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 달팽이

첫날.

by 브랜티스트
8인 8색 8각 예술가들의
엉뚱 발랄하지만 핵심을 스치는 잡소리 타임


첫날은 늘 그렇다. 무언가를 시작하는 처음은 서툴고 어색하다. 침묵은 점성이 있다. 서로 엉겨 붙은 말은 입술을 넘지 못하고 입 안 가득 들어찬다. 침묵으로 만들어진 둑에는 소리가 되지 못한 글자들이 쌓인다. 말문을 먼저 떼면 그다음도 문제다. 둑이 무너지고 말은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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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제 정하기


O 曰 : 그럼 주제 먼저 정해보죠.


SSEU 曰 : 드라이플라워 있네요. 이거 하죠.


Yall 曰 : 브랜티스트의 첫 번째 왈왈왈 주제가 드라이 플라워라고?!


Joy 曰 : 달팽이 해요. 달팽이. 도쿠~


O 曰 : 달팽이?


Johnny 曰 : 오 좋다 좋다.


Emilly 曰 : 그래요 달팽이해요.


O 曰 : .....



도쿠는 사무실의 마스코트이자 얄의 반려 달팽이다. 도쿠리 난을 샀을 때 붙어 있었단다. 그래서 ‘도쿠’가 되었다. 도쿠는 얄의 스타벅스 텀블러 속에 살고 있다.



Joy 曰 : 어 도쿠 없는데?!


SSEU 曰 : 어 진짜네. 달팽이 어디 갔지.


O 曰 :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달팽이를 어떻게 본질적으로 바라보느냐가 중요한 거죠. 쓸데없는 이야기 그만하고 집중합시다.


Johnny 曰 : 찾아보니까 달팽이는 먹은 대로 똥 싼대요. 먹은 색 그대로. 초록색 먹으면 초록색.


Yall 曰 : 오 그럼 달팽이는 먹은 것 그대로 싸니까 되게 솔직하다는 의미도 되네요. 먹는 대로 싸니까.


Joy 曰 : 그럼 내 똥 보여줄게요!


SSEU 曰 : 그래서 달팽이 어디 갔냐고.


Emilly 曰 : 왜 민달팽이는 껍질이 없고 그냥 달팽이는 있죠?


Joy 曰 : 나, 나 달팽이 먹어봤어요. 좀 짜던데. 근데 막 또 먹고 싶다 할 만큼 하진 않았어요.



민달팽이는 껍질이 없다. 이유가 궁금해 나중에 찾아보았지만 퇴화되었다는 말 이외에는 마땅한 단어를 찾을 수 없었다. 민달팽이는 집을 잃은 것일까. 무거운 껍질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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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헌팅 트로피


O 曰 : 새로운 생물을 먹을 때 어떤 기분이 드냐면. 달팽이도 생물이잖아요. 바퀴벌레나 전갈처럼. 새로운 생물을 먹을 때 좀……………뭐 열리는 것 같지는 않고. 음 그런 생각이 들어요.


Joy 曰 : 빨리 말해요!


O 曰 : 정복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방금 생각했는데.


Joy 曰 : 지배적인 것 같은데?


Johnny 曰 : 좀 야하다.


O 曰 : 중국 갔을 때 노루, 멧돼지 이런 것 먹어 봤을 때. 약간 정복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Yall 曰 : 그런 걸 다양한 경험이란 말로 숨기는 거지.


Johnny 曰 : 옛날에 포켓몬 스티커 모은다거나, 뭐 할 때마다 스탬프 찍어주는 거 있었잖아요. 그런 게 뭔가 정복욕을 부추기는 것 같아요.


O 曰 : 어떠한 것을 모으는 것은 정복감을 고취시키는 거죠.


Johnny 曰 : 헌팅 트로피네요. 새로운 것을 모으는 것.


Yall 曰 : 그렇죠. 그렇죠. 인스타그램도 일종의 헌팅 트로피인 거죠.


O 曰 : 아~ 그 수집욕 같은.


Yall 曰 : 인형 뽑기에 열광하는 것도 그런 의미인 것 같아요. 10대들은 마땅히 성취할 게 잘 없으니까, 단기적인 보상이 있는 인형 뽑기에 열광하는거죠.


Johnny 曰 : 인터넷에서 봤는데 인형 뽑기 같은 것에 열광하는 정도를 보면 그 나라의 발전도를 알 수 있대요. 저는 그걸 보고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거든요.


Emilly 曰 : 어 맞어 맞어.


