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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희 Sep 14. 2019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윤종신

윤종신에게서 배우는 직장인의 자세

요즘 직장의 주요 세대인 90년 생들이 유치원 다니던 시절, 세기말에 난 고등학생이었다. 고1은 힘든 시기였다. 자유롭고 방탕한(?) 중학교에서 통제되고 억압되는 고등학교로의 생활은 군대와 같은 당혹스럽고 힘든 시간들이었다. 외출도 허락되지 않는 엄격한 통제, 밤 9시까지의 자율학습 등 모든 게 규율의 대상이었다. 외부 조건이 힘들면 내부 인원들은 동병상련의 감정으로 똘똘 뭉치게 된다. 그렇게 적응해 가던 과정 중에 고등학교의 첫 친구를 사귀었다.


그 친구는 윤종신을 좋아했다. 96년 윤종신의 '환생' 앨범이 나왔던 시기이다. 친구를 통해 알기 전까지 윤종신이라는 가수를 잘 알지 못했는데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비록 강남은 못 갔지만 친구 따라 그의 음악에 심취했다. 옆에서 대화하는 듯한 가사와 따뜻한 멜로디, 테이프가 늘어지게 들었던 윤종신의 음악이 힘든 고1 시절을 버티는데 도움을 주었던 걸 부정할 수 없다. 그 후론 딱히 그의 음악을 찾진 않았다. 부르기 쉬워서 노래방 가면 꼭 불렀던 '팥빙수' 정도가 그와의 접점이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각종 예능에서 뛰어난 활약도 보여주고 음악적으로도 다양한 성과를 내던 중 갑자기 들려온 라디오스타 하차 소식. 즐겨보는 프로는 아니지만 어떻게 끝을 맺는지 궁금해 라디오 스타 윤종신의 마지막 편을 봤다. 보면서 무척 놀라웠는데 라디오스타를 12년간 개근하고 월간 윤종신을 10년간 발표했고 그가 부른 곡이 300곡이 넘는단다. 예능 속의 가벼운 이미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1. 예능 12년의 마음가짐

작곡가, 가수, 엔터테인먼트 대표, 세 아이의 아버지 등 본업에 가까운 역할이 여러 개 있음에도 예능 프로에 12년을 종사했다. 잘할 수 있고 잘해야 하는 일로 언제든 돌아갈 수 있었음에도 그를 12년간 붙잡아 둔 건 책임감 때문일 것이다. 첫회 MC 그리고 전성기를 이끌었던 책임감이 그를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이다. 예능에서의 재미를 뽑아내는 능력, 그 와중에 음악적인 중심을 잡아주는 그가 있었기에 지금의 라디오 스타가 견고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책임감은 직장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책임감 없이 성공할 수 없다. 성공을 떠나 직장 다니게 하는 주요 요소이기도하다. 책임감이 없으면 직장 생활에 위기가 온다. 외부적으로 내가 잘리는 위기이건 내부적으로 회사를 그만 다니고 싶은 위기이건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온다. 맡은 업무를 잘 해내고 문제가 발생하면 외면하지 않고 찾아서 고치고 수정하고 업무의 발전적인 변화를 꾀하는 등 직장인으로서 책임감은 회사를 다니게 하는 이유이다. 연봉만이 직장을 다니게 하는 것이 아니다.


2. 천재를 이기는 방법

어디선가 읽었던 만화가 이현세의 천재론이 떠오른다.  천재는 따라잡을 수 없으니 천재의 길을 가게 놔두고 천재가 아닌 사람은 묵묵히 본인만의 갈길을 가면 된단다. 그러면 언젠가 천재는 좌절해서 멈추는 순간이 오고 묵묵히 길을 갔던 사람은 좌절하는 순간이 와도 버틸 수 있어서 결국 천재를 앞지를 수 있다는 얘기였다. 

윤종신이 천재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는 천재라기보다는 묵묵히 길을 가는 성실하고 꾸준한 평범한 사람으로 보인다. 성실함과 꾸준함의 시간이 몇십 년이 이어지니 결국 천재로 보이는 반열에 올라선 것이다. 이현세가 얘기했던 천재론에 정확히 부합하는 사람이다. 

직장 생활을 하며 똑똑한 머리 못지않게 성실함과 꾸준함도 중요하단 걸 느낀다. 모두가 천재적인 머리를 가질 수는 없다. 천재적인 사람은 그 사람만의 길이 있고 이외의 평범한 사람들은 성실함과 꾸준함으로 다른 갈길을 가면 된다. 그렇게 해서 회사에서 인정받고 임원도 달고 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성실함과 꾸준함이 생활이 되어 버리면 그 시간이 절대 고통스럽지 않다. 


3. 도전, 도전, 도전

윤종신은 외로움을 느끼러 유럽을 간다고 한다. 그게 음악에 어떻게 녹아들지 알고 싶단다. 결심을 했지만 본인도 무척 두려울 것이다. 고통을 스스로 선택했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인생에 큰 변화를 줬고, 새로운 도전이 실패할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모든 걸 놔두고 떠났지만 이도 저도 아닌 결과물만 받아 들 확률이 아무리 봐도 더 높다. 하지만 본인도 아는 것이다. 해왔던 대로 하면 얼마간은 버틸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은 버틸 수 없다는 것을. 본인의 음악이 앞으로도 사람들이 찾게 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직장인들은 다를까? 내 일만 열심히 하면 회사생활 몇 년은 할 수 있다. 하지만 회사의 비즈니스도 변하고 경제도 변한다. 언제까지 지금 일이 내 일일 수가 없다. 이 회사에서의 나의 실력은 다른 회사에 가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직장인도 끊임없이 도전하지 않으면 몇 년 후를 장담할 수 없다. 바쁘다는 핑계, 시간이 안 난다는 핑계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누구도 들어주지 않는다.


세상 쓸데없는 게 연예인 걱정이다. 물론 내가 윤종신 걱정을 하는 것은 아니다. 직장인은 실패하면 생계에 문제가 생기지만 그는 이번에 실패해도 여전히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그에게 관심을 가지면서 배울 점이 많았다. 인생의 밑바탕이 되는 기본자세를 보여줬고, 그 결과물을 보여줬으며, 미래를 대비하는 용기 있는 중년의 모습을 보여줬다. 책임감, 성실함, 꾸준함, 도전정신. 기본기로 누군가에게 놀라움과 시사점을 제공하는 그는 참으로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할 수 없게 만드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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