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많다고 꼰대가 되는 건 아니죠
난 부정할 수 없는 직장 내 꼰대다. 40줄에 접어들었고 전근대적인 군대를 제대했고 그보다 크게 나을 거 없는 분위기의 회사를 다녔다. 어떤 현상이 발생하면 과거의 경험에 많이 의존하고 나 때는 이랬는데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든다. 요즘 젊은 친구들을 보면 군기 잡고 싶은 생각이 자주 들고 잘 따라오지 않으면 혼내주고 싶다. 새로운 생각이나 일은 항상 힘들고 에너지가 많이 부족함을 느낀다.
꼰대는 주로 나이 많은 사람을 비하해서 부르는 용어다. 직장이라면 나이가 많고 직급이 높은 사람들이 대상이 되겠다. 하지만 내가 꼰대라는 신분이 돼서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다 보니 젊은 꼰대들도 많다는 걸 느낀다. 꼰대는 꼭 나이에 의해 나뉘는 게 아니라 생각에 의해 나뉜다고 한다면 말이다.
젊은 세대, 주로 90년생들은 자기주장이 강하다. 우리 세대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의견을 내고 본인의 생각을 주장한다.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조직의 발전을 위해 좋은 현상이라고 본다. 하지만 주장이 너무 강하고 자신의 생각을 잘 굽히려 하지 않는다. 잘 설명하고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보려고 하면 직급으로 눌렀다고 생각하고 어쩔 수 없으니 시키는 대로 하겠다는 태도로 나온다. 물론 일반화의 오류는 피해야 하겠지만 이런 태도를 자주 접한다.
역으로 생각해보자. 내가 내 생각만 계속 주장하고 굽히지 않으려고 한다면 '저 꼰대 새끼, 또 시작이네' 이렇게 나오지 않았을까? 나이가 어리니 꼰대라고 칭하지 않는 것뿐이지 사실 그들은 그들이 말하는 꼰대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이름하여 젊은 꼰대인 것이다.
1. 머리가 좋은가? 머리가 좋았다면 나 같은 사람과 같은 회사에서 일하지 않았을 것이다.
2. 경험이 많은가? 특별한 인생을 살지 않았다면 나 보다 경험이 많을 수 없다.
3. 생각이 많은가? 업무 생각을 나 보다 적게 하는 건 확실하다.
4. 애사심이 있는가? 애사심이 나 보다 적은 건 확실하다.
많은 부분에서 부족해 보이는데 주장만 강하다. 그리고 그들은 조직 문화가 보수적이다, 회사에 꼰대가 많다, 헬조선이다 라고 생각한다. 그것 아는가? 요즘 꼰대라고 불릴만한 나이와 직급의 사람들은 오히려 더 조심하고 주의하고 있다는 걸. 꼰대라고 불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경험이 쌓이면 내 생각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경험하게 된다. 어떤 일에는 다른 면이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나보다 똑똑한 사람은 셀 수없이 많다는 걸 느끼게 된다. 그래서 인생을 살아가는데 조심스럽게 된다. 내 주장을 강하게 펼칠 수 없게 된다. 젊은 꼰대들은 아직 그런 경험이 부족하다. 자기주장이 강하기도 하지만 아직 몸으로 체득하는 실패 사례가 적어 본인만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젊은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 내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전제가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의견은 폭넓게 듣고 내 의견은 조심스럽게 개진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은 전부 나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해야 한다.
젊은 꼰대는 나이 먹어서도 반드시 꼰대가 될 것이다. 그들이 지금껏 비하해왔던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젊은 꼰대부터 탈피해야 한다. 그리고 꼰대라고 불렀던 나이 많은 사람들의 경험도 무조건 무시해서는 안된다.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많은 고난과 고민과 노력과 눈물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함부로 비난하고 비하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