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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코슈카 Feb 23. 2021

나 쇼핑중독 아니얌 feat. 우체국 택배

락다운이 날 온라인 쇼퍼홀릭으로 만든다

몇주전 독일어 듣기연습을 하던 지문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Wieso gehen eigentlich so viele Menschen in Deutschland mit großen Pappkartons und Paketen unter dem Arm zum Kiosk?...... Das Geheimnis heißt: Online-Shopping.............. Mann oder Frau, wer kann schon widerstehen, wenn man bei viele Online-Shops nichts für den Versand bezahlen muss und auch der Rückversand gratis ist? Tausend Teile bestellen, zuhause alles einmal anproblieren und dann im Kiost abgeben, was man nicht mag........ Kostet ja nichts. Das is ein toller Service. Da macht Einkaufen Spaß. Zumindest, bis der Kiosk-besitzer anfängt, sich Sorgen zu machen, und mir Ratschläge gegen Kaufsucht enteilt.                                                                                                                                   (출처 독독독)

요약하자면, "왜 독일에선 길가에 각종 택배박스들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이리도 많은 것인가? 그 비밀은 온라인 쇼핑! 뭐든 원하는 건 죄다 주문하고 집에서 입어보고 시험해보고- 맘에 안들면 죄다 돌려보내고-! 그래도 배송비 한푼 안내도 되니 그누가 이 훌륭한 서비스를 거부할 것인가? 다만 택배 찾아오고 맡기는 키오스크 주인이 나의 쇼핑중독을 염려하기 시작하며 한소리를 해대기 전까진 이것이야말로 쇼핑의 즐거움이다." 뭐 이런 이야기.

그 날 이후 밖을 다닐 때마다 옆구리에, 가슴팍에 택배 상자를 안고 어딘가로 열심히 걸어가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눈에 띄게 보이기 시작했다. 진지하게 지나가는 사람들 중 택배박스 안고가는 사람들을 세고 있자면 정말 적지 않은 수를 하루에 발견하게 될 것 같긴 하다. 재미있다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저 지문의 viele Menschen의 한 사람이 되어 있음을 발견하고 말았다!


난 온라인 쇼핑의 빅팬은 그리 아니다. 온라인(오프라인도 물론 훌륭하지만) 쇼핑의 천국인 한국에 살지 않기 시작한지 5년여가 지나가고, 그간 살아온 우간다, 라오스 같은 곳에서 온라인 쇼핑을 하고 있을 일이 없으니 소비 생활이 굉장히 단조로워졌다고 해야할까. 반면에, 소수민족 또는 현지 지역여성들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직업훈련을 지원하여 이들을 통해 생산된 다양한 초-로컬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핸드크래프트를 보러다니는 즐거움과 가치있는 소비를 기꺼이 하는 즐거움, 나를 위한 것이건 누군가의 선물이 되건 한층 더 깊은 의미를 주는 그런 쇼핑에 조금더 익숙해졌다고 해야겠다.

colourful, athentic, creative, and most importantly locally produced & support local business!

그런데 결혼준비에 + 락다운이 겹쳐버렸으니 어쩔수 없는 쇼핑이 온라인에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독일어 지문을 통해 "아하! 맘에 안드는 물건은 되돌려보낼 수 있지 공짜로!" 배운 내용을 실생활에 적용하게 되는 좋은 기회를 맞이하였다. 당장 필요한 건 혼인신고식 (난 이걸 이렇게 부른다; 결혼식이라고 하기엔 웨딩세리모니는 아니고, 혼인신고라고 하기엔 쉽게 떠올리는 관공서에 서류를 내고 돌아오는 그런것도 아니니. 그 중간쯤 되는 개념에서 혼인신고를 약간의 세리모니의 형식으로 한다는 의미!)에 입을 드레스였다. 당연히 웨딩드레스를 입을 생각은 아니지만 포멀하면서도 뭔가 엘레강스해보이는 그런 옷이 필요했다. 겨울만 아니었어도 가지고 있는 옷으로 얼마든지 대략 준포멀+아름다움을 연출할만한 드레스들이 있을 법한데, 겨울의상은 영 어렵다. 그렇게해서 시작된 온라인 쇼핑.....................

약 세군데에서 총 6벌의 드레스를 주문했더랬다; 현재까지 두군데 4벌을 받아보고 드레스 한개 선택, 나머지 세개 리턴! 다른 한곳의 드레스 두벌을 기다리고 있는 중. 하하- (이 드레스 셀렉션으로 나중에 짧은 포스트 하나 올릴만한 또 스토리가 있을 법하다)


택배 박스를 열고 바로 입어보기! -Flo의 의견 수렴-사이즈교환/리턴에 대한 신중하면서도 신속한 결정!-어플 또는 동봉된 종이에 교환 및 환불 요청 진행- 송장 인쇄-돌려보낼 물품 패킹-(천만다행) 1분거리에 있는 우체국으로 gogo-Versendung기계에 바코드 스캔-박스 집어넣기-출력된 영수증 고이 보관! 

So professional!!


드레스며 반지를 쇼핑하는 와중에 Black Friday-크리스마스-Boxing Sale----이 이어졌고, 자연스레 나도모르게(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표현하겠지?) 다른 아이템의 쇼핑으로 선을 넘나들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Zara, 특히 너 주문 한 건의 물품들 제발 2-3번에 걸쳐 따로따로 보내지좀 말았으면 한다.

집에 택배박스가 점점 쌓여가기 시작했다. 락다운 중에도 영업이 허용된 약국과 DM(Drug store같은곳)에서 살 수 있는 물건들 - 샴푸, 클렌징, 비타민 등등 - 도 죄다 온라인으로 주문하기 시작했더랬다. 그러니 일주일에 한두번은 택배배달이 오는 듯한 상황이 되고, 우체국 택배 아저씨와 매번 반가운 인사를 나누다가 어느덧..... '이 아저씨가 나를 집에서 쇼핑만 하고 앉아있는 한심한 애로 여기는 건 아닐까'로 생각이 미치기 시작했다. 소름-

그래서 가끔은 배송지를 집으로 하는대신 가까운 우체국을 지정해, 메일을 받으면 가서 찾아오는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방식은 우체국 안에 있는 무인 택배보관함에 넣어 찾아가게 하지 않고, 우체국 창구에 가서 메일로 받은 바코드와 신분증을 보여주고, 사인까지하고...뭐 이런 절차가 필요하기에 앞으로 웬만하면 안하련다. 그냥 우리동네 담당 우체국 택배 아저씨와 쿨하게 인사 나누는것도 나쁘지 않지 뭐.


환불요청한 드레스들이 제대로 환불되는지 까먹지나 말고 챙기는 수고는 free shipping에 대한 값으로 치러야 할 몫으로 노트에 잘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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