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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코슈카 Feb 23. 2021

결혼을 기념한 작은 기부

#기념일 기부 #조혼 방지



시작은 이 사진 한장이었다.

무슨 이유때문이었는지 결혼과 관련된 이미지를 찾다가 우연히 내 눈에 들어온 사진 한장. 

국제개발에 몸 담고 있는 나는 당연히 단번에 이 문장이 의미하고 있는 바를 알아챘고, (자발적인 선택과 의지로!)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나와 상반되는 상황에 놓인 너무도 많은 여자아이들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조혼(Child Marriage)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바와 같이, 성인이 되지 않은 아이들(남녀 모두 포함)의 공식적 결혼과 비공식적인 연합을 의미한다. 

"Child marriage is defined as a marriage of a girl or boy before the age of 18 and refers to both formal marriages and informal unions in which children under the age of 18 live with a partner as if married" (Unicef)

공식적인 수치는 발표된 조사나 연구, 기관에 따라 상이하고 사실 대륙별 차이도 매우 크다; 조혼으로 인해 현재 결혼상태에 있는 여아와 여성의 수가 650Million (UN FPA, Unicef), 이는 전세계 젊은 여성(young womend의 연령별 정의는 불확실하다) 인구의 21%가 18세 전 결혼을 하는 것과 동일한 수치임.(Unicef)


숫자가 너무 커 잘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요점은 너무 많은 특히, 여자아이들이 결혼을 강요받고있으며, 그에 따른 매우 여러가지 해로운 결과- 임신과 출산에 따른 성생식 보건, 인권, 교육, 행복 추구권 등의 박탈, 정신건강 침해 등등 -까지도 오롯이 감당해야만 하는 것과, 실제로 성인의 몸이 아닌 어린아이로서 너무 일찍, 그리고 반복적인 임신과 출산을 경험함으로써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산모와 태아/신생아의 사망률 또한 높다.

출처: UNFPA, https://www.unfpa.org/swop 

 서른이 훌쩍넘은 이 나이에 막 결혼한 나도 여전히 내가 결혼할 준비가 정말 된 것인지, 이것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인지 몇번이고 자문하고 생각해보게하는 것이 "결혼"이라는 것이고, "임신과 출산"은 oh no..아직 거기까지 논의할 단계도 아니다. 하물며, 고작 십여년을 산 이 어린아이들에게 결혼을 "시키고", 많게는 수십세나 차이나는 상대를 부모마음대로 데려다가 출가를 시키고 그 후에 일어나는 일들에는 관심도 책임도 갖지 않으려하는 잘못된 부모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이슈는, 조혼은 근본적으로 철저하게 빈곤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지역사회에서 이미 수용된 너도나도 다 그러는 오랜 문화적 관습에 따른 문제이지만, 경제적 빈곤이 만연한 가정에서 여자아이들을 결혼시키기 위해 필요한 돈, 또는 결혼 시 신랑의 집에서 신부의 집에 지불하는 돈, 이 모두가 결국은 어린 딸을 최소한의 돈을 들여서 내보내기 위함이거나 또는 조혼을 통해 신랑으로부터 최대한의 돈을 받아낼 수 있기 위함이다. 남아있는 다른 가족이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상황, 다른 도리가 없는 가정형편의 문제, 이렇다 할 능력없는 부모의 무능력함 등 한숨나오는 슬픔과 아픔이 내재되어 있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this is unacceptable.  

게다가 COVID-19으로 인해 그나마 어렵게 가고있던 학교도 못가게 되거나 가정경제가 더욱 악화되는 등 여러 악영향으로 인해 앞으로 5년간 2.5million 명 이상의 여자아이들이 더욱 조혼의 위기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니 (The Global Girlhood Report 2020, Save the Children), 내 결혼의 기쁨에 취해 먹고 마시고 파티만 하기에는 바로잡아야 할 노력과 Action이 필요한 일들이 이 지구에는 너무 많음을 저 사진 한장과 마주하면서 순간 상기된 것 같다. 


