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브랜딩 하다.
브랜티스트에서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엔 이런 생각을 자주 했다. 브랜딩에 예술을 접목했다는 거. 예술도 브랜딩이 될 수 있다는 거. 좋은 말이지만 역시 허울뿐인 건 아닐까 하고. 아직도 남들에게 설명은 잘한다. 예술이 왜 브랜딩이며 어떤 이점이 있는지. 왜 적합한지. 다만 꼭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 서글프지만.
브랜딩은 대중의 공감을 사면서도 익숙하거나 새로워야 한다. 너무 흔한 것은 대중이 미처 인식하지 못할 것이고, 너무 특이한 것은 되려 반발을 살 가능성이 높다. 예술의 속성도 그러하다. 너무나도 파격적인 것은 공감을 얻지 못할 때도 있고, 너무 흔한 것은 수많은 예술품 중 하나로 치부되고 마니까.
처음에는 이 사진의 의미를 몰랐다. 어디 지형을 찍은 것 같기도 하고, 점토로 빚어 만든 산맥을 찍은 것 같기도 하고. 그저 사무실 한 편의 예술 작품으로만 치부했었다. 하도 궁금해서 어느 날 O에게 물어봤는데 대답이 놀라웠다. 커피 빵을 빚어 만들어낸 태백산맥이라니. 그리고 조금 훗날 이 매거진의 주제가 정해졌을 때, 당연히 커피빵 이야기를 제일 먼저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강릉커피빵' 브랜티스트가 사진이나 영상뿐만 아니라 디자인의 꽃이라고 불리는 인테리어 디자인까지 모두 맡아한 첫 번째 브랜딩이다. 지금은 홍대에 사무실을 두고 있지만, 브랜티스트가 대구에 있을 때 했던 작업이기도 하다.
그때의 강릉커피빵의 대표님은 심각한 고민에 빠져계셨다고 한다. 3~4년 전 강릉에서 출시된 커피빵은 시작부터 인기가 좋았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으니 너도 나도 커피빵의 원조라며 나섰던 것이다. 설비와 특허를 모두 가지고 있는 강릉커피빵 대표님이었지만 마땅히 알릴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마침 커피 박람회의 관계자 분이 강릉커피빵 대표님의 고민을 알게 되었고, 그렇게 강릉 커피 빵과 브랜티스트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강릉커피빵'이 커피빵의 시초임을 알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너도 나도 원조를 외치고 있는 탓에 원조라는 말에는 더 이상 힘이 없었다. 그 단어를 쓰지 않고 '강릉커피빵'의 브랜드를 알려야 했다.
강릉에만 있는 것을 먼저 떠올려 보았다. 태백산맥. 커피 자판기가 쭉 늘어선 거리. 아름다운 경포 해변. 이 세 단어를 이용해 강릉커피빵의 이미지를 살리려 노력했다. '강릉커피빵'의 고유함을 살리기 위하여 강릉에만 있는 것들을 연상되도록 하였다. 중심이 될 카페는 2층 구조로 '오리지널'이라는 키워드를 잡아 시공에 들어갔다고 한다.
O가 설명을 덧붙이길 오리지널은 두 가지 뜻이 있다고 한다. 1) 고유한 것. 2) 독창적인. 두 가지 뜻에서 영감을 받아 카페의 1층을 강릉의 고유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2층을 독창적인 예술품들이 놓인 바다가 보이는 갤러리로 시공할 계획이었다.
인테리어 편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무난히 진행되었던 것만은 아니었다. 당시 강릉에는 안목해변이라는 유명한 카페거리가 있었고, '강릉커피빵 카페'가 들어서는 곳은 횟집이 즐비한 강문해변이었다. 더욱이 2층을 갤러리로 꾸미겠다고 했지만 마땅히 걸 작품도 없는 상태였다.
시공이 완료된 후 O와 O의 스승님이 함께 공간을 확인하고 액자를 만들기 위해 실측에 들어갔다. 액자 제작과 배송시간을 제하고 O에게 주어진 시간은 딱 3일이었다. 그 안에 작품 제작과 촬영을 모두 마쳐야 했던 것이다.
아직도 어떻게 커피빵을 으깨고 찢어 태백산맥을 표현할 생각을 했냐 라고 물으면 O는 대답을 흐린다. 그저 해야 했다 라고만 말한다. 다만 강릉 커피 빵의 카피라이팅을 해 나아갈 때 태백산맥이란 단어를 잡아 두었던 것과, 커피빵을 이용해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것. 이 두 가지가 머릿속에서 합쳐졌다고 한다. 브랜딩이란 기획 단계에서의 문자 언어로 정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지막에 표현해내는 영감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날 밤, O는 조각가 루이스를 찾아가 곧바로 목형 제작에 돌입했다고 한다. 커피빵 대표 사장님께서도 커피빵 3000개를 당일 새벽에 고속버스 편으로 보내셨다고 한다. 끼니도 거른 체 커피빵을 먹기도 하고 으깨어 바르기도 하며 나을 꼬박 새워 완성해 내었다.
태백산맥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강릉이라는 이미지를 이끌어 내었다. 이를 표현하는 재료로 커피빵을 이용하여 더할 나위 없는 광고효과를 가져왔다. 갤러리에 걸리기에도 손색없는 작품이었다. 결과적으로 예술가들의 합이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만든 셈이 되었다. 정말 기념비적인 순간이었다.
이제는 입 아프게 예술로 어떻게 브랜딩을 하냐라는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단지 핸드폰을 꺼내 들어 이 사진을 보여준다. 봐라. 브랜드를 표현하기에 이만큼 적합한 것이 어디 있느냐고.
그리고 다시 되물어 본다. 그렇다면 브랜딩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고. 예술이 아니면 도대체 뭘로 브랜딩을 하겠느냐고. 카피? 로고? 영상? 어느 것 하나 예술이 아닌 것이 있느냐고.
브랜티스트가 지금의 모습이 될 수 있도록 성장하게 된 첫 브랜딩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다. 다음에는 영상과 로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 한다.
브랜티스트는 예술가의 관점으로 대상을
바라보고 표현하는 일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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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art your tomorrow',
예술로 세상을 밝히는 일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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