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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희 Aug 28. 2019

제발 직장에서 게임하지 마세요

직장 생활을 망치는 게임

스마트폰은 훌륭한 게임기이다. 성능이 좋고 다양한 게임을 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휴대성이 좋아서 언제나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정말 언제나 할 수 있다. 밥 먹으면서도 하고 걸어가면서도 하고 화장실에서 용변 보면서도 하고 누군가와 대화하면서도 하고 말이다. 당연히 일하다가도 게임을 할 수 있다. 


여기서 큰 문제가 발생한다. 직장에 출근해서 하루 종일 게임만 한다. 게임을 안 하는 시간에도 게임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틈만 나면 게임을 하려 한다. 항상 스마트폰을 몸에 지니고 있기에 게임과도 밀접하게 붙어버린다. 완전한 중독의 모습이다. 


20살 이상의 성인들에게 게임은 중독이다, 게임은 인생을 망친다, 게임을 하지 말라 라고 얘기하는 것도 우습지만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직장에서 하는 게임의 폐해에 대한 심각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나이가 어리건 많건, 직급이 낮건 높건 게임을 하는 사람은 똑같다. 심각성을 모르고 알면서도 묵인한다. 그야말로 중독자의 모습이다.


첫 번째, 직장에서 게임을 하는 사람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 

본인이 자제해서 한 두 판 짧게 하고 만다면 그걸 가지고 뭐라 할 사람은 없지만 보통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하루 종일 한다. 오토로 돌아가는 RPG 게임을 을 켜 놓은 채 모니터 옆에 놓고 업무시간 내내 돌리고 있다. 자동으로 돌아가는 거고 거의 보지도 않는다고 하면 그 말 믿어줄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스마트폰 초창기 시절만 해도 업무시간 게임에 대한 암묵적인 규제가 있었던 것 같은데 스마트폰 게임이 대중화되고 너도 나도 하게 되면서 그런 룰마저도 없어진 것 같다. 

회사에 출근해서 게임에만 빠져 있는 사람이 좋아 보이는가? 가끔 스트레스 풀려고 하는 거라고 얘기한다면 그 말 역시 믿어줄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게임에 빠져 있는 동료를 보고 배울 수 있는 좋은 동료라고 할 수 있는가? 게임에 빠져 사는 직장 상사의 리더십을 믿고 따르겠는가? 비약이 심할 수도 있지만 난 직장에서 게임에 빠져 사는 동료나 상사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두 번째, 직장에서 게임을 하는 사람은 에너지를 헛투른 곳에 쓰는 것이다. 

업무 시간에 쓸 수 있는 개인의 에너지 양은 정해져 있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하루에 100%의 에너지를 쓴다면 최소 게임에 30%를 쓴다. 게임을 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포함하면 10% 정도 더 할당해야 한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옆에서 게임하는 사람을 지켜보면, 나도 한때 직장에서 게임을 할 때를 되돌아보면 대략 저 정도가 맞다. 100%에서 30%를 다른 일에 뺐으면 부족한 30%는 어디서 끌어다 쓸 것인가? 끌어 쓰면 내일 쓸 100%의 에너지에 아무 영향은 없는가?


세 번째 에너지를 헛투른 곳에 쓰는 사람은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없다. 

내가 계속해 오던 일은 남아있는 에너지를 가지고 할 수 있다. 기존 업무는 꼭 해야 하는 것이고 하던 일이라 익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곳에 써 버린 에너지 때문에 창의적인 일에 써야 하는 에너지가 부족하다. 창의적인 일, 새로운 생각 등은 직장에 출근해서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다. 에너지가 부족한 사람은 보통 안 해도 그만을 선택하게 된다. 

기존 업무에 에너지를 소비하고 남은 에너지가 있으면 이런 생각 저런 생각 창의적인 영역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직장에서 창의적인 일을 하면서 발전하고 성장하고 높은 자리로 승진하거나 연봉 많이 주는 회사로 이직하는 건 누구나 꿈꾸는 것 아닌가? 하지만 게임에 쓴 에너지 때문에 이런 길이 차단된다면 얼마나 인생의 낭비인가.


나 역시 몇 년 전에는 스마트폰 게임을 했고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PC 게임을 했다. 하지만 이젠 아예 안 한다. 거기에 버리는 시간이 아깝기 때문이다. 게임을 하는 시간뿐 아니라 게임을 하고픈 욕구까지 게임과 관련한 리소스에 포함시켜야 한다. 그러면 게임 시간이 엄청 늘어난다. 


게임을 하지 말라는 건 아니지만 게임은 하고 안 하고의 문제지, 조금만 하고의 영역은 없다. 중독성 때문이다. 게임은 안 하는 게 좋다. 적어도 직장에서 만큼은 하지 말아야 한다. 난 평범한 직장인이다. 게임을 안 해서 대단한 성과를 내는 사람도 아니고 업무 능력이 좋은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게임하는 시간과 욕구는 없기에 남는 에너지를 새로운 일에 쏟을 수는 있다. 또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다. 


게임은 정신과 시간을 좀 먹는다. 육체도 갉아먹고 스마트폰 수명도 깎아먹는다. 게임이 무조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직장에서 하는 게임은 매우 나쁘다. 아주 단순한 사실이고 모두가 다 아는 내용인데 이를 간과하고 애써 무시하는 직장인들이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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