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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희 Sep 02. 2019

직장인은 커피로 달린다

커피의 기쁨과 슬픔

1. 첫 회사의 커피 복지

첫 회사는 커피를 안 줬다. 그 흔하디 흔한 맥심 믹스커피 하나도 회사에 비치해 두지 않았다. 커피가 먹고 싶은 사람은 사비로 사 먹었다. 그거 얼마나 한다고, 그거 아껴서 얼마나 아낀다고 안 사주나. 외부에서 손님이 와도 개인 커피로 대접해야 하고 참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커피 하나도 제대로 챙겨주지 않는 회사, 다른 복지도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2. 담배 + 믹스커피 = X

난 비흡연자다. 군대 있을 때 동기를 보면 꼭 믹스 커피를 한 잔 들고 담배 피며 커피를 마셨다. 흡연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없으니 왜 항상 담배 피며 커피를 마시는지 궁금했다. 입 속에서 무슨 화학 작용 같은 게 일어나는 줄 알았다. 물어보니 담배필때 후 하고 불어대니 입이 말라서 마시는 거란다. 어이가 없어서 한참 웃었다.

담배와 믹스커피는 죽음의 조합이다. 소위 아X리 똥내라 불리는 입냄새 때문이다. 직장 상사가 불러서 담배피고 커피 마시며 얘기하면 냄새 때문에 말에 집중하기가 힘들다. 


3. 난 아아

"차장님, 뭐 드시겠어요?"

"난 아아"


직장에서 쓰는 커피와 관련한 단축어들.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

아라(아이스 라테)

뜨아(뜨거운 아메리카노)

뜨라(뜨거운 라테)

스벅(스타벅스)

편커(편의점 커피)

꽁커피(공짜로 얻어먹는 커피)




4. 괜히 스벅이 아니네요

점심 물가도 만만치 않고 겨우 물가 상승률만큼 오르는 연봉에 피폐해진 직장인들. 커피는 마시고 싶고 지갑은 얇아 싼 커피집을 자주 찾게 된다. 회사가 위치한 대치동의 노브랜드 커피집 아이스 아메리카노 평균 가는 2000~2500원 정도다. 더 싼 곳도 있긴 하다. 맛은? 

언제 맛이 느껴지냐면 스벅을 가서 먹으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 스벅이 확실히 더 맛있다. 좀 더 깔끔하게 떨어지는 맛이라고 할까. 가격이 두 배정도 차이 나니 맛의 차이도 당연하리라. 그리고 스벅에서 먹거나 스벅 컵을 들고 다니면 확실히 뽀대도 난다. 그게 뭐라고. 


5. 맥심의 인기는 안드로메다로

느낌일 뿐이지만 요즘 직장인들은 커피 믹스를 잘 안 먹는 것 같다. 나만해도 커피가 다 떨어지거나 어쩔 수 없는 경우만 커피믹스의 프림, 설탕 빼고 마신다. 건강의 이유로 입맛의 변화로 커피의 대중화로 믹스 커피의 인기는 나날이 떨어져 가는 것 같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회사에 원두커피 머신도 없었고 오직 맥심 커피믹스뿐이었는데 이젠 커피 믹스 먹는 사람을 보기 힘들다. 특히 젊을수록 더 안 먹는 것 같다. 커피 취향으로도 아재가 나뉘는 시대가 온 것인가?


6. 커피 루틴

회사에 출근하면 아침에 커피 한잔을 마신다. 점심을 먹고 돌아오면 한잔을 마신다. 오후 3~4시쯤 업무 효율이 떨어질 때쯤 한잔을 마신다. 이 루틴을 거의 깨지 않고 따른다. 안 마시면 입이 심심하고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 같고 업무에 집중이 잘 안된다.

커피야 말로 직장 생활의 에너지 원천이다. 맛보다는 카페인의 힘을 빌리기 위해 마신다. 연차를 더해갈수록 커피 마시는 양만 늘어난다. 회사생활 한지 얼마 안 된 젊은 친구들은 아직 커피의 카페인 파워를 잘 모른다. 커피 많이 마시는 나를 보며 놀라워들 한다. 



7.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공짜 커피

스벅 커피보다 맛있는 커피는 공짜 커피, 일명 꽁커피 아니겠나. 좀 전에 마셨어도 누가 사준다고 하면 바로 뛰어 나간다. 커피 한잔 얻어먹으면 직장 상사와의 갈등은 사그라들고 꼴 보기 싫던 후배도 포용하게 된다. 

꽁커피에도 원칙이 있다. 사주는 사람과 비슷한 가격대의 메뉴를 시켜야 한다. 얻어먹었으면 다음번에는 꼭 내가 사야 한다. 비싼 커피집 가잔 얘기는 하면 안 된다. 간혹 스벅 같은 곳에서 얻어먹으며 혼자 통신사 업그레이드 같은 찬스를 쓰는 건 좀 눈치 없어 보인다. 이런 건 자제하자.


8. 점심 먹고 가위바위보

가끔 팀원들끼리 점심 먹고 커피내기 가위바위보를 한다. 팀원이 한 두 명이 아니기 때문에 걸리면 타격이 크다. 몇만 원 금방 나간다. 가위바위보를 하고 안 걸리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도로에서 사자후를 내지른다. 걸리면 가슴이 쿵 내려앉는다. 혀끝에 욕이 걸린다. 팀원들이 깐죽거린다. 진심으로 쥐어박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다른 사람이 걸렸을 때 내가 제일 심하게 깐죽거렸으니까.


9. 대화의 아이콘

어느새 커피가 대화의 아이콘 같이 되어 버렸다. 커피 한잔 하러 가자고 하면 얘기 좀 하자와 같은 의미로 통한다. 커피 마시며 대화하기 참 좋다. 업무에서 잠시 벗어나 조용한 커피숍이나 회사의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가게 되니 그것부터 좋다. 먹을게 입에 들어오니 좋고 그게 또 풍미가 가득한 커피라 더 좋다. 카페인이 뇌를 각성해주니 할 말 못할 말 다 튀어나온다. 

커피 한잔에 시름을 덜고 불만을 털고 희망을 말하고 미래를 설계하니 이 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을까? 


10. 커피 한잔

커피 생각했더니 커피가 땡긴다. 없으면 안 되고 있으면 힘 되는 커피. 오늘도 직장 전선에서 열심히 사투 중인 직장인 분들. 커피 한잔으로 힘들 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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