Yall 曰 : 인스타 같은 것도 그런 성취도가 있는 것 아닐까. 상위 포식자 같은 느낌.


SSEU 曰 : 인스타가 대표적이네.



자기 검열의 시대라고 한다. 무언가, 어떤 것을 표현할 때, 타인의 시선을 먼저 의식하고 자기 자신을 감추는 것. 검열하는 것. 일제 강점기와 군사 정권의 검열을 벗어난 나라에서 자기 검열이라니. 나는 어제 인스타그램에 뭘 올렸더라…?



O 曰 : 그래서 달팽이를 얘기하는 게. 먹거리로 분류하기도 하고, 생물로 분류하기도 하고. 그런 게 웃긴 거죠. 과연 우리는 생물 그 자체로 달팽이를 바라보았을 때 달팽이와 교류할 수 있을까.

Johnny 曰 : 동물 키울 때 있잖아요, 밥을 주니까, 걔네는 생존 본능이 우선해서 밥 주는 사람 따르잖아요. 그래서 순종적인 줄 알았는데. 근데 이게 어느 순간 달라요. 잘 안 해줘도 날 좋아해 주더라고. 막 자기는 따듯한데 있을 수 있고 막 그런데 꼭 제 옆에 오고. 그런 거 보면 꼭 생존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Johnny 曰 : 처음에는 귀여움에 키울 것 같아요. 그래서 그렇게 접근을 할 텐데. 음 지나면 태도가 변할 것 같아요. 처음에는 살아야 하니까. 생존적 애교인 거죠. 귀여워서 키우면 당장 그만둬야 해요.


Yall 曰 : 귀여워서 키우면 안 돼요. 저 막 장수풍뎅이 토끼 등등 많이 키워 봤거든요.


Joy 曰 : 난 고슴도치도.


Yall 曰 : 근데 그게 일종의 헌팅 트로피였어요. 교감하려고 키우는 게 아니었다고요. 헌팅 트로피가 아니었다면 그 생물이 스트레스 하나도 안 받게 해야죠.


Joy 曰 : 맞아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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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달팽이를 위하여


Joy 曰 : 찾아보니까 달팽이 집 이거 깊으면 안 된대요. 바꿔줘야겠다.


O 曰 : 옥자 영화 보면 그런 것처럼. 변화시키기 위한 거죠. 사람이 곤충을 먹기 시작하면서 곤충이 일종의 식재료로 떠오른 것처럼. 자애적인 위치에서 바라보면 사람은 파우더만 먹고살아야 하는데. 일종의 쾌감 때문에 그렇게 안 되잖아요. 만약 다음 세대가 그런 게 쾌감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파우더를 먹기 시작하면 괜찮아지는 거지. 생태계도.


Joy 曰 : 메뚜기~귀뚜라미~


SSEU 曰 : 메뚜기 구워 먹고 막.


Joy 曰 : 먹고 먹히는 먹이 사슬이 아니라, 사람도 사람 사이에서 좋아하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고양이도 수많은 고양이들 중 좋아하는 한 명인 거죠.


O 曰 : 객체화시키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이에요. 히틀러가 그랬잖아요. 나는 유태인이 싫어하면서 실험하고 막. 독일인이 좋아하면서 군국주의 하고.


O 曰 : 그게 저는 돼지고기 구워 먹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개 공장, 돼지공장. 막 열악한 걸 알고 있는데도 우린 그대로 방치하잖아요. 발 벗고 나서지 않고. 모순된 존재인 거죠. 우리는


Joy 曰 : 그래서 나는 이 생각 자체도 괜찮은 것이. 이런 모순 자체를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중에는 더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잘못을 고치는 것은, 잘못된 것을 아는 것부터라는 말이 있다. 정말 그런 것일까. 우리는 이다지도 모순된 존재들인데. 문제를 알아도 행동하지 않는 제 한 몸 건사하기 힘든 모순 덩어리들인데.



Yall 曰 : 그래서 달팽이는 어쩌지.


O 曰 : 옵도 는 우째 생각해요.


obdo 曰 : 백과사전 읽고 있었어요.


Joy 曰 : 읽은 거 얘기해주세요.


obdo 曰 : 달팽이 죽으면 어떻게 구분하는지 알아요? 막 비린내 나거나 말랑한 부분이 딱딱해지거나 그런대요. 달팽이 껍데기가 왜 깨지는지, 그럴 땐 어떡해야 하는지 적혀있네요. 껍질 깨지면 수분이 빠져나가서 죽기 쉽다고. 그리고 달팽이는 자기들끼리도 먹는대요.


