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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코슈카 Mar 09. 2021

다시 자전거

중고자전거 구입 경쟁!

비엔나는 가장 살기좋은 도시로 자주, 연속적으로 종종 선정된다. 'World best'가 아니라 'world's most liveable city'이다. 왜 그러한가를 분석하는 글들에서 다루는 주된 요건은 housing, 대중교통 그리고 car-free 지향, 도시 내 green space에 대한 것들이고, 이는 나도 이 도시를 좋아하는 이유이다. (문화와 예술이 넘쳐나는 아름다운 도시의 미관은 뭐,, 말할 필요도 없지 않나 개인적으로 생각됨)

내가 공부했던 독일의 소도시, 그리고 비엔나에 사는 동안 사실 난 적당한 사이즈의 도시에 사는 것에 spoiled되었다. 우선 기본적으로 인구밀집도가 극히 비정상적인 서울과는 거주/유동 인구에서 오는 쾌적함이 차원이 다르다. 그리고 자전거를 타고 도시 내 웬만한 곳은 다닐 수 있고, 도시 사이즈에 맞는 복잡하지 않으나 딱 필요한 수준만큼의 편리함을 안겨주는 대중 교통 - 특히 트램이 도시를 누비는 풍경은 사랑해마지않는다!, 그렇기에 차에 사람이 짓눌리는 듯한 느낌 없이 보행자나 자전거 이용자들이 자연스럽게 이 아름다운 도시에 어우러진다. 그러니 자연스레 사람과 차+소음에 치이는 스트레스, 30-40분에서 1시간은 기본으로 생각해야하는 이동시간의 피로감, 그리고 그로인해 비롯되는 여러가지 악영향들에서 벗어나 높아진 삶의 질을 누리게 되고, 이러한 것이 생활화되면 다시는 이전의 life in Seoul로 돌아가고싶어지지 않아진다(내 경우에는). 한국에서 주로 거주했던 분당도 서울에 비하면 이런 면에서 어느정도 쾌적한 환경에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편이지만, 여전히 자동차들은 드넓은 도로를 장악하고 자전거는 도로 밑 탄천을 따라 만든 전용도로에서나 자유로울 수 있는 약자에 불과하다. 운좋게도 사무실이 판교로 이사를 한 후 퇴사하기 전까지 약2-3년 간은 종종 자전거로 출퇴근을 여유롭게 할 수 있었던 때도 있었다.


최근 몇년간 우간다의 소도시, 그리고 라오스 (심지어 수도)에 살면서도 자전거가 내 주된 교통수단이었다. 스쿠터를, 심지어 중고차를 사서 타고다닐 수도 있겠지만, 도시의 규모와 지형이 허락한다면 자전거를 최우선으로 하고 싶은 내 개인적인 행위에 대한 바탕에는 내가 잠시 살아 가는 이 도시에 대한 'Do no harm'의 원칙이 있었다. 나의 튼튼한 체력 외에는 다른 어떤 연료를 요구하지 않고, 그렇기에 어떠한 배기가스도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수단. 그리고 자동차가 달리는 도로를 공유하고, 그위에 올라탄 운전자를 나름 잘 배려해주는 환경이기에 더이상 바랄게 없다!

자전거를 타는 또하나의 이유는, 저위에 앉아서 달릴 때 맞는 선선한 바람만으로 기분이 그저 좋아진다는 것


본론으로 들어가면, 비엔나는 유럽의 여느 도시들처럼 자전거를 주된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고 자전거 도로는 뭐,, 세계최고로 잘되어 있는 도시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되며, 그렇기에 자전거 이용자들의 기세가 등등하다.  자전거 도로가 자동자 도로가 아닌 보행자 도로를 나눠쓰고 있는 한국의 시스템과는 일단 다르고, 그마저도 자전거 도로와 그 규정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장악돼 자전거에 올라타 자유롭게 도시를 활보하는 것이 불가능한, 하물며 자전거 도로 위를 하염없이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뭐라 정당한 요구를 당당하게 하는 것도 아직은 정서상 통하지 않는 것 등 근본적으로 여러가지 차이가 있다. 비엔나에 여행 온 관광객들에게 주의를 요구하는 것 중 하나는 '네가 걷고 있는 그 길이 혹시 자전거 도로가 아니인지 항상 확인하고 자전거도로에 얼씬도 하지 말아라'이다. 한국에서처럼 자전거 도로가 뭔지, 설마 사람이 서 있는데 치고 가겠어, 라고 생각했다간 쌩쌩 달리는 자전거에 한방 제대로 얻어맞고 불평불만도, 피해보상도 요구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마주하게 될 것이다. 오히려 당신을 치고 지나가는 자전거 이용자에게 '눈을 어디에 뜨고 다니냐, 내 진로를 방해하지 말았어야지' 라는 가르침을 받게 될 터-.

하지만 그만큼 명확한 규칙과 제재도 정해져있고, 운전자도 보행자도 모두 이렇게 정해진 규칙을 잘 지켜야 한다. 자전거를 끌고 보행자 도로를 다닐거면 당신은 더이상 자전거 라이더가 아닌 보행자이기를 선택한 것이기에 절대로 자전거를 '타서는' 안되고, 반대로 자전거 도로위에서는 절대로 자전거를 '끌고' 걸어서는 안된다. 자전거 도로 위를 보행자가 걸어다니지 않도록 약속한 것과 같은 '모두의 안전과 행복'을 위한 원칙이다.

