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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코슈카 Mar 03. 2021

비엔나 주민은 언제쯤 되려나?

#Aufenthaltskarte  #오스트리아 체류허가


혼인신고를 한 날, 그러니까 1월22일에 받은 혼인확인서를 받고 세리모니가 끝나자마자 체류허가 신청서류에 끼워 우체국으로 달려가 특급우편도, 등기도 아닌 DHL로 보내버렸다.

독일-오스트리아 간 나름의 국제우편을 감안하면 시간이 하루이틀 더 걸릴 거라는 것, 무엇보다 정말 느려터진 오스트리아 우편서비스에 대해 불신과 반감이 깊은 Flo는 우체국에 다녀오더니 뻔뻔하게 €50짜리 DHL영수증을 보여줬다. "뭐? 너 제정신이니?"

하루, 일분 일초라도 빨리 이민국 사무소에 내 서류를 들여보내고 싶어 안달이 난, 그래야만 이 모든 스트레스가 끝날 것이라 거의 믿는 듯한 그의 바램은 €50건 DHL건 뭐든 익스프레스로 보내준다면 kein Problem 이었다. 어쨌든 지난 2달여 간 우리의 정신과 영혼에 불쾌감과 분노, 그리고 다양한 형태의 스트레스로 압박하며 괴롭혀온 메이저 테스크가 일단락되었으니 됐다됐다,, 며칠정도는 시험을 치르고 난 다음날같은 마음으로 홀가분하게 지냈다.

우리는 실로 겁나 제대로 된 신청서류를 만들어 보냈다. 기본적으로 난 EU시민인 Flo와 결혼한 배우자로서, 부부로서 가족이 함께 남편되는 사람의 거주지인 오스트리아에 살기 위해 체류할 수 있도록 허가를 요청하는 서류가 제출된 것이다. 체류허가서류 자체는 단 두장에 불과하지만 요구되는 이런저런 첨부서류와 함께 Flo와 관련된 서류까지 총 10가지의 문서가 붙어야 했기에 1번부터 10번까지 각각 어떤 문서인지 정리한 개요와 함께 각 문서마다 인덱스를 붙여 찾아보기 쉽게 했고, 또한 우리 Flo의 겁나 포멀한 커버레터까지 맨앞에 똭- 붙여서 '나 이정도 형식은 좀 챙길줄 아는 사람이야. 제대로 정리해놨으니 함 봐봐- 그리고 잘 좀 부탁해~~~' 뭐 이런 느낌적인 느낌의 강한 인상을 주고자....실제는 '제발 잘 봐주세요' 벌벌 떠는 마음으로.;

이 제대로된, 무시무시한  안내서를 확인하기까지 얼마나 시달렸던가!

필수제출문서 중 하나인 의료보험 확인서가 완벽하지 못했다. 빈에 도착하자마자 의료보험 가입을 했을리가 만무하니 체류허가 서류를 준비하면서 의료보험을 그때서야 가입하려고 보니 비자나 체류허가가 필요한 상충되는 상황이었고, 결혼 후에는 어쨌든 Flo의 현재 의료보험 밑으로 내가 들어가면 되는 거라 나 개인의료보험으로 가입했다가 곧 다시 옮기는 것도 번거롭고 이래저래 결혼 후로 보험가입을 미룰 수 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미리 준비해둔 Flo와의 가족의료보험 신청 서류에 마찬가지로 혼인확인서를 추가하여 (요건 이메일로) 바로 보내버렸다! 그리고 체류허가서류에는 보험가입확인서가 없으니 신청서를 붙이고 커버레터에 이에대한 설명을 간략히 해두었다.


결혼과 체류허가 관련하여 총체적인 정보수집을 하던 12월 초에 확인한 이민국 관청 방문 예약 날짜 (가장빠른)가 2월 중순 즈음이었기에 이거라도 일단 해두자해서 2월에 Termin이 잡혀있었다.  그러니 1월 말에 신청서를 제출해놓고 진행과정과 최소한 신청 확인서 같은 서류라도 받을 수 있는지 등등을 확인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방문 전날, 혹시라도 뭔가 인터뷰같은 질문공세가 이어지진 않을까, 괜히 내 약점(이 맥락에서 내 약점은 현재 누군가 매달 통장에 꽂아주는 월급이 없다라던가, 독일어가 유창하지 않다던가 뭐 이런거;)을 꼬치꼬치 캐묻진 않을까 하는 걱정에 (이민국 관청에 대한 이런 부정적 경험은 모두 독일 유학시절 프라이부르크의 정말 별로였던 이민국 직원들로인해 형성된 것이다;) Flo와 독일어로 질의응답 데모도 하고, 내가 실제 물어보고싶은 질문도 독일어로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도록 연습을 했더랬다.


천만다행으로 배정된 이민국 직원은 착하고 친절했다. 우리가 체류허가 신청 확인서가 필요하리라고 먼저 말해주고, 소요기간, 워크퍼밋 등에 대한 답변도 친절히 해주었다. 체류허가 비용도 지불함으로써 공식적으로 내 서류에 아무 문제가 없음이 확인됐고, 단 추가제출이 요구된 의료보험 가입확인서와 (빌어먹을) 증명사진을 7주안에 다시 보내기만 하면 그후로부터 몇달(1달에서.....음 2-3달? 어쩜 3-4-5달???@.@)안에 체류허가를 받게 될 것이다!!!!

