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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코슈카 Feb 23. 2021

(맘에 들진 않지만) 코로나, 너와 나의 2020 #2

2020 코로나 결산


Part 2. 한국


9-10월. 마스크는 내 분신!

뱅기 문이 열리자마자 뭔지 모를 감도는 삼엄한 분위기. 그렇다! 진지한 우리 한국의 공항 방역은 어느 한놈도 한눈 팔고 있을 틈조차 주지않고 정해진 동선에 맞춰 우리 모두를 기다리고 있는 그 현장으로 인도했다. 시키는 대로, 물어보는 대로 잘 협조해준 후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 입국장을 나와 나의 자가격리 주소지로 이동할 공항수송버스를 또 약간 하염없이 기다리기. 커피한잔이 너무도 간절했지만, 눈앞에 보이는 저- 커피가게를, 우리를 갈라놓은 이 경계선을 넘어 가 따뜻하고 향기 그윽한 너를 내 손에 쥘 수가 없었다... 

해외입국자 수송버스가 내려놓은 곳에서 나를 대기하고 있는 관할군 보건소 구급차량을 타고 보건소로 가 잊을 수 없는 (괘씸한) 코로나 테스트를 난생 처음 받았다. 그리고 곧장 2주간의 나의 home sweet home이 된 자가격리장소로 삐뽀삐뽀(물론 사이렌은 울리지 않았다) 이동! 집앞까지 완벽한 운송 서비스를 받고, 어머니가 끓여놓으신 닭백숙을 우아하게 먹으며, 한국에서 보낸 시간 중 가장 행복하고 평화로웠던 2주간의 혼자만의 격리를 맞이했다. 지금생각해도 그때가 그립다.

재택근무 퇴근-운동-화단 물주기-야구 switch on-저녁식사. 아- 사랑했던 루틴이여!

한국은 집안에 있는 때를 제외하곤 언제 어디서든 마스크와 함께다. 라오스에서 spoiled 되어 온 나는 이노무 마스크 깜빡하지 않고 챙기기, 매일 저녁 빨아 널어두기에 조금 서툰 모습을 보였지만 어느 순간 이 녀석과 내가 한몸이 되어있는 나를 발견함. 날씨가 점점 추워지는 10월말이 되니, 오히려 마스크를 끼고 있는게 참 따땃하고 좋았다 (밥 먹고 양치안하고 바로 마스크 쓰지만 않으면 돼).

그렇게 출국 전까지 럭키하게도 한국의 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았고, 오히려 꽤 좋은 데일리 케이스 넘버를 보이며, 한국발-비엔나 입국자의 마음을 조금 떳떳하게 해주었으나.

10월의 끝, 11월을 앞둔 즉 출국을 겨우 며칠 앞둔 시점에 유럽의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찮다. 상황은 한개도 안좋아졌을 뿐 아니라 피로감과 우울감에 빠진 사람들의 거부와 반발은 더해가는 듯하고, 우리모두가 두려워하는 겨울이 다시 찾아오는 이시기. 유럽국가들의 조치가 다시 강해지고 락다운이니 국경봉쇄니, curfew니 뭐니 하며 11월 첫주부터 발효되는 새로운 조치들을 속속들이 내놓기 시작한다. 

나....입국 할 수 있는거야??

들어갈때까지 뒤에서 날 지켜봐준 언니와 엄마. 안녕-!


Part 3. Österreich 오스트리아


11월. Hallo mein Schatz!

Ja, ich bin in Wien. 거두절미하고, 공항 immigration에서 아주 약간의 실갱이 비슷한 인터뷰 끝에 나를 받아들여줬다. 그리고 누군가 기다리고 있는 입국장 문을 열고 나가 재빠르게 집으로 집으로-.

Home sweet home. 여기가 이제 진짜 우리집이다. 나와 너의.

2주 자가격리도 매일 아침저녁 체온측정 보고도, 위치추적도 없다! 문 밖을 나서면서 써야하는 마스크는 없다. 단지 문 열고 들어가는 순간만 쓰는 마스크만 있을 뿐.

한국처럼 거리에 사람이 복잡복잡 거릴일이 평소에도 거의 없는 곳이긴 하지만(관광지만 피해다닌다면!), 한국에서 마스크와 한몸이 된 트레이닝을 하고 온 내게, 하루 확진자가 몇천명이 되는 말도 안되는 곳에서 오히려 마스크를 벗고 다닌다는게 왠지 모르게 불편하고 불안했다. 그런데 걷다가 마주치는 10명 중 1명정도 꼴로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현실은,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동양 여자애를 때로는 주목하는듯도, 뚤어지게 쳐다보는 듯한 시선을 (나혼자 괜히) 느끼게하는 또다른 불편함을 동시에 주었다. 근데 솔직히 말야. 니네도 인정하지 않냐, 지금 이 날씨에 마스크 쓰고 있으면 따뜻해서 벗기가 싫어지는거, 체온이 1도는 올라간다고! 멍청이들.

어두침침한, 회색빛의 겨울이 시작되는구나....

거의 8개월 만에 실물로 만난 Flo와 나는, 코로나도 락다운도 괜찮았다. 더이상 집에 혼자있지 않아도 되니까. 혼자 요리해서 혼자 밥먹는거 안해도 되니까. 

