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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코슈카 Aug 05. 2021

이탈리아에서 음식 주문하기

약간의 투마치 디테일을 곁들인

오랜만에 이탈리안 음식들로 황홀했던 요 신선한 감각들이 떨어지기 전에 음식 이야기를 해볼까.


우리가 머무는 북부 호숫가에서 사실 여지껏 동양의 외모를 하고 있는 사람은 나말곤 본적이 없지만 (기차역에서 본 몇몇 차이니즈들 정도?), 동양인이건 독일인이건, 가끔 레스토랑에서 이탈리안 퀴진의 구성이 어떻게 되어있는 줄 아예 모르고 무턱대고 주문했다가 테이블이 마치 한국의 남도한상차림과 흡사한 사태가 벌어지는 난감한 상황에 처하는 모습을 본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기본 상식과 용어에 대한 이해를 갖고 여행하는 것이 훨씬 다양하고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기에, 전문가도, 로컬도 아니지만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일반적인' 메뉴 구성에 대해 아주 기본적인 매너를 곁들여 살짝 소개해보고자 한다.


인사! 인사하자 제발.

입구에 들어서면 보통 안내하는 직원과 마주칠 수 밖에 없다. 사람을 만나면 인사부터 해야하는 법.

점심먹으러 갔다면 부온조~르노! 저녁식사 때라면 보나 쎄라! 그러고나서 (예약하지 않았다면) 두에 페르조네(두사람이요). 자리를 안내해주실거다.- 그라찌에(땡큐!)


시작! 은 무조건 음료부터.

한국처럼 손님이 자리에 앉으면 얼씨구나 물부터 갖다바치는 문화는 유럽 그 어디에도 없다. 그치만 밥 먹으

려면 물은 무조건 마셔야 하고, 여행하는 분들은 보통 물을 싸들고 다니지만 사실 레스토랑에서 와서 자기가 들고 다니는 물을 꺼내 마시는 건 매우매우매우 매너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그렇다고해서 레스토랑 주인이 경찰에 신고하는 건 아니지만, 공짜물에 익숙한 동양 관광객들이 특히 주로 자주 범하는 행동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그러는 분들이 정말 별로 없었으면 좋겠다. 큰 돈 드는 일이 아니라면 여행지의 문화를 이해하고 따르는 것도 존중의 매너를 갖춘 성숙한 사람의 모습이고, 여행지라고 해서 이런 성숙함을 갖다 버리고 스쿠루지 영감이 될 필요는 없다.

So, 아쿠아 나뚜랄레/가싸따 페르 빠보-르: 미네랄 워터/스파클링 워터 주세요. 그리고 식전주로 보통 마시는 프로세코 또는 프리잔떼(스파크링 와인)를 주문한다. 아파롤/캄파리 스프리츠를 원한다면 있는지 물어보고 주문한다. 물론 안해도 되지만, 기본적으로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가벼운 식전주를 여유있게 하는 것 또한 문화!


ANTIPASTO 안티파스토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 가볍게 배를 채우는 음식들, 나의 최애 코스다. 지역과 도시, 또 레스토랑에 따라 매우 다양한 구성이 있고 기호에 따라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다. 물론 난 메인을 더 많이 먹겠다하면 스킵해도 되나, 그러기엔 맜있는게 너무 많다!!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안티파스토들은, 살라미+프로슈토+파마잔 치즈 등으로 구성된 플라티, 프로슈토+멜로네, 해산물과 구운야채,프리타타(이탈리안 오믈렛) 등으로 구성된 플라티 등이 있고 보통 빵과 함께 먹는다. 식전주로 시킨 음료를 보통 안티파스토와 함께 마시는데, 난 벌컥벌컥 들이마시는 스퇄이라면 맘에 들었던 식전주를 한잔 더 시키거나 주문한 음식에 맞는 와인을 주문하셔도 됨!

Mmmm, bellissimo!