그래서 어느날 Flo에게 '우리 대단한 기부금을 낼만한 부자는 아니지만 의미있는 기부로 우리 결혼을 자축하는건 어때?' 라며 이런 내 생각을 나누었고 우리 멋진 남편은 당연히 okay!는 물론 자기 친구들에게도 함께하자고 공유하자고 제안을 했다. 일을 크게 벌릴 생각은 없었지만, 어차피 친구들을 초대하지 못한 결혼이었기에 그들도 딱히 우리에게 결혼선물이나 한국식의 축의금같은 것들도 줄 기회가 없었던 터라, 사진몇장과 함께 결혼소식을 알리며 우리 결혼을 "물질적으로도" 축하하고싶은 이들은 자발적으로 우리의 프로젝트에 함께 해달라고 제안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해서 기부처를 정하기 위해 몇몇 기관들을 들여다보며 여자아이들을 지원하는 관련 프로그램들을 찾고 비교해 결정하게 됐다. 물론 개발 NGO부터 여성과 Gender 관련된 활동만 하는 기관 등 여러 좋은 곳이 많이 있지만, 아무래도 내게 익숙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이는 비단 기금의 운영에 대한 투명성뿐 아니라 효과를 내는 퀄리티 프로그램들을 실행하고 관리할 수 있는 capacity를 포함한다) 기관에서 이미 우리가 원하는 분야의 프로그램을 진행 하고 있는 것, 그래서 우리의 작은 기부금이 조인할 수 있고, 우리 기부금액과 관계없이 또한 전체 모금의 진행상황과 볼륨에 관계없이 프로그램이 계획대로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지가 더욱 중요했다. 마지막으로 독일에 사무소가 있는 기관이면 송금이나 커뮤니케이션 면에서 좋으리라 생각되기도 했다. 그렇게하여 지난 내 경험과 필드에서 보아온 사실을 토대로 Plan International Deutschland에서 진행하고 있는 Girls-Lead Programme에 참여하고자 담당자에 연락을 취해 의견과 제안을 요청했다. 그리고 덕분에 부르키나파소에서 진행 중인 '조혼 예방' 프로그램을 소개받았다.


https://www.plan.de/patenschaft-afrika/patenschaft-burkina-faso/projekt-kinderheirat-verhindern

플랜 독일과 플랜 부르키나파소에서 진행하는 조혼방지 프로그램


송금의 문제나 결혼에 대한 정서의 차이, 또는 나만의 너무 여러가지 생각때문에 한국의 내 친구들에게는 공유하지 않았고 Flo의 가까운 친구와 지인들과만 결혼소식과 프로젝트 참여를 알렸다. 사람에 따라서는 우리의 의도와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부담스러워 할수도 있는 주제라 메일을 보내기까지 엄청난 논의와 디베이팅을 하며 Flo는 썼다 지웠다를 몇번이고 반복했다. 일정수준의 금액이 모였으면 생각하지도 않았고, 얼마가 모이든지 관계없이 우리가 본래 의도한대로 우리 수준에 맞는 기부를 하자고 동의했기 때문에 이제 결과는 크게 상관없었다.

그리고 결혼 후 2주가 조금 넘게 지나고 계좌 입금 내역을 확인한 결과 우리의 생각보다는 꽤 여러명의 친구들이 크고작은 기부에 함께 해주었다. 코로나로 인해 힘든 상황인거 아는데 €50를 보내준 착한 녀석부터 €200까지 금액과 관계없이 정말 한명한명 다 소중하고 고마운 친구들이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나름의 의미있는 숫자를 만들어 친구들이 정성스레 모아준 금액에 합쳐 플랜독일의 부르키나파소 조혼방지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리고 우리의 작은 기부금을 비롯해 이 돈이 쓰이고 실행되는 프로그램이 목표한 바대로 잘 이루어지고, 그곳의 아이들과 가족, 지역사회가 의미있고 필요한 도움을 받아 더 나은 삶을 살게될 수 있도록 기도했다.



생각해보니 첫조카가 태어나고 돌을 맞았을 때에도 비슷한 기부를 한적이 있었다. 기부를 하고 받은 기부증명서와 함께 준 내 손편지에 썼던 내용 중 어렴풋이 기억나는 그때의 내 마음은 이랬다.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남으로 인해 지구편 어딘가 너보다 훨씬 부족한 환경에 살아가는 네 또래 친구들이나 형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너의 첫 생일과 네가 태어남이 훨씬 더 의미있고 아름다운 것이 되지 않을까? 이모는 네가 앞으로도 이런 마음으로 살아갔으면 좋겠어."


국제개발 분야에 종사하며 프로젝트며 프로그램이며 하는 이런 것들을 '일'로 하고 있는 나지만, 결혼을 하고 또다른 의미의 어른이 되고, 또 나의 가정을 갖게 된 여러가지 변화 앞에서 마음가짐을 조금 새로이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질문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결혼식 날 주례사 중에 이런 말을 해주셨던게 문득 기억난다. 

"인생은 수수께끼이다. 너희 둘이 마주하고 풀어라."


살아가면서 계속 어떤 답이 가장 올바르고 최선일지 찾아나갈테고 우리의 기준 또한 계속 바뀌겠지만, 의심하지 않고 믿는 정의와 용기, 가치있는 것, 그리고 멋있음에 대한 우리만의 정의(definition)와 그 근본은 변하지 않고, 좋은 사람이 되어가는 그 걸음의 하나의 동력이 되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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