀 마음을 바꾸신 게 분명해. 낯선 곳으로 가야 하는데 얼마나 기뻐하던지.
할아버지는 리브가를 얼른 내 등에 태웠고, 우리는 한참을 걸어서 여기 네겝 지방으로 들어왔어. 날이 어둑해질 즈음이었는데 저쪽에서 한 사람이 들에서 서성이다가 우리 쪽을 봤어. 순간 그녀가 잔뜩 긴장한 게 느껴졌지. 할아버지는 주인아저씨의 아들인 이삭을 한눈에 알아보고 속도를 줄였어. 그때 그녀가 내 등에서 내려서서는 누군지 물었어. 그리고 이삭이라는 말에 볼이 사과처럼 빨개졌어. 너도 그 둘이 처음 만나는 모습을 봤다면 정말 설렜을 거야. 그동안 이삭이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얼마나 슬퍼했니. 근데 너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까 나도 마음이 놓이더라고.”
“근데 주인아저씨가 할아버지에게 동생을 찾아가라고 미리 귀띔해준 건 아닐까? 그 동네에 동생이 사는 거 몰랐겠어?”
한 친구가 긴 눈썹을 가느다랗게 뜨며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봤다.
“그러니까 정말 놀랍다는 거야. 가는 내내 할아버지의 기도 소리를 들었거든. 아무것도 모르니까 순조롭게 만나게 해 달라고 어찌나 기도하던지, 내가 달달 외울 정도였다니까.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간 거야. 너희도 알다시피 할아버지가 얼마나 꼼꼼하시니. 근데 그보다 더 정확한 분이 있더라고.”
“그게 누군데?”
두 친구가 동시에 눈을 둥그렇게 뜨면서 물었다.
“하나님! 너희도 알다시피 내가 떠날 때 우리 식구들이 내 걱정을 많이 했잖아. 오래 걸릴 거라며 몸조심하라고 엄마도 우셨고. 근데 이렇게 빨리 온 거 봐. 그것도 딱 맞는 신붓감을 차아서. 너희는 이게 그냥 우연인 것 같아?”
“우연치고는 너무 놀랍긴 해…. 사람들 말은 못 믿지만, 네가 하는 말이니까…”
“난 이번 여행에서 확실히 봤어. 하나님이 얼마나 정확하고 섬세한 분이신지. 그분은 조금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계획을 갖고 정확하게 인도하시는 분이야. 너희도 다른 친구들을 만나면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꼭 말해줘. 나도 그럴 거니까.”
[창세기 24장 17절] 이르되 나의 주인 아브라함의 하나님 여호와를 찬송하나이다 나의 주인에게 주의 사랑과 성실을 그치지 아니하셨사오며 여호와께서 길에서 나를 인도하사 내 주인의 동생 집에 이르게 하셨나이다 하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