PRIMI 쁘리미

메인 part1이다. 쁘리미는 보통 여러가지 파스타나 리소토가 다양한 야채와 함께 요리돼 나온다. 홈메이드 파스타를 내놓는 곳들이 많은 이탈리아에서는 반드시 맛보아야 할 파스타들이 준비돼있다. 딸리아뗄레, 또르뗄리, 라비올리, 오레끼에테 등의 파스타로 아주 심플하지만 제철 야채와 버섯, 치즈 등을 이용해 식재료의 맛을 오롯이 볼 수 있는 훌륭한 기본 요리들이다.

보통 여기부터 음료를 새로 주문하면 좋다. 뒤에 쎄콘디에 주문한 요리까지 고려하여 내가 먹을 음식들이 화이트와인류인지 레드와인에 어울리는 류인지에 따라 잔 또는 보틀로 주문해도 되고! 물론 와인 못마신다면 물을 계속 드셔도 됩니다 :-) (맥주를 시키는 경우는 정말 극히.....................드무니 맥주는 호텔가서 드세요)

(위) 두가지 다른 종류의 딸리아뗄레 알 라구 (아래) 이번 여행의 베스트 음식이었던 마케론치니와 브로콜리+고르곤졸라 ㅣ 같은 레스토랑의 또르텔리

SECONDI 쎄콘디

메인 part2. 보통 생각하는 메인은 이런거..싶은 헤비한 음식들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육류가 대부분이고 생선 종류도 맛볼 수 있다.

잘 알려진 비스테카 알라 피오렌티나(피렌체식 스테이크)와 같은 구운 육류, 스튜-식으로 요리된 육류, 그리고 그릴드 생선요리가 주로 포함된다. 쎄콘디를 주문하면 보통 감자나 폴렌타 등이 곁들여 나오는 경우도 있고 샐러드나 구운 치즈 등을 따로 주문해 먹을텐지 물어보기도 한다. 

이전 코스에서 야채를 맛보지 않았다면, 입안을 리프레쉬 할 겸 기본 그린 샐러드-인살라따를 주문해도 좋다! - 그럴 경우 접시에 야채만 가득 담아 주면서 올리오+발사믹 또는 비니거+S/P를 따로 테이블에 가져다 준다. 내 샐러드 드레싱은 내 입맛대로 알아서 뿌려 먹으면 된다. 

이때 가져오는 올리브오일 병을 보면 레스토랑의 수준을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슈퍼에서 기냥 파는 오일을 내놓는지, 그 지역에서 직접 수확해 짜는 오일을 쓰는지, 또는 아그리투리스모의 식당이라면 본인들이 직접 만드는 올리오를 내놓고 맘에 든다면 구입할 수도 있다!

어쨌든, 쎄콘디는 육류위주이고 베지테리안 메뉴가 한두개쯤 있는 곳도 있지만 아예 없는 곳도 있다. 따라서 원치않는다면 세콘디를 주문하지 않고 안티파스토와 쁘리미로 얼마든지 훌륭한 식사를 하고, 맛난 디저트(돌체)를 즐기는 식사도 가능하다! 어떠한 가능성도 열려있기에 이렇게 구분된 코스를 구성하는 것이고, 어떻게 먹는지는 게스트의 기호이기 때문에 왜 (우리식당에서 제일 비싼 음식들이 몰려있는) 쎄콘디는 주문하는 않느냐! 고 따지는 곳은 단 한군데도 없다. 그러니 Don't be afraid, 그리고 다양한 음식들을 먹어보면서 내 입맛에 맞는 것들이 어떤 음식들인지 탐색해나가고 다음 레스토랑에서는 또 다르게 먹어보며 나만의 디폴트 코스를 만들어나가는 즐거움도 맛보길!