독일-오스트리아 권의 대중교통이 티켓 확인을 매번 하지 않는 시스템인것처럼 자전거 또한 컨트롤이 있는건 아니지만, 경찰의 수시 점검을 당할 경우 자전거를 타기위해 기본적으로 갖춰야하는 안전장치들 - 리플렉터, 전조등, 후미등 등등 - 이 갖춰져있지 않다면 개당 벌금이 매겨져 순식간에 폭탄을 맞게된다.


어쨌든! 이제 비엔나를 내 집으로 삼게 되었으니 무거운 시티바이크를 이용하는 대신 나만의 자전거를 장만할 때가 왔다. 봄도 오고 있지 않은가?

그리하여 온라인 중고장터에서 본격적으로 찾아보기 시작한 지지난 주말 이후 월요일, 한번의 방문과 시승 후 딱히 완벽하지 않는 자전거에 쓸데없이 높은 가격을 책정한 셀러와 네고에 실패하였고, 우리 전문가이신 Flo의 실랄한 분석과 조언을 통해 무엇에 잣대를 두고 중고자전거를 구입해야하는지에 대해 기준을 세웠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빈티지'라 부르며 선호하고 그래서 니즈가 높은 오스트리아의 오래된 몇개의 브랜드 (더이상 생산되지 않는)자전거라면 일단 기본적으로 높은 단가를 매기며, 거기에 기어가 5-6단 이상으로 넘어갈 경우, 그리고 셀러가 판매 전 서비스를 받거나 타이어, 체인 등의 교체를 했다고 하면 150유로가 훌쩍 넘어간다. (오리지널 부품과 파트를 고대로 가지고 이를 소장하고 수집하는 colletors를 겨낭한 자전거들은 이미 내 관심사가 아니므로 패스-!) 

내가 자전거를 탈때 선호하는 핸들의 종류와 모양새, 앞뒤 라이트 작동, 디자인 & 컬러 정도에 대한 나의 기준이 있었고, 그 외 테크니컬한 장치를 보는 눈이 읍는 나를 위해 남편께서 꼼꼼하게 바퀴와 타이어, 체인의 상태, 안장의 편안함, 자전거 관리 상태 등등과 오리지널 부품인지 튜닝 된 것인지에 대해 파악 후 그 수준에 적당한 가격의 범주 내 금액이 책정되었는지로 1차 선별하여 셀러와 컨텍한 후 직접 타보고 구입하기로 했다. 

그렇게 한주를 더 살펴보기를 하다 지난 주말, 생각보다 우리의 조건에 충족되는 자전거가 많지 않았고, 연락한 몇 셀러에게서 먼저 다녀간 사람에게 팔렸다는 메시지만 연거푸 받은 후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동기부여를 받고 필터링한 광고 게시글들을 다시 샅샅이 살펴보기 시작했다. 3주전 광고까지 거슬러 올라가던 차에 한눈에도 너무 괜찮은 자전거인데 아직 게시글이 있는 걸 보니 안팔린 건가 하며 바로 연락을 취했다. 나이스한 디자인과 rare한 컬러에 사이즈도 완전 내거고 가격도 너무 괜찮은데 이상하다..., 제발 연락이 왔으면 두근두근하며 기다리고 있는데 직접 와서 보라는 연락이 와서 당장 14구로 향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퀄리티있는 자전거들을 생산했던 오스트리아 브랜드의 뷰-티플한 자전거를 75유로에 구입했다! 중고자전거들을 구입해 튜닝하고 되팔고 하는 취미가 있는 남편이 아내가 타고 다닐 자전거 용으로 몇가지 수리를 한 것인데, 애를 셋씩이나 낳으시고 자전거 탈일이 통 없어져서 미련없이 파는 부부에게서 말도 안되는 가격에 수퍼 나이스 상태의 자전거를 사게 된 셈이다. 난 자전거 컬렉터가 아니니 낡고 오래된 부품들이 보존된 자전거보다 누군가의 정성과 시간이 녹여지고 만져지고 그래서 또 새로운 모습이 된 상태의 것이 어떤 면에서 기분이 더 좋다. 언빌리버블하다고 감탄하는 Flo에게 난 쿨하게 '이 자전거는 내것이 되려고 날 기다리고 있던 것이었어' 라고 말해주었다. 이렇게 아름답고 좋은 상태의 자전거가, 여느 다른 광고에 올라온 것들에 비하면 가격도 좋게 내놓은 이 녀석이 3주동안이나 채가지 않고 있었다는 건 사실 너무 말이 안된다. 집을 구하거나 인연을 만날 때처럼 자전거도 다 자기 짝이 있는 법이다-라고 믿는 내게 이 녀석은 정말 내 것이 될 운명으로 얌전히있다가 내게 왔고, 우린 Saturday라고 이름지어 주었다! :-)

쏘 뷰우티풀! 라이딩도 스무스하게 사일런트하게 소화해낸다!

그리고 햇빛이 짱짱하게 난 일요일 오후, 데려오고 나서 안장과 몇가지 손을 본 후의 상태 점검 차 Flo와 함께 도나우 카날로 사이클링을 나갔다. 코로나 때문이기도 하고 봄햇살같은 해가 비추니 다들 자전거를 데리고 나온 사람들, 산책하는 사람들에 도시 곳곳이 뭔가 꽉찬 느낌에 살짝 당황하긴 했지만, 세터데이와 Flo의 사우루스는 신나는 첫 라이딩을 즐겼다. 

그리고는 집에 돌아와 어젯밤 내내 허벅지 근육 통증에 시달렸다는.....쯧쯧.

도나우 카날까지만 가려했는데 날씨가 너무 좋아 도나우강까지 냅다 달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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