16일부터 3주간 지속될 락다운이 시작되기 전까지 빈티지 가구들을 보러다니며 마음에 드는 가구를 집에 들

첫번째 홈메이드 피자! 모양은 좀 자유분방하지만 맛은 정통 이탈리안 피자욜로가 만든 시칠리아나와 다름없다!

이는 것이, 아차차 그래 쉬운게 아니었지. 깨닫고 

깊은 고뇌에 빠진다. 에라 모르겠다- 피자나 만들어먹자!

락다운과 관계없이 모든 레스토랑은 당분간 배달 주문만 가능하다. Meaning, 매일같이 시켜먹었다간 죄책감에 휩싸인 플라스틱 쓰레기를 매일 내다버려야 할것이며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 다 만들어먹쟈!

Honestly, 그가 만든 피자는 너무 맛있다. 비용은 물론, 시간과 노력면에서도 사다 먹을 이유가 아예 없다. 새로운 피자를 시도하고, 도우나 굽는 시간과 노하우 등에서 개선해나갈 점들을 고쳐서 하루빨리다시 만들어보고싶어 안달이 난 Flo덕분에 난 일주일에 한번씩은 맛난 피자를 땡큐!하며 맛보고 감탄해주면 그만. 


12월. Nonsense의 시작-

The bottom line: 우리 결혼하기로 해. 사랑해- 사랑해 나도-!

실제 드라이브가 걸린건, 그렇다. 너무도 안로맨틱하게 나의 체류비자 신청을 위해서이다. 내 신분을 명확하게 설명해줄 등록된 학교도 회사도 없는 상황에서 체류 연장과 지속을 위해 취할 수 있는 어쩌면 거의 유일한 선택은 결혼관계에 있는 내 남편과 같이 살기 위해 난 여기 체류해야 한다!는 논리로 허가를 신청하는 것이다. 받아들이기 싫은 이 현실에 끝내 굴복하고 타협하기로 하고, 한개도 안로맨틱한 절차를 밟아나가기에 앞서 이 모든 것의 근원과 목적은 우리 사랑의 성취에 있음을 '그래그래, 끄덕끄덕' 몇번이고 서로 상기하고 확인하며 그렇게 떼기 싫은 발걸음을 내 딛었다. 젠장-

나와 너는 너무 나이브했고 경험이 없었다.(당연하지! 처음하는 결혼이라고!)

너와 내가 동의하면 그냥 할 수 있는 건줄 알았다. EU로 똘똘뭉친 얘네들은 EU바깥에서 왔다고하면 감염병 마냥 벌벌 떨며 이거보여달라, 저것도 보여달라, 공증확인을 받아라 하며 내 신분과 개인정보와 약간의 돈주머니를 탈탈털어내고, 그렇게 입수한 제3국에서 온 나의 정보를 가지고 우리 둘의 결혼을 지들이 승인을 하네마네 하며 혼인신고를 할 수 있는 날짜도 정해준다. shit.

서류 준비의 과정과 어디에서 혼인신고를 할 수 있는것인가를 결정하기까지, 그리고 여전히 머릿골치를 싸매야 할일이 많은 체류비자의 세부사항을 알아내기까지. 받지 않는 비엔나 관공서 여기저기에 수도없이 전화를 하고, 매번 다른 얘기와 정확하지도 않은 정보들을 아무 생각없이 뱉어내는 멍청한 공무원들에 시달린 Flo. 

COVID-19으로 인해 오스트리아 관공서의 업무는 사실상 정지.마비 상태이고, 모든 부서가 다른 부서에게 서로서로 일을 떠넘기며 다들 자기 업무가 아니라고 한다. 혼인신고도 비자신청도 안받겠단다. 네 일정이 그렇게 타이트하면 그냥 한국으로 돌아가거라~ 뭐 이런 거다. shit. 본인에게 향한 건 아니지만 나로 대변되는 제3국 사람에 대한 이들의 무관심과 반감, 상식적이지 않은 태도인지 제도인지. 이 엄연한 차별에 Flo의 정의감과 동시에 분노 게이지가 점점 불타오른다.


한편 나는, 외국에 나오면 일단 아무것도 못하는 관공서 민원 업무 홈페이지를 멍하니 바라보며 8시간 앞서가는 한국으로 카톡전화를 걸어 공인인증서 내보내기, 로그인하기, 온라인 발급받기를 하염없이 설명하고 부탁하고 마음졸이며 기다리고. 반쯤 깨어이는 상태로 밤을 보내며 비상대기하기- 마침내 DHL Express서류가 내 손에! 오기까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바로 스캔스캔! 저장저장! 미리 커뮤니케이션 된 번역사에게 원본 서류 발송! 혼인신청서랑 대리인 신청 위임장 독일 부모님께 발송!

마치 약을 먹은 상태의 반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이 말도안되는 스피드의 일처리와 업무량과, 그 압박을 견딜 수 없을 것이며, 평소 두배 이상의 멀티테스킹 능력 발휘, 인내심의 한계를 한없이 올려가며 모든 것의 정점에 다다를 즈음. 24일 오후 2시. 마침내 모든 것의 문이 닫히고 성탄연휴가 시작된다.

혼인신고 TF 1단락은 여기서 마무리하자. eine kurze Pause machen.

메리크리스마스 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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