보통 두사람이 식사할 경우 일인당 각각 안티파스토-쁘리미-쎄콘디를 시켰다가는 쁘리미에서 이미 배가 불러서 더이상 음식을 먹는게 즐겁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Flo와 나는 보통 코스별로 하나씩 시키거나, 메뉴가 너무 좋거나 각자 먹고싶은게 합의가 안될 경우, 안티파스토나 쁘리미 중 한 코스를 각자 원하는 대로 두개를 시켜 공유해 먹는다. 또 우리는 육류를 잘 먹지 않기 때문에 쎄콘디에 생선류가 없고 딱히 당기는 요리가 없을 경우(그런 경우는 거의 없지만;), 쁘리미로 파스타를 두접시 시켜 먹기도 하고 대신 디저트를 거나하게 먹는다. 어떻게 먹었던지간에 배가 아주 만족스럽게 차지 않고 나오는 경우는 없다는 얘기- :)


DOLCE 돌체

이탈리아에서 디저트를 맛보지 않으면 또 섭섭하다. 매끼, 매번 레스토랑에서 디저트까지 주문해 먹는건 재정상으로도 곤란할 수 있고, 건강을 생각해서도 그리 좋지 않을 순 있다. 그러니 가끔은 '오늘은 디저트를 먹어야지!' 마음먹은 날 식사 메뉴들을 살짝 가볍게 먹고 돌체 하나 쯤 맛보는 것도 좋다.

이탈리안 디저트라면 단연 티라미수!를 빼놓을 수 없고, 젤라또와 과일로 구성된 플라티, 마스카포네를 곁들인 딸기...뭐 이런 것들이 있다. 

CAFFE' 까페

엄밀하게는, 이탈리안 식사에서 카페(=에스프레소)는 가장 마지막 코스이다. 이전 코스에서 주문한 티라미수와 커피를 함께 마시고 싶은 우리네 본능과는 조금 다른, 에스프레소에 진심인 이들의 문화이다. 따라서 로컬들이야 디저트를 먹고 나서 이제야 식사를 끝내는 의미의 카페를 주문해 마시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돌체와 카페를 함께 주문해 같이 먹고 마시기 때문에, '네 티라미수랑 카페 같이 내줄까, 커피 나중에 줄까?'라고 물어봐 주는 친절한 곳도 있다. 

로마에서 먹었던 티라미수 이후 가장 맛있었던 이번 여행의 티라미수!!!

여느 외국에서처럼 이탈리안 레스토랑도 코스가 바뀔때마다 접시를 새로 바꿔주고, 다먹은 접시들을 가져갈 때마다 그리고 수시로 와서 음식들이 괜찮은지, 뭐 필요한건 없는지 몇번이고 묻는다. 이럴 때 (난 매번 거의 진심이었지만) 뚜또베네!(everything is alright), 몰또 부오노!(very good), 엑셀렌떼(excellent), 델리시오소!(delicious) 등으로 답해주자. 또 진심 맛있다면 나도 모르게 어느새 자연스럽게 이탈리안 제스처를 곁들여 진심 맛있음을 온몸으로 표현할테고, 그런 대답을 들으면 누구나 좋아하고 또 감사해하는 것이 그들의 문화이다. 그리고 만족스러운 맛과 적절한 서비스를 받았다면 어느정도의 팁을 주는 것 또한 너무 인색하지 않기.

이탈리안 레스토랑들은 자리에서 계산하는 경우도 있지만 의외로 나가면서 계산하는 곳도 있다. 본인이 먹은 것을 잊지않고 제대로 계산되었는지 확인하는 것도 전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니 한번 살펴보고 10% 전후의 팁을 포함해 계산하는 것. 그리고 나가면서도 인사해야겠죠.

점심: 부오나 죠르나따! 저녁: 부오나 세라따! + 챠오 그라찌에!(바이- 땡큐) 아리베데르치!(또만나요)


어려운 수학 공식도 아니니 기본적인 것만 이해하고 있어도 긴장하지 않고 주문할 수 있고 여유로운 이탈리안들이 분위기에 함께 동화될 수 있을 것이다. 안되는 이탈리안이라도 재빠르게 구글 번역기를 돌려 말해주면 어느순간 이 웨이터가 내 팬이 되었음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조금 적극적이고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가고 묻고 경험하면, 그만큼 더 맛보고 알게 되는 것이 여행인 것은 불변의 진리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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