집에 오자마자 Flo는 체류허가 신청 확인서를 스캔해서 의료보험사에 바로 보냄으로써 그들이 요구한 서류를 보완했으니 되도록 빨리 나의 보험가입이 완료되길 바라며 가입확인서를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증명사진에 대해서 말하자면 우선, 이 놈들이 사진관의 비즈니스를 지원해주려고 하는 건지, 외국인들에게 지네나라 체류시켜주는대신 할 수 있는대로 비용이면 비용, 시간이면 시간을 쪽쪽 빨아먹고, 이런 불필요한 짓을 왜해야하는지 기분나쁘게 함까지 덤으로 어떻게든 주기위해 이런 짓을 하는 것 같다. 전세계 모든나라에서 여권이나 비자에 요구되는 사진은 최근 6개월 내에 찍은 사진이어야 함을 명시한다. 우리가 아가도 아니고 어린이도 아니고, 성인이 돼서 성형수술이나 얼굴 주사를 6개월마다 받지 않는 한은 얼굴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 필수사항은 그냥 안내서에 적힌 그런거고, flexibility를 장착한 우리모두는 이 제출된 사진이 현재 그/그녀와 대조해봤을 때 아무런 어색함도, 갸우뚱도 없다면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 여긴..다. (그렇지 않나?) 그럼에도불구하고, 때때로, 살다보면 (특히 내 직업 상 개도국 출장용 비자도 자주만들고 그러다보니 여권도 너덜너덜해져서 갱신하게 되는 경우도 생기고...) 이런저런 이유로 일년에 한두번은 여권사진을 찍게 되기도 하고,  필요한 단 몇장의 사진을 위해 최소 8장 정도의 사진을 출력하다보니 그런 자투리 사진들이 모이고모여 난 증명사진 부자다! 그래서  저번엔 작년도 사진을 제출했으니, 이번엔 2년전에 찍었던 (그러나 엊그제 찍은 듯 지금 나랑 똑같은!!) 요 녀석으로 제출해야지~ 하면서 카드 돌려막기도 아니고 증명사진 돌려쓰기를 잘 해왔~는~데~~~~. 이 착한 이민국 직원은 날짜가 박힌 사진으로 다시 제출하라는 요구를 하셨다.@.@ 아니. 멀쩡한 사진 놔두고 왜!


여기 유럽인들의 증명사진 촬영/포토샵 기술이 워낙 그지같은걸, 비싸기는 퀄리티 대비 더럽게 비싼것도 너무 잘 알고 있고, 무엇보다 증명사진촬영 울렁증이 있는 나는, 집에 널리고 널린 흰벽에 서서 셀프 촬영+인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여, 가지고 있는 카메라에서 날짜가 박히게 사진을 찍을 수있는지, 집에서 증명사진 출력하기 이런 포스트도 찾아보고, DM에 있는 사진인화기에서 혹시 날짜를 박히게 인화를 할 수 있는지 뭐 이렇게 저렇게 알아봤다. 근데,, 행여나 EU규정에 맞는 이마 위 공간-어깨선이 어디까지 나와야하며 등등의 cm를 따지고 들며 또다시 재제출을 요구받을까하여, 됐다! 그냥 사진관 가자- 하고 포기해버렸다.

어느날 오후 화장을 곱-게 하고(포토샵 안해주니까 화장이라도 제대로 하고가야함!) 한겨울에 얇은 실크 블라우스 입고(카라랑 첫단추밖에 안나오는데ㅠㅠㅠ) 사진을 찍으러 갔더랬다. 


그리도 중요한가! 이사진이 언제찍혔는지 알아야만하는게?!

여느때와 다를바없이 여권사진 속 내 모습은 한개도 맘에 안들지만, 뭐 대단한 것도 아니고 인찌 같은 스티커를 사진 뒷면에 붙여 날짜를 직접 쓰시고 그 아래 상호가 찍힌 스템프에 사인비스무리한 것까지 해주신다; 근데 난 이 네장 고대로 제출안하고 한장만 낼건데? 안그래도 비싼데 한장만 필요하다는 그들에게 쓸데없이 4장을 다 보낼 이유가 없지 않은가? 여러모로 진짜 쓸데없이 머릿골치 아프게 한다 이놈의 사진! 


이렇게 곱-게 사진을 찍어놓고 일주일을 채 기다리지 않아 의료보험사로부터 "우편"서류를 받았다! 체류허가와 의료보험은 서로 상충되도록 너무나도 중요한 관계라서 둘다 서로를 간절히 원한다. 결국은 의료보험사에서 너무도 원하는 체류허가가 보험확인이 없이는 완료되질 않으니, 8월까지 한정된 기간에 한한 보험가입을 시켜주고 확인서류를 보내주었다. 이걸 가지고 어서 체류허가를 받아, 그 승인된 체류허가를 우리한테 보내줘야만 기간한정없는 네 보험가입이 완료된다는 것이다.

어찌됐든 필요한 구비서류를 이제서야 모두 갖추어 보내게 되었으니 진짜 카운트다운은 이제부터다. 2/22, 결혼 후 꼭 한달이 지났다. 3월 내 체류허가를 받게될 거라는 건 기대도 하지 않는다. 4월 말이면 2달 프로세슨데, 혹여나 가능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번 기다려 보게씀!

그리고 내 손에 체류허가 카드가 주어지는 그날!!! PARTY! 그리고 어디로든 여행을 떠날테다!!!

여행가고싶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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