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명희 Sep 16. 2019

해외여행 다녀오면 선물을 꼭 사 와야 하나요?

직장에서 없애야 할 해외여행 선물 문화

해외여행이 보편적이다. 일 년에 두세 번씩 해외로 나가는 사람도 많고 해외 나간다는 사실이 더 이상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요즘은 직장에서 해외 한번 안 나가는 사람이 특이하게 느껴질 정도다.


왜 이렇게 해외여행을 많이 다니게 된 걸까? 국내 여행지의 바가지 물가, 조금만 인기 있다고 하면 득시글한 인파들, 저렴한 해외 항공권, 인스타나 유튜브를 통한 여행 뽐뿌 등이 이유인 것 같다. 해외여행을 통해 이국적인 냄새를 맛보고 나면 사실 국내 여행지는 성에 잘 안찬다. 한번 나갔다 오면 계속 나가고 싶어 진다. 국내는 언제든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시간이 나면 해외를 먼저 고려하게 된다.


장기 휴가를 쓰는데 많은 눈치를 봐야 하는 우리나라 직장인들에게 해외여행은 사실 큰 무리다. 출발하는 날, 돌아오는 날은 공항서 대기하고 비행기 타고 하는 시간 때문에 이틀을 완전히 빼야 한다. 그러면 놀 수 있는 시간도 얼마 안 되는데 한국인의 성격상 가만히 머물러 있지를 못한다. 휴양은 잠깐, 관광과 쇼핑하느라 쉬는 시간이 없다. 여행 기간이 짧다 보니 마음에 여유는 없고 언제 올지 알 수 없다는 생각에 남은 시간을 쥐어짜듯 보내려고만 한다. 그러니 여행 복귀하면 피곤하기만 하다. 여행지에서 서양인들이 수영장 썬베드에 누워 책 읽고 낮잠 자는 걸 보고 있으면 그럴 수 있는 여유가 너무 부럽다. 그래서 나도 저렇게 해야지 마음먹고 해외를 나가면 잠시도 버틸 수 없다. 돌아다녀야 한다. 


어쨌건 직장인이 해외를 가면 꼭 신경 써야 하는 게 동료들 선물 사 오는 것이다. 짧지 않은 시간 직장생활을 했지만 어떤 회사를 가건 해외여행 가서 선물 사 오는 게 불문율처럼 정해져 있다. 다들 뭘 사 올지 은근히 기대도 한다. 안 사가면 큰일이라도 날것처럼 나간 사람들은 사 와야 한다. 그런데 이게 많이 피곤하다. 다수의 선물을 사야 하니 돈도 제법 들고 돌아오는 캐리어도 무겁고 적당한 선물 고르는 것도 힘들다. 얼마 되지도 않는 금쪽같은 여행 기간에 선물을 사야 한다는 중압감, 따로 시간을 내서 사러 가야 한다는 부담감도 만만치 않다. 사 왔는데 동료들 반응이 시원찮으면 그것도 마음에 상처다. 그렇다고 안 사 오면 죄를 지은 듯 눈치도 준다. 


왜 이런 악습(?)이 직장 내에 자리 잡았을까? 해외여행이 보편적이지 않던 시절, 여행을 간다는 게 눈치 보이던 시절 그걸 만회하기 위해 뭐라도 사 오던 게 지금까지 없어지지 않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제 해외여행을 간다는 게 전혀 특별한 얘기가 아니다. 누구나 가고 나도 가고 너도 가고 다들 간다. 누군가 나가서 뭘 사 와야 한다면 나도 나가서 사 와야 한다. 사실 안 주고 안 받는 게 제일 좋은 거다. 그리고 뭐 사 와봐야 대단한 거 사오지도 않고 좋은 거 사 올 수도 없다. 직장 내에 여러 가지 안 좋은 문화들이 이슈가 되고 사라지는 이 시점에 해외여행 선물에 대한 얘기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이거야말로 없어져야 할 문화인데. 난 우리 팀에서 해외여행 가는 사람들에게 뭐 사 오지 말고 그 돈으로 맛있는 거나 사 먹고 오라고 당부한다. (으쓱으쓱 ^^)


사실 내가 여행을 갈 수 있는 건 동료가 업무에서 백업을 해줬기 때문이고 그에 대한 고마움으로 사 오는걸 뭐라고 할 순 없다. 하지만 그런 경우보다 다른 사람도 사 오니 나도 사 와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사 오는 경우가 더 많아 보인다. 이런 건 없애는 게 맞다. 오늘도 유럽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온 어떤 직원의 선물로 아침부터 떠들썩하다. 이제 해외여행 선물 사 오기는 그만하자.



작가의 이전글 대단하다는 말 밖에는, 윤종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