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명희 Sep 30. 2019

직장인 연차 보고서

2019년 연차 내역

올해 총 19개의 연차를 받았다. 현재 남은 연차는 3개. 알차게 썼다. 한 달에 한 개씩은 쓰자가 목표였는데 잘 지켰다. 남은달, 한 달에 한 개씩만 써도 다 쓸 수 있다. 여기까지 썼더니 이제 못써도 큰 상관은 없다. 


1. 금요일에 쓴 연차가 60프로를 넘는다. 월요일에 쉬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 금요일에 할 일을 하고 주말에 쉬는 게 낫지 주말에 쉬고 월요일에 할 일 하면 쉰 거 같지가 않다. 


2. 올해 반차는 거의 안 썼는데 오후 반차를 딱 두 번 썼다.  뭔가 저녁에 다른 일이 있었나 보다. 


3. 장기 휴가는 3일, 5일을 연달아 썼다. 5일은 여름휴가로 썼다. 긴 휴가를 좋아하지 않아 여름휴가도 짧게 쓰는 편인데 이번엔 이례적으로 길게 썼다. 장기 휴가 8일이 연차 소진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4. 같은 달에 연차를 2회 쓴 경우도 두 번 있다. 


5. 징검다리 연휴의 중간에 연차를 쓴 적이 한번 있다. 




이전에는 연차 사용에 제약이 많았다. 연차를 열개 이상 남기는 해도 있었고 하루라도 쓰려고 하면 눈치 보고 무엇을 하는지 보고도 해야 했다. 회사 일정이 있으면 개인사보다 중요하지 않다며 다른 날로 미뤄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조직이 바뀌어 지금은 연차 사용과 관련해 큰 제약은 없다. 물론 아주 없지는 않은데 이전보다는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연차가 자유로운 우리 회사지만 그래도 막상 쓰려면 눈치를 봐야 한다. 팀장님에게 말을 꺼내기 전부터 가슴이 두근 거린다. 허락되면 큰 선물이라도 하사 받은 것처럼 안도감과 고마움이 든다. 연차를 올리고, 혹시나 날짜를 틀리진 않을지 두 번 세 번 확인하고 결재를 올리고 나서 부서장의 최종 결재가 떨어지기까지는 제법 조마조마하다. 결재가 완료돼도 연차 전날은 약간 죄인이 된 기분이다. 속으로는 여유롭지만 그렇지 않은 척 연기를 하며 하루를 보낸다. 연차를 결심하고 결재가 나기까지 무슨 큰 거사를 치르는 기분이다. 


대한민국 직장의 연차 문화에 반감이 들지만 조직 생활이기에 무조건적인 자유는 불가능하다는 것도 인정해야겠다. 사람이 빠져야 하는 연차라면 조직의 상황을 먼저 살펴야 한다. 나로 인해 업무의 공백은 없는지, 나 때문에 다른 사람의 업무가 증가하는 건 아닌지 말이다. 또 쉬고 싶어도 쉬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데 보란 듯이 나는 쉬어버리면 상대방의 박탈감도 무시 못한다. 


주는 건 다 주지만 쓰는 건 다른 얘기이기에 연차를 잘 쓸 수 있는 것만 해도 직장인의 큰 복지다. 조직과 업무에  문제가 없다면 자유롭게 쓰게 해 주는 게 옳다. 쓰겠다는 거 못 쓰게 하고 쓰는 거 눈치 주고 꼬치꼬치 캐묻고 이러면서 잘 못쓰게 하는 분위기 만들면 직원들 사기가 쭉쭉 떨어진다. 연차 막아봐야 회사에 좋을 거 하나 없다. 잠깐 쉬고 오건, 개인 업무를 보건 연차를 잘 쓸 수 있게 해 주고 리프레쉬 기회를 줄 수 있다면 그것 역시 업무 성과에 반영되는 건 당연하다. 11월 같이 연휴 하나 없는 갑갑한 달에 연차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있으면 힘든 회사생활도 제법 버틸만해진다. 


연차를 큰 눈치 안 보고 잘 쓴 이 시점에 나는 그래도 행복한 직장 생활을 했다고 느낀다. 










작가의 이전글 직장을 오래 다녀도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것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