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에서 쓰지 말랍니다
군대를 다녀온이라면 잘 알 것이다. 압존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압존법 잘못 사용하면 순식간에 고문관으로 낙인찍히고 욕 한 바가지 먹게 된다. 듣는 사람도 무척 민감해하고 말하는 사람도 아주 조심해서 해야 한다. 요즘 군대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내가 군 생활했던 2000년 초반만 해도 압존법의 완벽한 사용은 필수적이었다. 학창 시절 국어책에서도 압존법을 배웠던 기억이 난다. 그때 배운건 거의 다 소실되었지만 압존법에 대한 기억은 확실히 남아 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당연히 압존법을 사용했다. 그냥 넘어가는 상사도 있었고 그러지 말라는 상사도 있었다. 오랜 시간 직장 생활을 하며 경험해 보니 압존법은 사용하지 않는 추세다. 군대를 다녀온 젊은 직원들 중 압존법을 열심히 사용하는 친구들도 있다. 마음으로는 편하게 들리면서도 사용하면 안 된다던데 하는 양립적인 생각이 든다.
공식적으로 국립국어원에서도 사용하지 말라고 한다.
https://ko.dict.naver.com/#/correct/korean/info?seq=157
정답은 정해져 있다. 쓰지 말라니 안 쓰면 된다. 압존법이라니. 사실 이름부터 별로 마음에 안 든다. 왠지 존나게 압박하는 느낌의 법 같다. 제로대 안 쓰면 압박을 당했으니 잘 지은 이름일 수도.
아직 압존법을 안 쓰면 마음이 불편하다. 머리로는 쓰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뼛속에서 써야 한다고 얘기한다. 만약 직장 상사가 압존법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국립국어원에서 쓰지 말라고 했다고 먼저 말하고 안 쓸 것인가? 압존법의 사용은 사실 사람 봐가며 쓰고 안 쓰고를 결정해야 한다. 왠지 깐깐할 것 같은 사람에게는 써주는 게 직장의 평화를 위해서 좋다.
십 년 후에는 직장에서 압존법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을까? 없어지는 게 맞기도 하다. 써도 불편 안 써도 불편하다면 안 쓰고 불편한 게 더 경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