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혁진 Apr 24. 2018

새내기 유령

유동하는 세계가 되다




  <새내기 유령>은 신화에 관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신화란 무엇일까? 신화를 다양한 의미로 정의할 수 있지만, 신화학자 ‘조셉 켐벨’의 말을 경청하면 좋을 것 같다. ‘조셉 켐벨’은 신화를 ‘가시적인 세계의 배후를 설명하는 은유’라고 말한다. 

 가령 신화가 살아 숨 쉬는 태고로 거슬러 올라 가보자. 캄캄한 밤 하늘엔 수 많은 별이 펼쳐져 있다. 인간은 의문을 가질 것이다. 저 별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한편 이런 생각도 들 것이다. 무한한 우주와 대비되는 유한한 인간의 삶에 대해. 그리고 그들 중 누군가는 어쩌면 하늘의 별은 인간의 영혼이라 여길지 모른다. 

 물론 현대에 우리는 이것이 허황된 몽상이란 걸 알고 있다. 그럼에도 신화는 여전히 매혹적이다. <새내기 유령> 역시 신화의 세계를 동경한다. 그 세계의 존재들은 우주의 노래에, 천구의 가락에 맞춰 춤을 춘다.



저 별은 어떻게 빛나게 된 걸까?

 첫 장면 주인공 유령이 동료 유령 무리에서 이탈한다. 이때 한 인간이 주인공 유령을 발견한다. 그는 별의 비밀을 밝혀내길 소망하는 천문학자로서, 자신의 임무를 찾으려는 유령을  돕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그들은 곧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유령의 임무는 인간의 영혼을 회수하는 것이었다. 

 유령과 천문학자의 뜻하지 않은 만남.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주인공 유령과 천문학자 인간이 스치는 밤하늘엔 별이 환히 빛나고 있다. <새내기 유령>은 유령과 인간이 수놓은 신비하고도 아름다운 별의 이야기다.     



<새내기 유령>은 유령과 천문학자를 통해 별의 기원을 이야기한다.


유동하는 액체의 세계 

 <새내기 유령>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띠는 것은 색채다. 우선 색채를 논하기 전 색과 작화의 관계를 먼저 언급할 필요가 있다. 이 작품의 작화는 세부를 제거하여 이미지를 단순화한다. 여기서 작화는 평면적 패턴을 이루는데, 이로 인해 독자는 평면에 넓게 채워진 색채를 주의 깊게 살펴 볼 기회를 가지게 된다. 


<새내기 유령은>에는 파스텔 톤의 색채가 은은하게 빛나고 있다. 그것은 차분하고 시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색채는 간결하다. 작품을 아우르는 푸른색은 작품 전체를 포근히 감싼다. 주인공 유령은 푸른 윤곽으로 이뤄져 있다. 작품의 배경인 밤과 새벽은 이보다 더 짙은 푸른색으로 채워진다. 심지어 밤이 아닌 낮일 때조차 공간의 대기는 푸르스름한 색조를 띤다. 



<새내기 유령>의 세계는 유동하는 푸른 액체의 세계다.



이렇게 반복되는 푸른 색채는 각 장면을 긴밀히 이어주며 작품의 전체 정서를 형성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새내기 유령>의 세계는 유동하는 액체의 세계가 된다. 이 세계의 모든 것은 흘러가고 또 흘러간다. 늦은 밤 유령은 나무 사이를 매끄럽게 흘러내린다. 칸 사이의 견고한 홈통도 장애가 될 수 없다. 그들은 홈통을 문자 그대로 통과하며 칸과 칸을 이동한다. 천체 망원경을 볼 때 역시 마찬가지다. 천체 망원경으로 잡힌 각각의 풍경은 한 장면 내에 정처 없이 부유한다. 


 <새내기 유령>의 푸른 색체는 끊임없이 흘러간다. 유령은 밤하늘을 따라 흐르며, 곧 이어 다음 지류에서 인간의 영혼과 합류한다. 마지막에 이르러 그들은 푸른 세계를 비추는 하늘 너머 별에 당도한다.

작가의 이전글 오듀본, 새를 사랑한 남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