Yall 曰 : 달팽이는 자기보다 작으면 다 먹어요.


obdo 曰 : 그래서 얌전한 포식자라고 생각했어요. 양반은 뛰지 않는다는 것처럼. 곤충 세계의 포식자.


Johnny 曰 : 그래서 개미가 젤 무서웠어요.


O 曰 : 맞아요. 인도네시아에는 개미가 너무 많아서. 개미가 막 집을 다 갉아먹어서 집이 없어지고 그래요.


SSEU 曰 : 군대 개미


O 曰 : 군대 개미?


SSEU 曰 : 네 군대개미 막 아프리카 이런데 다 쓸어버리는.


SSEU 曰 : 방금 생각했는데, 인간의 성 체계를 가지고 곤충이나 동물에 대입시키는 게 엄청 웃긴다고 생각해요. 걔넨 그게 삶의 그냥 숨 쉬 숨 쉬는 한 부분일 수 있는데. 섹슈어한 이름을 붙이는 게 되게 웃기는 것 같아요.


O 曰 : 영장류는 쾌락을 느낀대요. 그건 우리랑 비슷하대요.


Yall 曰 : 새도 느끼지 않나?


O 曰 : 스트레스를 감소시킨다는 면에서는 쾌락이라고 할 수도 있죠.


Yall 曰 : 하등 생물은 번식할수록 죽는대요. 바로 다음 날 죽는 애들도 많고.


SSEU 曰 : 사마귀는 잡아먹히잖아요.


Yall 曰 : 유전자를 남기고자 하는 본능을 더 따르는 거죠. 난 번식 안 하고 더 오래 살다 죽어야지 헤헤.


O 曰 : 달팽이에 대한 기억이 있는데. 촌이었거든요. 초등학교 가는 길에 논두렁이 있었는데 노란색 장화를 신고 있었어요. 논두렁에 달팽이가 있었거든요. 나는 웬만하면 피해 다녔는데 옆에 애들을 보니까 자전거 타고 막 뛰어가고 다 죽이면서 지나가더라고요.


Johnny 曰 : 사회운동. 나라도 이런 일을 해야 한다는 것처럼.


O 曰 : 세뱃돈 받아서 글락 36k를 사서 황소개구리를 엄청 쐈어요. 애들 중에 돈 많은 친구들은 m16을 사 와서 연사를 갈기는 거죠. 그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냥 더 멋있게 쏘는 것 밖에 없거든. 어쨌든 그때를 보면 엄청 웃긴 거죠. 달팽이는 생물로 생각하고 황소개구리는 그렇지 않았다는 게.


SSEU 曰 : 황소개구리 유해 생물이잖아요.


Yall 曰 : 대자연 가이아의 입장에서 보면. 막 한쪽에서 막 번식하고 있고 한쪽에선 죽어가고 있고. 대통령들이 잘 못한 거죠. 공부한 것도 없고. 박정희 대통령 때 많이 들고 왔잖아요. 식용으로 쓰려고. 베스나 뉴트리아 같은 거.


obdo 曰 : 너무 빨리 생각하는 것들이 문제다.


Yall 曰 : 그래서 유해가 되었죠. 원래 그런 애들이 유해가 아니었는데.


Emilly 曰 : 저는 달팽이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이 없어요. 아, 근데 궁금한 게 있어요. 달팽이는 왜 비 오면 나올까. 땅에 있다가 올라오는 건가.


Johnny 曰 : 걔네는 피부로 숨 쉬니까요.


Yall 曰 : 흙이 비가 오면 무거워져서 빈 공간이 없어지잖아요. 그럼 숨을 못 쉬니까 답답해서 올라오는 거죠.


obdo 曰 : 달팽이는 신비로운 것 같아요. 눈치 못 채다가 어느 순간 딱 있잖아요. 우리 집은 2층인데 어느 순간 창에 있더라고.


Johnny 曰 : 패닉의 달팽이 알아요? 달팽이~한~마리가~


Alex 曰 : 아, 30분 다됐다.



빠른 것들은 문제가 된다. 서두름은 그렇다. 무엇하나 빼먹는다거나. 미처 다 생각하지 못한다거나. 느린 것들은 눈치채기 어렵다. 조용하고 더뎌서 어느 순간 자리해 있다. 아마 사람은 빠른 생물, 달팽이는 느린 생물인가 보다.



왈 왈 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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